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곳 중 67곳 스프링클러 설치 無·소화기도 부실
광주 고시원도 화재에 취약 안전 불감증 ‘여전’
167곳 중 67곳 스프링클러 설치 無·소화기도 부실
고시생들 “남일 같지 않아…울며 겨자먹기식 이용”
“서울에서 발생한 고시원 화재가 남일 같지 않네요. 우리도 불안해 죽겠습니다.”
최근 서울 종로구 고시원 화재로 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광주 지역 내 고시원에서 거주하는 한 이용객들이 이처럼 불안감을 호소했다. 유사 사고에 자신들 역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12일 광주광역시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일대. 이곳은 경찰·공무원 학원과 영어학원 등이 밀집된 지역으로 고시생과 학원생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수많은 학원가들 사이로 고시원이 자리잡고 있었다. 한 고시원을 들어가 보니 사람 한명이 족히 통과될 수 있을 정도로 복도 통로는 비좁았다. 자칫 화재시 비좁은 통로로 인해 사람이 뒤엉켜 더 큰 인명피해를 일으킬 정도였다. 또 비좁은 복도 통로를 벗어나 부엌 한켠에는 낡은 소화기만 있을 뿐 스프링클러가 설치 되지 않았다. 더욱이 화재시 비상탈출구 주변에는 청소도구 등으로 가로 막혀 있었다.
고시원 주인에 따라 방을 들어가보니 족히 사람 한명이 누울 수 있을 공간이 나왔다. 하지만 이곳엔 화재발생시 초동 진화에 사용돼야 할 소화기 조차 없었다. 고시원 관계자는 “스프링클러 설치는 없지만 화재 발생시 화재경보기가 있다”고 변명했다.
그러나 소방청 다중이용업소 안전관리기준 특별법 등에 따르면 2009년 7월 8일부터 다중이용업주 및 다중이용업을 하고자 하는 자는 영업장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소방시설등 및 영업장 내부 피난통로 그 밖의 안전시설을 행정안전부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간이 스프링클러 설비를 설치·유지해야 한다. 의무 규정 조차 지키지 않은 셈이다. 문제는 이처럼 규정을 지키지 않은 고시원이 이 한 곳의 문제는 아니란 점이다. 실제 북구 용봉동 학원 일대뿐 고시원 뿐 아니라 동구 등 다른 지역 고시원들도 마찬가지 였다. 낡은 간판속 오래된 고시원으로 들어가보니 비상문은 커녕 소화기 조차 배치되지 않았다. 물론 스프링클러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소방청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관련법규 시행 이후 광주지역 내 고시원 167곳 중 100곳은 스프링클러가 설치가 됐지만 67곳은 여전히 설치가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고시원에서 거주하는 대학생 김모(27)씨는 “최근 뉴스를 통해 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사람이 죽는 등 화재 위험성의 심각성을 깨달았다”며 “그러나 방안에는 스프링클러도 없고 소화기도 오래 된 것 같아 화재가 발생하면 나 역시 그 피해자처럼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광주·전남 소방당국은 서울에서 발생한 고시원 화재와 관련해 지역 내 고시원에 대한 소방특별조사와 안전대책 수립에 나섰다. 12일부터 지역 내 고시원을 상대로 위험요소 파악에 나섰으며, 관련 안전대책을 논의한다.
/김영창 기자 seo@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