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아주고…덤으로 주며 오가는 명절 인심 ‘듬뿍’

오랜만에 맞은 대목에 상인들 웃음꽃 활짝

팥죽·다슬기탕 등 먹거리 즐길 거리 다양

만남의 장소…100원 택시로 교통 편리

대형마트가 우리 일상 속으로 들어서면서부터 전통시장이 점차 잊혀져 간다. 또 시장상인들은 올 여름 폭염과 대폭 오른 물가로 인해 시장을 찾는 발길이 뜸해지면서 더욱 힘든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추석명절 기간을 앞두고 대목을 맞은 전통시장들이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이에 광주의 말바우 시장과 전남 화순의 고인돌 전통시장을 찾아 사람들에게 잊혀지고 전통시장을 소개하고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의 모습을 살펴봤다.
 

말바우 전통시장의 전경.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

<광주 북구 말바우 전통시장>

광주 북구 우산동에 자리한 말바우 시장은 광주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이다. 말바우라는 지명은 말바우시장 근처에 있는 두암동도 곡식의 양을 재던 말바위가 있었던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끝자리 2, 4, 7, 9일에 장이 선다. 6만 8천712㎡ 규모로 현재 점포 수는 500개가 넘어선다.

◇추석대목 맞아 시장은 ‘웃음’

지난 18일 말바우 시장은 추석 음식을 준비하는 위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주차장을 비롯해 시장 주변 도로도 차들로 즐비했다. 입구부터 길을 따라 시장 안쪽까지 두 손 가득 바구니를 든 시민들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차례상에 올려 질 배와 사과 등 과일을 비롯해 수산물 코너에는 싱싱함을 유지한 생선들이 진열대에 즐비하게 놓여 있었고 방앗간 집에서는 떡과 참기름 냄새가 진동하기도 했다.

시장에서 25년 째 고추장사를 하는 이안심(89·여)씨는 “지난 여름 너무 더워서 장사가 잘 되지 않았는데 그래도 추석은 시장에 활기를 넣어준다”고 말했다.

◇만남의 장소로 자리매김

전통시장은 저렴한 가격에 사고파는 ‘상인과 고객 중심의 장소’라는 의미도 있지만 주민들의 만남과 교류의 장소로서의 정(情)을 선사하는 곳이기도 하다. 실제 시장상인들은 물건을 팔면서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인연을 우연히 마주치는 일들을 많이 봐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15년 째 고깃집 장사를 하는 정문희(64·여)씨는 “고기를 사러 왔다가 10년 전 학교 동창을 만나거나 혹은 학창시절 담임선생님을 만나는 경우를 자주 봤다”며 “시장은 장을 보는 기능도 있지만 만남의 장으로서의 기능도 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말바우 시장에서는 특히 팥죽이 대표 음식으로 꼽힌다.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

◇말바우 시장의 명물 ‘팥죽’

말바우 시장에서는 특히 팥죽이 대표 음식으로 꼽힌다. 말바우시장 팥죽은 다른 지역에선 팥 칼국수라고 부르는 ‘팥죽’과 동그란 찹쌀 경단을 넣은 ‘동지죽’ 두가지로 나뉜다. 팥죽은 기호에 따라 설탕을 뿌려 먹기도 한다. 그래서 시장 내 어느 팥죽음식점을 가든 테이블 위엔 설탕 통이 놓여 있다. 팥죽 가격은 가게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3천 원 선이다.

10년째 팥죽장사를 해온 오모(63·여)씨는 “예전보다 팥죽이 비싸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가격 탓에 어르신들이 많이 찾으신다”며 “시장상인들도 일을 하다 배가 고플 때면 팥죽 한 그릇으로 허기를 달래곤 한다”고 밝혔다.
 

추석 대목을 맞아 모처럼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사진은 지난 18일 전남 화순 고인돌 전통시장에 사람이 북적이는 모습.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

<전남 화순 고인돌 전통시장>

화순 고인돌 전통시장은 화순 지역의 중심 시장으로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는 전통시장이다. 3일과 8일 장이 개설된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농산물과 특산물을 비롯해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을 거래하고 있다. 시장 면적은 10,494㎡의 규모로 점포 수는 공설시장은 79개, 노점 200개 사설점포 50여 곳이다. 종사자는 360여명에 이른다. 화순 고인돌 시장은 화순 군내 중심지에 자리하고 있다. 인근에 화순읍 사무소가 있고, 건너편에는 군내버스터미널이 있다. 또한 시외버스공용정류장도 가까운 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화순 고인돌 시장에서도 단연 다슬기수제비, 민물매운탕 등이 인기다. 이외에도 국밥과 국수, 닭 튀김 등 길거리 음식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18일 화순 고인돌 시장을 찾은 한 노부부가 시장음식을 먹고있는 모습.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

