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전남교육청 농산어촌 교육 활성화 포럼>
“농산어촌 교육, 협력과 다양화로 전환을 모색하다”
15일 교육계 전문가들 한 자리 모여 대안 제시
떠나는 농촌에서 돌아오는 농촌으로 인식 전환
자연친화적 환경은 훌륭한 교육여건 될 수도
 

출산율 저화와 맞물려 큰 위기를 맞은 농산어촌. 평등한 교육 기회마저 보장되지 않는 농산어촌 교육의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하는 포럼이 지난 15일 전남교육청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전남도교육청 제공

농산어촌 교육이 위기다. 농산어촌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이 적어지면서 학교는 문을 닫고, 그마저 있던 학생들도 더 낫은 교육을 위해 도시로 떠나가고 있다. 심지어 우수한 교원들이 정주여건을 이유로 농산어촌을 외면하면서 도무지 농사어촌의 교육여건이 낫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평등한 교육에서 인재가 고루 나오는 법. 교육계 전문가들이 농산어촌 교육 활성화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그것도 농도 전남에서 이뤄진 포럼에서다. 이들은 연중 무휴학교 운영과 거점학교 육성 등 다양한 대안을 통해 농산어촌 교육이 탈바꿈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포럼에 참가한 전문가들의 주제발표를 지상중계한다.

 

이병환 순천대 사범대 교수.

◇농산어촌교육의 현실=농산어촌교육은 중대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구조는 점차 서구사회에 서 볼 수 있는 역삼각형의 형태를 띠고 있어서 적극적인 인구부양 정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국가 전체 적인 출산율 감소는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를 가져와서 미래의 국가 발전에 중대한 걸림돌이 될 것이 예견되고 있다. 더구나 농산어촌의 경우 전국적인 출산율 저하와 맞물려 가임기 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이 농현상이 동시에 가속화 돼 그 심각성이 도시지역에 비할 바 못된다.

이같은 이유로 농산어촌 지역 학생 수의 절대수가 소규모 학교를 적정규모 학교로 전환해 교육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열악한 환경에 있는 학생들에게 질 높은 교육이 제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의 소규모 학교는 선진국처럼 교육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고 학교 외적인 조건들이 악화되면서 학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소규모 학교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들 학교를 경영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소규모 학교는 학생 수가 너무 적어 정상적인 교육과정이 진행될 수가 없어 학생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인 학습 권이 침해받고 있는데, 예컨대 학생 수가 적은 초등학교의 경우 교사 한 사람이 2~3개 학년을 동시에 가르치는 복식수업이 이루어지다 보니 수업의 질 저하와 수업결손이 발생하게 되고 중·고등학교의 경우 적정 교사수가 확보되지 못하여 전공 외 교과지도로 수업의 질이 떨어지며 다양한 선택 교과목 개설도 어렵다.

교육여건이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농촌지역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을 위한 교육정책은 도시보다 훨씬 적극적인 입장에서 강구돼야 한다는데 이견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교육의 기회 균등이란 교육에 투입되는 인적·물적 자원 및 교육환경, 교육과정 요인이 균등하게 보장될 때 확보되는 것이다. 자녀의 교육문제로 대도시로 떠나는 것은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으며, 이제 ‘떠나는 농촌에서 돌아오는 농촌’으로 국민적 인식의 전환을 가져올 필요가 있다. 교육의 본질 구현이라는 측면만 본다면 농어촌의 자연친화적 환경은 오히려 훌륭한 교육여건이 될 수도 있다

 

서길원 경기도교육청 교육국장.

◇농산어촌교육 활성화 개선방안=2000년대 초 남한산초에서 시작한 교사 주도의 아래로 부터의 작은학교 운동은 자생적 학교혁신 운동으로 발전하며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새로운 학교 혁신운동 방안을 제시했다. 이 시기에 학교혁신을 주도한 조기 혁신자 그룹은 비슷한 시기 시작한 학교자율화 정책을 적절히 활용하며 기존 체제 내에서도 특정한 혁신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제시했다. 또 변화에 대한 기존 체제의 저항이 현저히 약화됐다는 메시지를 추종 동참자에 전달하게 된다.

그러나 개별학교 중심의 연대는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고 정체성을 강화함으로써 혁신의 확산에 공헌할 수 있었지만 동시에 참여와 연대의 대상과 외연을 제한적으로 규정함으로써 혁신의 광범위 한 확산을 이루기 어려운 한계를 동시에 갖게 됐다. 이러한 과제는 2009년 민선 교육감의 탄생과 함께 혁신학교를 제도화함으로서 동형화이론과 같은 제도주의적 접근을 통해 학교혁신의 광범위한 확산과 가속화 방안을 찾게 된다.

2014년 민선 교육감시기에는 혁신학교의 전면적인 확산과 일반화를 위한 혁신공감학교의 도입과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구축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학교혁신 정책은 개별학교를 단위로 하는 일반화 정책으로서 지역과는 단절되는 한계를 낳고 있다.

