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 일부 의원들 ‘적폐’ 여전
한비야 특강에 참석 자기 소개로 30분 까먹어
“의원들 때문에 시간 뺏겨 기분 나빴다” 분통
서구 관계자 “불필요한 의전 줄이는데 노력중”

광주 서구의회 전경.

최근 ‘광주광역시 서구청 명사 초청 특강’ 행사에 내빈으로 참석한 서구 일부 의원들이 전체 강의 시간 가운데 수십분을 자기 소개하는 데 할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여전히 적폐가 청산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평소 접하기 힘든 유명인사들의 강의를 듣기 위해 행사에 참여했던 일부 시민들은 “주객이 전도됐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광주 서구와 서구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국제구호전문가로 유명한 한비야씨는 지난달 24일 ‘당신에게 보태는 1그램의 용기’ 란 주제로 서구청 2층 회의실에서 서구민 대상 특강을 했다. 이날 특강 현장엔 서대석 서구청장을 비롯해 10명의 서구의원들과 시민 350여명이 참석했다.

당시 서 구청장과 서구의원들은 특강이 시작 되기 전 행사 순서에 따라 특강에 참석한 시민들을 향해 자기소개와 인사말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 구청장은 강의 시간을 최대한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 30초 가량 짧은 인사만 하고 내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구의원들은 한명 씩 호명된 순서대로 나와 짧게는 2분에서 최대 5분 가량 자기 소개와 함께 인사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래 예정돼 있던 전체 강의시간 1시간 30분 중 30분 이상이 의원들 소개와 인사말로 소비된 것이다. 사실상 시민을 위한 행사가 의원들의 ‘얼굴 알리기’ 용으로 활용(?)된 셈이다. 한비야씨 강의를 듣기 위해 참석한 많은 시민들은 엉뚱한 서구의원들의 말만 들은 꼴이 됐다. 결국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될 예정이던 강의도 뒤로 늦춰졌고, 일부 시민들은 강의를 다 듣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서구의원들의 이 같은 구태는 과거 민선 6기 시절부터 이어진 잘못된 관행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서구 관계자의 설명이다. 당시 구 행사가 있을 때마다 의원들은 관례적으로 참석했는데 만약 실수로 참석 의원들 중 일부의 소개가 빠질 경우, 해당 의원들은 서구 집행부 혹은 행사를 주관한 의회 의장에게 거센 항의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고자 서구는 행사 때마다 참석 의원들을 일일이 소개했고, 이것이 현재 관례로 굳어졌다는 것이다. 지난 달 26일 진행된 서구 서창 만드리 행사에서 관람객의 거센 항의에도 불구하고 의장이 참석 의원 전원을 긴 시간 할애해 소개한 것 역시 이러한 배경이 밑바탕이 됐다는 의견이다.

배려없는 서구의원들의 ‘갑질’식 구태 의전 행태에 시민들의 불만도 높다. 광주광역시 민원게시판에는 “한비야 강의를 듣고 싶어 왔는데 서구 의원들이 자신들을 소개한다며 30분 이상을 사용했다. 강의와 상관도 없는 의원들 때문에 시간을 뺏겨 기분이 나빴다”는 비난의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서구 한 관계자는 “사실 의원들이다 보니 자신들을 알리기 위한 활동에 나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며 “다만 이번 논란처럼 불필요한 의전으로 인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볼일이다. 현재 불필요한 의전을 축소하려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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