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받은 검사와 사법부 신뢰하락

심진석<사회부 기자>

지난 24일 오후 광주지검 5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검찰 국정감사 현장. 막 국감이 시작되려던 찰라 “혹시 000 검사 이자리에~있습니까”라는 말이 국감장에 울려 퍼졌다. 이 질문의 주인공은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었다. 박 의원이 그토록 찾았던 인물은 누구였을까? 그 주인공은 전 광주지검 형사1부장이었던 이정현 검사였다. 회고록을 통해 고 조비호 신부 등 5·18희생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던 전두환 전 대통령을 기소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 검사는 오지 않았다. 다른 곳(법무부 감찰담당관)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배성범 광주지검장의 말에 그때서야 박 의원은 “칭찬의 말을 전하고 싶었다”며 이 검사를 찾은 사유를 밝혔다. 50만쪽에 달하는 명예훼손 관련 자료를 검토해 전 전 대통령을 기소한 이 검사에게 존경과 감사의 말을 해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의 말에 이날 국감 현장에 모인 수많은 이들도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공감의 의미다. 하지만 한편으론 씁쓸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을 한 검사가 그토록 칭찬을 받을 정도였나 해서다. 사법부를 향한 믿음이 이 정도까지 떨어졌다는 방증은 아닐까.

사실 이날 열린 국감장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도 ‘사법부 신뢰 하락’이었다. 굳이 최근 불거진 양승태 대법관의 재판 거래 의혹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미 국민들의 사법부를 향한 불신은 묵은지(?)가 된지 오래다. 국민 법감정은 무시한 봐주기식 검찰 조사와 자의적 잣대로 이뤄진 법원 판결을 수십년 경험한 탓이다. 권위란 스스로 지키는 것이지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지켜줄 수 있는 산물이 아니다. 사법부 스스로 뼈를 깎는 자정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2, 제3의 이정현 검사가 나타나도 국민들이 당연스레 받아들일 정도로 말이다.
/mourn2@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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