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정 동화작가의 남도일보 월요아침
책, 책, 책, 책을 읽자!
최유정(동화작가)

최유정 동화작가

문득, 책상 위 탑을 이룬 책 더미가 눈에 들어왔다. 출판사에서도 보내주고 근래 내가 사놓은 책들이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방치해 둔 것인지 맨 위 책에는 먼지가 뿌옇게 얹어져 있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게을러진 내 모습에 화도 났다. 그러고 보니 바쁘게 살면서도 마음이 허전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책 때문이었다. 아니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런 모습이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주변사람 모두 너무도 바쁘게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오죽하면 ‘책 한 줄 읽을 시간이 없다’라는 말이 생겨났겠는가? 그렇더라도 내가 느낀 허전함이나 위기감이 ‘시간’ 때문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반드시 섭취해야 할 영양소가 있는 것처럼 ‘책’ 또한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하고 절박한 영양소가 아닐까? 그래서 먼지 쌓인 책을 보고 허전했고 허기졌던 것 아닐까? ‘책 그리고 책을 읽는 행위’의 소중함을 다시 뒤돌아보게 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7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2017년, 연간 성인 8,3권, 학생 28.6권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이것은 2015년 자료와 비교해 볼 때 성인 0.8권, 학생 1.2권이 감소한 수치인데 연간 독서량은 매년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독서량과 독서율이 감소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일이나 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라고 대부분 답을 했는데 “휴대전화 이용” “인터넷 게임”등도 독서를 방해하는 결정적 장애 요인으로 꼽혔다고 한다.

굳이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독서실태조사를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책’이 천덕꾸러기가 됐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책보다 더 재미있는 볼거리가 많아지고 즐길 거리가 많아진 세상이니 말이다. 하지만 “책은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책 자체로 존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프랑스 어느 작가의 말처럼 책은 누가 관심을 갖던 관심을 갖지 않던 인류 문명 과정에서 무한의 생명력을 부여받은 고유한 존재이다. 미술관에 가서 고흐의 그림을 감상했을 때 느끼지 못했던 특별한 감흥을 한 권의 미술 비평서를 읽으면서 느꼈던 체험은 책이 얼마나 고유한 역할을 가지고 있는지 잘 말해준다. 어디 그뿐인가? 미술 비평서를 읽고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안목과 의식의 확장 또한 경험하게 된다.

‘책 그리고 책을 읽는 행위’가 우리에게 주는 이 신비하고도 신이한 경험! 위대한 걸작들이 불멸의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어릴 적, 나는 늘 책을 보는 소녀였다. 현실에선 외톨이, 야단받이로 괴롭고 슬펐지만 안식처인 골방에 들어가 책을 읽으면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졌다. 더 이상 괴롭지도 않았고 슬프지도 않았다. 소공녀, 신데렐라,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나를 위로해줬기 때문이다.

이처럼 책은 나와는 다른 인간, 나와 비슷한 인간의 삶을 들여다보게 해준다. 책을 통해 우리는 타인의 삶, 경험하지 못 한 세계를 경험하게 되고 공감과 위로라는 선물까지도 받게 되는 것이다. 물론 때론 낙담도 하고 실망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더 중요한 것은 공감과 위로, 낙담과 실망을 통해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를 들여다 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과 인간의 삶을 들여다보는 과정을 통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에 대한 사유를 하게 되며 개인의 삶에 대한 답 역시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책은 인생 그 자체다. 책은 어쩌면 물질이 최고의 가치가 되어버린 물질만능의 사회에서 현실에 아랑곳하지 않고 저 혼자 의젓하게 ‘사유’의 편에 서 있는 단 하나의 존재일 것이다.

깊어가는 이 가을! ‘실용과 물질’에 맞서 책과 연대하는 사람이 되어보면 어떨까? 아름다운 연대를 통해 우리 모두의 삶이 풍요로워 질 것을 나는, 확신한다. 멋진 가을! 한 권의 책이 당신 손에 꼭, 꼭, 꼭 들려있길 그래서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길 바란다. 책을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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