민선 4기의 혁신교육의 과제는 혁신학교의 지속 가능성은 학교 일반화 모형에서 지역 단위로 하 는 혁신과제 설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지역적 특수성이 강한 농촌학교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한국의 학교는 주기적인 이동이 제도화된 유일한, 학교체제로서 혁신학교의 가치와 인식 그리고 성 공적 경험이 집단적인 형태로 유지되고 학교 역량으로 축적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첫째, 단위 학교의 학습공동체 활성화는 물론 학교 간 협력과 연대를 촉진하 는 활동을 통해 지역 차원에서 학교의 실천을 성찰하고 지역화, 특성화가 이뤄져야 한다. 둘째, 학교 울타리를 넘어 지역과 교육생태계의 혁신을 이끌 수 있는 다원적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 일반화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와 행정 혁신을 통한 위로부터 강력한 변화와 아래로부 터 변화를 촉진하는 정책적 뒷받침돼야 한다.

 

윤일호 작은학교 교육연대 교사.

◇“제도를 바꾸면 가능하다”=처지마다 달라서 다소 불편한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상생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농산 어촌 작은학교가 살길을 찾기 위한 노력이라 여겨주시면 고맙겠다.

각 학교 업무분장표를 보면 교장은 ‘통할’, 교감은 ‘관리’로 돼있는 학교가 대부분이다. 요즘 새로운 문화에 맞춰 교감이 더 많은 업무를 맡아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사실 일반적이지는 않다.

한때 북유럽 열풍이 불었을 때 많은 교장, 교감과 장학사들이 북유럽 학교를 방문했다. 아이들이 자신의 의견을 펼치며 토론수업을 한다느니, 수업이 자유로우면서도 배움 성장이 있다느니 하면서 다녀와서는 교실 수업을 중심으로 보고 듣고 이야기를 했다. 교사들이 변해야 한다더라. 물론 충분히 귀한 이야기이고, 배울 점은 배워서 우리 수업을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한 가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북유럽의 많은 학교 교장과 교감 선생님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교사들이 그런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어떻게 지원하고 역할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아직도 북유럽 학교를 갔을 때 생생하게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바로 교장실이었다. 화려하고 큰 우리나 라의 교장실과는 다르게 북유럽 학교의 교장실은 대부분 아주 좁고, 초라하기까지 했다. 또한 교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모든 학부모 상담을 하고 있었고, 업무처리도 교사들에게 일체 가지 않도록 하루 종일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그곳과 다른 우리의 현실을 어떻게 견주느냐고 하실 분이 계실 것이다. 물론 그분들은 북유럽 교사와 우리 교사의 현실이 다름도 인정하실 걸로 믿는다.

교장과 교감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보고 그에 맞는 역할을 규정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몇 가지 제안을 하자면 우선 교장과 교감도 교사다. 아이들을 만나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구조는 그렇지 않다. 지나가는 말로 “수업 안 하려고 승진했는데 수업을 하라고?”하고 불편하게 생각하는 현실이다. 교장과 교감은 수업을 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담임교사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병가나 연가를 냈을 때도 보강조차 들어가지 않는 분들이 있다. 물론 수업을 해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문제는 이것이 역할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어떤 분은 해주시고, 어떤 분은 안 해주시고 하니 일관성이 없는 게다. 주마다 몇 시간이라도 수업을 해야 한다. 우리는 다 같은 교사이니까.

 

최관현 전남교육정책연구소 파견교사.

◇농산어촌 교육 정체성부터 세워야=언론과 연구기관에서는 ‘지역소멸’을 이야기 하고 농산어촌 소규모학교의 ‘통폐합’은 기정사실화 돼 가고 있다. 한편에서는 4차 산업혁명시대가 도래해 이제 ‘미래교육’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고 관련 예산과 정책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또다른 한편에서는 혁신학교를 확장해 혁신교육지구와 마을교 육공동체를 이야기 하며 많은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지역소멸과 마을교육공동체’, ‘농산어촌학교 해체 와 미래교육’ 농산어촌은 모순된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는가?

과거 없는 현재가 없고 미래 또한 없다. 미래교육은 과거로부터 시작해 현재를 지나 미래로 나 아갈 때 튼실하고 지속가능할 수 있다. ICT 기기 몇 대 학교에 더 지원해 주고 소프트웨어 교육 조금 더 한다고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건 아니다. 농산어촌의 미래교육은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기 전에 지나 온 역사를 되돌아보고 현재를 보다 자세히 살펴야 한다. 또 마을 없는 마을 공동체는 공허하고 학교 없는 교육공동체 또한 어색하다. 농산어촌의 마을교육공동체는 다른 나라, 다른 지역의 장미빛 사례가 아닌 현실의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는 첫 걸음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다양한 담론들이 모순된 구조로 대치돼 있는 현재, 농산어촌의 정체성과 특성에 맞게 논의를 재구 성해서 바르게 세워나가야 한다. 흩어져 있는 의제들을 재구성해 통합하고 나아가야 할 길을 명확히 해야 하는 것이다. 마을교육공동체는 농·어촌에 있어 ‘오래된 미래’와 같은 화두일 수 있다. 인간관계와 협업의 문화 속에 ‘공동체’를 이루고 살며 함께 관심 갖고 함께 보살피며 함께 키워 왔던 ‘우리 마을’, ‘우리 학교’, ‘우리 아이들’의 전통을 다시 세워 ‘지역 교육력(마을 교육력)’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농산어촌의 어려 움과 한계를 이야기 하며 떠나는 사람들과 관심들을 다시금 모아 ‘지역 자치적 역량’으로 재구성해 나가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모순으로만 여겨졌던 ‘농산어촌의 마을교육공동체’, ‘농산어촌의 미래교육’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꽃’으로 피어날 수 있다.
/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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