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 이송 중 사고 낸 구급대원 ‘무혐의’

경찰 “부검결과 사인과 교통사고 간 인과관계 없어”

응급환자 이송 중 신호위반으로 사고를 내 입건됐던 119구급차 운전자가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됐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광주시 소속 구급대원 A(38)씨를 수사한 결과 ‘혐의없음’으로 판단돼 검찰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일 오전 11시께 광주 북구 운암동의 한 교차로에서 신호를 위반하고 직진하다가 다른 방향에서 달려오던 승합차와 충돌하는 사고를 냈다. 당시 구급차에는 음식물이 목에 걸려 호흡과 맥박을 잃은 김모(91·여)씨가 환자로 실려 있었다. 심정지 상태에서 사고를 겪은 김씨는 병원으로 옮겨진 지 1시간 만에 숨졌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구급차와 소방차는 긴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신호·속도위반을 할 수 있지만, 인명사고가 나면 면책권이 사라지므로 운전자는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신호를 위반하다가 사고를 낸 A씨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경찰은 A씨의 혐의를 확정짓기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숨진 김씨가 고령인데다가 사고 당시 심정지 상태였던 만큼 정확한 사인 규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부검 결과 김씨의 사인은 ‘기도 폐색성 질식사’로 밝혀졌고, 경찰은 부검감정서와 구급일지, 스마트의료지도영상, 진료기록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김씨의 사망원인이 A씨가 낸 교통사고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한편 이 사고 이후 차에서 튕겨 나간 구급대원들이 아픈 몸을 이끌고 김씨를 치료하는 모습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되며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구급차 사고 시 구급대원을 처벌하지 말자’는 취지의 국민청원이 수십 건 올라오기도 했다.

김씨의 유족들 역시 “사고 때문에 구급대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기를 바란다”며 A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김영창 기자 seo@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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