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의 두 대학이 없어진다면

윤종채<본사 동부취재본부 취재국장>

전남지역 대학은 22개 시·군 중 10개 시·군에 모두 20개가 있다. 5개시에는 모두 대학이 있다. 목포에는 국립인 목포대와 목포해양대, 사립인 목포가톨릭대와 목포과학대 등 4개로 가장 많다. 여수에는 전남대 제2캠퍼스와 한영대, 순천에는 순천대와 순천제일대·청암대, 광양에는 한려대와 광양보건대, 나주에는 동신대와 광주가톨릭대·고구려대가 각각 있다.

그리고 영암에 세한대와 동아보건대, 무안에 초당대, 영광에 영산선학대, 담양에 전남도립대, 곡성에 전남과학대가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광양에 있는 한려대와 광양보건대가 지난달 교육부가 발표한 ‘2018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아 재정지원제한 대상으로 분류됐다. 특히 두 대학은 지난해 9월 있었던 1단계 진단에 이어 이번에도 재정지원제한대학 II유형에 속해 정원감축(일반대 35%·전문대 30%) 권고, 정부 재정지원 전면 제한, 신·편입생 국가 장학금 및 학자금 대출이 불가능하게 돼 폐교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두 대학이 문을 닫게 되면 광양은 전남도내 5개 시 가운데 유일하게 대학이 없게 된다.

이 같은 비보가 전해지자 두 대학 구성원을 비롯해 광양시와 시의회, 시민단체 등 지역사회는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예상됐던 결과지만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된 것에 대한 아쉬움과 폐교 위기에 대한 우려가 교차하는 모양새다.

학교법인의 비리나 부실로 사랍대학이 폐교되면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사회적 타격이 만만찮고, 학생과 교직원 등 구성원들은 엄청난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현실적으로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학생과 교직원들의 신변처리 문제다.

이 가운데 학생들은 인근 대학에 특별편입학을 추진하지만 강제 규정이 없어 얼마나 편입학을 할지 예측할 수 없다. 폐교를 떠나 정상적인 대학으로 옮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은 천만다행이다. 하지만 인근 대학들이 갖가지 어려움 탓에 받아주지 않으면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것이 문제다. 가까운 대학이 아니라 먼 지역의 대학으로 가는 경우 엄청난 생활비 부담이 따른다. 심지어 새로이 편입한 대학에서 차별을 받기 일쑤다.

교직원은 더욱 비참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폐교 후 신변정리에 대한 아무런 법적 규정이 없기 때문에 학교가 문을 닫으면그냥 실업자 신세가 돼 실직의 고통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노력으로 다른 대학으로 옮길 수는 있어도 교육부의 폐교절차 진행에 있어서는 아무런 고려사항이 없다. 교직원과 재단 간의 문제이지 정부 차원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부실대학에서 부실한 것은 사학 소유주와 비호세력이지 학생과 교직원이 아니다. 그런 대학에 입학하거나 취직했다는 이유만으로 죄 없는 학생, 전문성을 갖춘 교원, 성실한 직원이 입는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지난 6월 치러진 강원도 동해시장 선거 쟁점 중 하나는 한중대 폐교였다. 인구 9만 명 남짓한 동해시에서 젊은 인구 수천 명이 빠져나간 것에 대한 책임문제가 거론된 것은 대학과 젊은 인구가 지역 발전에 중요하다는 것을 지역민이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한중대는 폐교 과정에서 의과대학 존폐 문제로 여론의 관심을 받았던 전북 남원시 서남대와 달리 ‘조용히’ 사라지고 말았다. 학령인구 급감으로 앞으로 한중대, 서남대처럼 지방 중소도시에 소재한 부실 사립대학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지역은 쇠퇴할 것이다.

따라서 한려대와 광양보건대가 폐교 수순을 밟게 되면 지역경제에 끼치는 여파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학생수 급감으로 대학가 주변 원룸촌의 공실률이 높아지는 등 상권도 쇠락하고 있다. 보건 분야 인재들도 외지로 유출되고 있다.

한때 3천500여명이 다녔던 광양보건대는 올해 재학생이 1천500여명으로 대폭 줄었으며, 한려대는 600여명에 불과하다. 대학 측은 학생과 교직원들이 지역에서 숙박과 식비 등으로 사용하는 금액이 연간 248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는데 ‘2018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로 정원 감축에 폐교 얘기까지 거론되면서 상권은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학생 수가 급격하게 줄면서 광양읍 덕례지구의 원룸 149개동 2천254실 가운데 63%가 비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보니 원룸 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입주자 대부분이 학생이어서 대학이 정상화되지 않고 폐교 수순을 밟게 되면 공동화 현상도 우려된다.

광양시와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지역사회는 앞으로 덕례지구 원룸촌 등 상권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한려대·광양보건대 부지와 건물은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무엇을 유치할 것인가? 멀리 보고 깊이 있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