흑산도 하늘에 비행기를 띄우자

<김영미 동신대 관광경영학과 교수>

국민가수 이미자의 히트곡 ‘흑산도 아가씨’는 50여 년 전에 나온 노래인데 안타까운 사연을 담고 있다. 1965년 흑산도 학생들이 풍랑 때문에 서울로 수학여행을 못 가게 되어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학생 대신 아가씨로 주인공을 바꿔 만든 노래가 이 곡이다. “아득한 저 육지를 바라보다 검게 타버린…”이라는 대목은 학생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흑산도 주민들이 풍랑 때문에 뱃길이 막혀 힘들게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요즘 흑산도 주민들의 마음속은 그 노래 말처럼 검게 타들어 가고 있다. 2009년 시작된 흑산공항 건설 문제가 10년째 논란만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1천833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50인승 소형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1.2㎞의 활주로를 확보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재작년 국립공원위원회가 공원계획 변경심의를 보류했다가, 지난달에도 결론을 못 내리고 또 다시 9월로 연기했다.

그 과정에서 찬반 입장이 크게 갈리고 있다. 흑산도 주민들은 생존권이나 다름없는 교통 이동권을 확보하기 위해 공항건설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기다리다 지친 주민들이 얼마 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국립공원 지정 해제를 청원하기까지 했다. 반면 환경단체는 공항건설로 인한 철새 서식지 훼손을 우려하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제 결단해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 다음 달 심의에서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흑산공항을 건설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려주면 좋겠다.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와 서울지방항공청 등 정부기관, 전라남도와 신안군 등 관련 지자체는 국립공원위원회가 요구한 자료를 충실히 제출하여 공항건설의 타당성을 반드시 입증해야 할 것이다.

우선, 흑산도의 실정을 정확히 알려야 한다. 목포에서 배로 2시간 걸리는 흑산도 일대에 4천500여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1년에 120여일은 기상악화로 배 운항이 통제돼 환자가 발생하거나 급한 볼일이 있어도 발만 동동 구르는 처절한 현실을 낱낱이 알려야 한다. 흑산도 주민들도 육지 사람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누리기 위해서는 하늘 길을 여는 것만이 최상책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다음으로, 일부 환경론자들이 걱정하는 철새보호 문제를 위한 다각적인 보완책을 제시해야 한다. 사업 주체인 서울항공청은 이미 철새 대체 서식지 6곳을 조성한다는 대안을 발표한 바 있다. 만에 하나 철새가 비행기와 부딪쳐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기술적으로 충분히 대비할 수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덧붙여 “철새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섬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역지사지의 자세로 접근해줄 것을 진지하게 호소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국내외 관광객들의 섬 항공관광 수요와 경제적 파급효과를 정확히 추계하여 제시해야 한다. 흑산도는 전남의 미래가 걸린 해양관광을 선도하는 전진기지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품 섬 관광지인 흑산도·홍도 일대에 소형 비행기가 운항하게 되면 서울에서 흑산도까지 1시간 거리로 접근성이 크게 향상된다. 날씨 때문에 발이 묶이거나 기상악화로 인한 안전사고에 대한 걱정도 덜게 된다. 특히 무안국제공항 정기노선 확대로 전남을 찾는 일본·중국·동남아 관광객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인데, 소형 비행기를 타고 섬을 방문하는 체험은 경쟁력 있는 상품이 될 것이다.

흑산공항 건설을 둘러싸고 빚어진 그간의 논란은 옥동자를 낳기 위한 산고라고 생각한다. 동해상에 위치한 울릉도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지 않아 큰 논란 없이 공항건설 계획이 확정되었고 올해 안에 착공한다. 흑산도 주민들의 소원대로 흑산공항도 차질 없이 건설돼 늦어도 2022년에는 흑산도 하늘에 비행기를 띄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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