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180>제10장 의주로 가는 야망

“에그머니나, 도련님 이마가 깨졌어요.”

어린 기생이 놀라면서 안으로 들어가더니 한 숟갈 된장을 떠왔다.

“관둬라. 서방님을 찾아야 한다.”

“우선 이마에 붙이셔요.”

그렇게 말하고 그녀가 정충신의 이마에 찰삭 된장을 갖다 붙였다. 정충신은 머리가 지끈거리고 온 몸이 욱신거렸으나 참았다. 무엇보다 윤인옥을 찾는 일이 급했다. 혼자 집에 들어갈 수도 없고, 윤인옥이 기생과 함께 사라졌다고 고자질할 수는 더더군다나 없었다. 그러니 찾아서 함께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자네 이름이 무엇인가.”

“소선이에요. 소청이가 바로 언니지요.”

“친언니?”

“기방에선 만나면 다들 나이를 따져서 언니 동생 하지요. 저는 소청 언니와 의자매를 맺었어요.”

“그렇다면 행방을 더 잘 알렸다?”

정충신이 어른처럼 따졌다.“윤인옥 나리가 나더러 서방님을 모시라고 하셨어요.”

“주색에 잠기러 나가 여기 온 것이 아니여. 사나이 뜻이 있승개 왔당개. 그 사람, 어디로 간 것이여?”

“찾지 말라고 하셨다니까요.”

그렇게 말한 이상 그의 거처지는 이 어린 기생이 알고 있다는 뜻이다.

“나가 그분을 찾들 못하면 집에 못들아간다니께. 그 꼴 볼 것이여?”

“나랑 함께 지내시면 되지요.”

“뭣이라고?”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이것저것 팽개치고 어린 기생과 놀아난다? 그렇다면 여기 온 이유가 무엇인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윤교리가 그렇더라도 자신은 그래서는 아니되는 것이었다. 물론 윤 교리도 아니되는 일이다. 윤교리를 찾아 고이 집으로 모시고 가야 한다. 그것이 사나이 의리로서 마땅한 일이고, 함께 술먹고 우정을 지키는 일이다.

“행선지를 안가르쳐 주면 소선이 나한티 매를 맞아얄랑개비여!”

소선이 큰 눈을 껌벅거리며 울상을 지었다.

“암만해도 매를 맞아야 쓰겄어.”

정충신이 눈썹을 치켜올리자 그녀는 겁을 먹고 말했다.

“군마들이 모여있는 마방 뒷채에 조그만 살림집이 있어요. 거기에 방을 얻어 함께 살고 있어요. 그리로 가셨을 거여요.”

“마방이 어디쪽에 있는가.”

“시내 건너 통군정 아래쪽 군마청이어요.”

“알았다.”

정충신이 저자거리로 나오자 명군 패거리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강 하나 건너면 요동 땅이니 전부터 그들은 의주 땅으로 건너와 거리를 누비고 있었던 것이다. 평양성 싸움 이래 대동강 이북은 명나라 땅이 된다는 소문이 돌았고,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명의 패잔병들도 강을 건너가지 않고 행패를 부리며 의주땅에 머물렀다. 의주는 벌써 명의 수중에 들어가있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의주는 엄연히 조선의 심장이다. 상감마마가 주석하고 있다면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정충신은 몸이 욱신거리는 가운데서도 그들을 보자 분노가 솟구쳤다. 왜놈 군사도 적이지만 명군도 결코 우호적이랄 수 없었다. 원군으로 들어왔다고 해도 약탈에 부녀자 겁탈을 밥먹듯이 하며 행패를 부리니 백성들이 못살 일이었다.

정충신이 군마청 안으로 들어가서 마방 앞에 이르러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윤 교리 나오시오.”그러자 안에서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 같더니 일시에 멈췄다.

“윤 교리가 안나오면 쳐들어갑니다.”

그러자 잠시후 윤인옥이 겸연쩍은 얼굴로 밖으로 나왔다. 뒤따라 나온 소청이 말했다.

“서방님, 내가 가자고 우겼어요.”

그녀의 변명을 묵살하고 정충신이 엄하게 말했다.

“어서 갑시다. 나 혼자 들어가면 대감 마님한티 개피날 틴디, 고것도 모르고 기생집으로 숨어들었소? 도대체 정신이 있소 없소?”

윤인옥이 댓돌의 신발을 골라 신고 말없이 앞장 섰다. 고샅길로 접어들자 명군 일당이 군마청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그들의 행동이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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