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이색 종목>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는 총 40개 종목에서 금메달 465개가 걸려있다. 이 가운데 이색 종목들도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열성 스포츠 마니아들도 고개를 갸웃갸웃할 정도다. 브리지와 카바디가 대표적이다. 두 종목의 특징을 살펴본다.

■52장 플레잉 카드 게임 ‘브리지’

치열한 두뇌 싸움…스포츠 여부 논란

역대 최고령인 80세 선수 출전…한국 미출전 유일 종목
 

브리지에 사용되는 52장의 플레잉 카드.

52장의 플레잉 카드로 치열한 두뇌 싸움을 벌이는 브리지(Bridge)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에 편성됐다. 경기를 치르는 데 필요한 최소 인원은 4명이며, 테이블에서 마주 보는 두 명의 선수가 한 팀을 이뤄 13장씩 카드를 나눠 가지면서 경기는 시작된다. 카드를 한 장씩 뽑아 딜러를 정한 뒤 으뜸패를 결정하기 위한 입찰(Bid)을 진행하고, 이후 딜러의 왼쪽에 앉은 사람이 카드를 한 장 내놓으면 나머지 3명은 같은 문양에 맞춰 카드를 내야 한다.

이때 가장 높은 숫자를 낸 사람이 4장의 카드를 가져가게 된다. 이런 식으로 모든 카드를 소진하면 미리 정한 계약 내용에 따라 점수를 계산해 승자를 결정한다. 이번 대회 브리지는 남자 페어·단체, 여자 페어, 혼성 페어·단체, 슈퍼 혼성 단체 등 6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직접 몸으로 뛰는 종목이 아니다 보니 선수의 연령이 높은 게 특징이다.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의 대부분이 50대 이상이며, 여자 페어에 출전하는 리타 초크시(인도)는 1938년생으로 올해 80살이다. 이는 역대 아시안게임 최고령 기록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 40개 종목 가운데 브리지에만 유일하게 선수단을 파견하지 않는다.

1993년 창립한 한국브리지협회(KCBL)가 한국 내 브리지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저변이 아직 부족하다 보니 소수의 애호가만 즐기고 있다. 아시안게임 등 국제 종합대회 출전을 원하는 종목단체는 대한체육회에 가맹해야만 한다. 국내 브리지 관련 단체 가운데 대한체육회 가맹을 완료한 곳은 없으며, 이번 대회에도 자연스럽게 선수단을 파견하지 못한다. 한국브리지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브리지 게임을 즐긴 사람은 안중근 의사의 조카딸인 안젤라 안 씨다.

국내 사교계에서 소수의 사람만 즐기던 브리지는 최근 들어 동호인의 수가 늘어가는 추세지만, 스포츠로 인정받으려면 갈 길이 멀다.

브리지가 폭넓게 인기를 얻고 있는 서양에서도 이 종목이 스포츠인지, 아니면 단순한 카드 게임인지는 논란이 끝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2015년에는 영국에서 브리지를 스포츠로 인정해달라는 소송이 벌어지기도 했다./연합뉴스

■코트 위의 술래잡기 ‘카바디’

인도 전통놀이서 유래…공없는 피구 연상

90년부터 정식종목…4년전 한국 첫 동메달 안겨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카바디 준결승전 한국과 인도의 경기 장면./연합뉴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전체 40개 종목을 인지도 순으로 줄 세운다면 맨 뒤에는 아마 ‘카바디’가 서게 될 것이다. 이름조차 생소하고 구기인지 격투기인지 감도 안 잡히는 종목이지만 이미 1990년부터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치러졌고, 4년 전 한국에 첫 동메달을 안기기도 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도 우리나라는 남녀 카바디 대표팀을 출전시켜 동반 메달을 노린다. ‘숨을 참는다’는 뜻의 힌두어에서 유래한 카바디는 인도의 오랜 민속놀이를 변형한 종목이다.

경기 방식은 술래잡기나 공 없이 하는 피구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10mX13m(여자 8mX12m) 규격의 코트에서 각 팀 7명씩의 선수가 진영을 나뉘어 선다. 공격권을 가진 팀에서 ‘레이더’로 불리는 선수 한 명이 상대 코트에 들어가 ‘안티’로 불리는 수비 선수들을 터치하고 돌아오면 득점하는 방식이다. 터치 1명당 1점이며 손발을 모두 써도 된다. 이때 레이더는 상대 코트로 들어간 순간부터 나올 때까지 ‘카바디! 카바디!’라는 구호를 또렷한 소리로 쉼 없이 외쳐야 한다. 이렇게 구호를 외치는 것을 ‘칸트’라고 하는데 구호를 멈추면 ‘칸트 아웃’돼 점수와 공격권을 내준다.

30초간 공격이 끝나면 상대 팀에 공격 기회가 넘어간다. 7명의 선수 중 어느 선수가 레이더로 나설지는 팀의 전략이다. 공수를 번갈아 전후반 20분(여자 15분)씩 경기해 점수가 높은 팀이 이긴다. 거친 몸싸움이 있기 때문에 격투기 종목처럼 계체하고, ‘용의 검사’도 한다. 이번 대회부터 체중 상한이 상향돼 남자 85㎏, 여자 75㎏까지 출전할 수 있다. 손톱이 길거나 반지, 시계 등 금속을 착용하면 안 된다.

남자는 1990년, 여자는 2010년에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이 됐는데, 종주국 인도가 정상을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한국은 2010 광저우 대회부터 출전해 2014 인천 대회에서 남자가 동메달, 여자가 5위를 했다. 2007년에야 대한카바디협회가 설립된 짧은 역사와 실업팀 하나 없는 얕은 저변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이번 대회에선 남녀 모두 메달을 노리고 있다./연합뉴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