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하려거든 떠나라!

정용식(남도일보 상무)

정용식 남도일보 상무
# 독수리 오형제

임명직을 맡아 열정을 다하는 것은 쉽지 않다. 눈치 볼 영역이 많아 소신 있고 튀는 행동은 더더욱 쉽지 않다. 이것저것 한다고 설치다간 안일함에 젖은 직원들과 갈등하고 괜히 감독기관과 언론의 좋은 먹잇감이 되기도 하니 그저 좋은 것이 좋은 것이려니 관례대로 일하다 가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그러나 광주의 미래가 달린 절박함에 선택받은 독수리 5형제가 있다면! 그럴 여유가 없을 것이다. 이진식, 최권행, 이기표, 이병훈, 남요원. 그들 이야기다. 남도가 겪어온 소외와 애환을 알기에 그들에게 뜨거운 열정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당장 직무대리 이진식, 대통령 소속 아시아 문화 중심도시 조성위원장 최권행, 아시아문화원장 이기표, 광주시 초대 문화경제부시장 이병훈, 며칠전에 임명된 청와대 문화비서관 남요원까지 올 3월부터 8월까지 임명받은 이들 5인이 해야 할 일은 하나다. 바로 지역적 소외를 극복할 방안으로 강구된 ‘광주문화수도’를 완성시켜가는 일이다.

# 시간은 없고 숙제는 많다.

최대의 문화 프로젝트 ‘아시아문화중심도시!’ 2004년 노무현대통령이 시작하여 2023년까지 20년간 5조 3천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장기 국책사업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기관과 자본과 인력을 분산시켜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충청도에 행정수도, 부산에 물류수도, 광주에 문화수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예술과 인문, 과학기술의 융복합을 기반으로 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 성장 동력의 발원지이자, 도시 발전의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계획보다 5년 늦은 2015년 말 ‘아시아 문화전당’ 건물하나 개원하고는 진척이 없다. 1조 4천억원이 전당건립과 운영비로 사용됐으나 전체예산의 75%는 여전히 국고에서 잠자고 있다. 개관된 지 3년이 지나도록 전당장 하나 선임 못한 문화전당은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나지 않아 시민들의 기대는 고사하고 벌써 애물단지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고, 지역 발전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 조성사업은 이명박 정권 이후 10년 동안 올스톱 되었다. 지역 문화생태계는 고사 직전이고, 문화산업 경쟁력은 전국 최하위 권이 되었다. 5대 전략 콘텐츠의 집중 육성을 통해서 문화 산업을 발전시킨다는 구상도 공허해져 나주로 내려온 문체부 산하기관들과 시너지 효과도 낼 수 없었다.

2018년 8월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조성 종합계획’ 수정안이 발표되었다. 과거에도 계획은 있어 왔지만 문제는 실천이었다. 천덕꾸러기 취급했던 이명박근혜 정권 10년과는 달리 문재인 정부의 실행의지에 대한 믿음도 있고 기대감도 크다. 그러나 벌써15년. 사업기간의 4분의 3이 지났다. 시간은 없고 여전히 우리가 함께 풀어야할 숙제는 쌓여 있다. 과거처럼 청와대의 일거수 일투족에 눈만 맞추고 있을 순 없다.

# 광주다움과 혁신의 지혜를!

지역발전 추진 동력이자 도시 경쟁력의 원천이 되어질 ‘광주 문화수도’를 만드는데 독수리 5형제의 역할은 절대적이고 그만큼 거는 기대도 크다. 다시 활기를 찾게 된 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에 목숨을 걸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역사에 죄를 범하는 것이다. 자리만 지키려거든 지금 나가는 것이 고향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지 않을까? 2023년까지 6년간 3조 9450억이 투입되는 조성사업 계획의 성공적 추진, 수익모델을 만들어갈 ‘한국문화기술(CT)연구원’ 설립, ‘인공지능기반 과학기술 창업단지’ 조성 등 굵직한 현안과, 문화전당과 아시아 문화원의 이원화된 운영체계 개선, 전당운영 활성화 등 시급하고 해묵은 과제들이 앞에 있다. 창밖을 통해 덩그러니 서 있는 아시아 문화전당, 도청 복원 농성천막, 그 주변의 흉물스럽게 남겨진 전일빌딩을 바라본다. 우리지역 내부의 견해차이, 이해당사자간의 불신, 문화중심도시사업을 문화예술인들의 전유물 정도로 생각하지 않았나라는 자기 성찰도 해 본다.

민선7기 광주시 공무원들에게 요구했다는 ‘광주다움과 혁신’이 광주 문화수도를 푸는 또다른 키워드가 아닐까? 기회가 왔다. 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중앙정부~광주시~시민사회의 새로운 협치 구축은 ‘광주다움’이요, 로드맵을 만들고 계획을 실행으로 옮겨가는 것은 독수리 5형제의 열정에 기반한 ‘혁신’적인 협업으로만 가능할 것이다. 모두가 독수리 5형제를 지켜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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