◇화순 고인돌 시장 블랙푸드 ‘인기’

전남 화순군은 건강식자재가 풍부한 산야초와 콩, 검정깨, 오디, 다슬기 등을 활용한 흑두부, 흑염소탕, 다슬기탕, 팥죽 등이 대표적인 블랙푸드 음식으로 맛집거리가 유명하다. 이들 검정 식품에는 항산화 작용에 좋은 안토시아닌 등이 풍부하여 노화 방지와 심장 질환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 입소문이 났다. 이 때문에 화순 고인돌 시장에서도 단연 다슬기수제비, 민물매운탕 등이 인기다. 이외에도 국밥과 국수, 닭 튀김 등 길거리 음식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18일 장날을 맞은 화순시장에는 점심시간을 맞아 출출한 허기를 달래려는 이들로 시장 내 음식점은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화순군 이양면 연화리에 사는 문복임(71·여)씨는 “아침을 안 먹고 와서 시장에서 닭 튀김과 국수를 사 먹었다”며 “한달에 한번 시장에 오는데 시장에 오는 날은 남편과 함께 외식 하는 날이다”고 웃음 지었다.
 

화순 고인돌 시장에서는 시장 상인들과 합의하에 자유롭게 에누리가 자유롭게 가능하다. 사진은 지난 18일 전남 화순 고인돌 시장에서 한 상인이 손님에게 덤으로 밤을 집어주는 모습.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

◇이웃의 정 넘치는 에누리 문화

화순 고인돌 전통시장은 지난해 문화 관광형 시장 현대화 육성 사업에 선정 돼 시설 현대화 작업을 했다. 하지만 전통시장 내에 찾아온 현대화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에누리 문화다. 화순 고인돌 시장에서는 시장 상인들과 협의만 되면 자유롭게 에누리가 자유롭게 가능하다. 이는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많이 찾는 이유기도 하다. 이날 시장에서는 가격을 흥정하려는 손님들과 상인들이 한바탕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다.

25년째 시장에서 인삼과 밤 등을 판매하는 송부근(68)씨는 “아무리 물가가 올랐다 하지만 2~3천 원은 그냥 깎아주고 덤으로 밤 1~2개는 그냥 끼워주기도 한다”며 “방금도 에누리를 해주고 밤을 덤으로 더 줬다”고 밝혔다.

◇100원 택시 등장에 시장 활기

현재 화순군은 대중교통이 운행되지 않는 마을 주민의 교통복지를 위해 지난 2014년 12월 첫 운행을 시작했다. ‘100원 효도택시’의 이용객이 지난해 말까지 10만5천53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형태를 보면 총 4만2천21회를 운행해 전통시장 방문이 4만7천274명으로 가장 많았다. 전통시장 방문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면서 농어촌버스가 운행되지 않는 오지마을 어르신들의 교통복지 증진과 전통시장 활성화에도 크게 이바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상인들은 100원 택시가 전통시장 활성화에 기여를 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두진 화순고인돌시장 상인회장(50)은 “짐이 많은 경우 어르신들이 100원 택시를 많이 이용하신다”며 “100원 택시가 전통시장의 교통의 접근성을 높여주면서 전통시장의 활성화에도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광주지역에는 양동시장, 대인시장, 남광주 시장, 송정5일 시장 등이 있다. 서구 양동의 양동시장은 광주뿐만 아니라 전라남도에서 가장 규모를 자랑하는 전통시장이다. 전국에서 소비되는 홍어의 90%가 양동시장에서 거래되고 있고, 고소하고 바삭한 풍미를 자랑하는 양동통닭은 양동시장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이다. 대인시장은 광주의 중심지인 대인동에 자리한 전통시장으로, 문화와 예술이 접목된 시장으로 유명하다. 송정 5일 시장은 예로부터 농산물 거래가 활발했으며, 한때 전남 서남부지역의 중심상권이었다. 동구 학동의 남광주 시장은 광주지역 대표 수산물 시장으로 유명하다. 특히 남광주 시장은 지난 2016년 부터 개장한 남광주 밤기차 야시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전남은 목사고을 시장, 목포 자유시장, 무안 일로시장, 창평 시장 등이 유명하다. 나주시 청동길에 위치한 목사고을 시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5일 장으로 홍어가 유명하다. 목포 자유시장은 먹거리와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다. 시장 안쪽에 있는 DJ부스에서 DJ가 직접 음악과 재미있는 사연을 들려주기도 한다. 무안 일로시장은 특산물인 양파와 고구마를 비롯한 농산물과 낙지를 비롯한 수산물, 생활에 필요한 잡화를 판매하고 있어 지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다. 담양 창평시장은 대나무로 유명한 담양군의 창평면에 있는 전통시장이다.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창평국밥 골목이 있고,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과 한과, 쌀 엿 같은 전통식품을 주로 판매한다.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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