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소고
윤영선(광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윤영선 센터장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을 조금만 살펴보면 정부가 우리나라 경제 상황에 대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누구나 알 수 있다. 경제성장이론 중 하나는 슘페터(Schumpeter)가 주장했던 ‘혁신’이론이다. 슘페터에 따르면, 경제적 관점에서 혁신이란 기존 경제 중심이 다른 궤도로 옮겨 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생산수단의 새로운 결합, 창조적 파괴 과정이 발생하면서 경제는 성장한다. 그러므로 정부가 혁신성장을 내세운 것은 경제성장에 대한 의지의 표현이다. 또한 소득주도성장은 ‘19대 총선’과 ‘18대 대선’ 당시에 주장했던 노동소득분배율 인상, 복지확대를 통한 가처분 소득 증대, 정부 투자 일자리 창출 같은 경제 민주화의 철학을 반영하고 있다.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주장하는 것은 경제성장과 더불어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축하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이렇게 두 가지 정책은 성장과 분배를 상징하지만 상호 보완적 성격을 갖고 있다.

최근 야당 의원들은 현 정부가 경제성장은 나 몰라라 하고 분배만 강조한 나머지 경기가 어려워졌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잠재성장률 하락과 경기위축은 이미 17대 정부 때부터 예견되었던 것이다. 당시에 수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의 양적완화, 국내 부동산 버블, 가계부채 및 저금리 정책의 심각성을 토로하며, 미국 정부의 출구전략이 시행되면 내수시장의 침체로 이어져 경제성장률이 장기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그 위험성을 지속해서 경고했다. 그럼에도 이전 정부는 친(親)기업 정책을 단행했고, 수출을 위해 통화량을 확대하면서 위기를 점점 키워 오늘날의 경기불안을 조장했다.

이러한 경제적 환경에서 문재인 정부는 아마도 경제위기에 대응하면서 성장을 견인하는 정책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한 고민의 결과가 소득주도성장으로 드러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 환경에서 소득주도성장은 몇 가지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첫째, 우리나라의 노동인구 구조이다. 친기업 정책인 ‘이윤주도성장’의 핵심은 낙수효과이다. 그러나 17대, 18대 정부에서 보듯이 낙수효과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빈익빈 부익부 현상만 가속화되어 사회소비성향은 더욱 낮아졌다. 이러한 친자본적 경제정책의 대안으로 국제노동기구(ILO)는 노동자의 임금 인상을 통해 소비를 촉진하여 경제를 견인하는 이른바 ‘임금주도성장’론을 제안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노동인구는 자영업과 비정규직 비중이 높아서 임금주도성장만으로는 사회소비성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존재한다. 그래서 정부는 교육, 의료, 돌봄 등 각종 복지체제를 통해 경제위기도 대비하면서 가계 전반의 가처분소득을 증가시켜 경제를 견인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기조를 설정한 듯하다.

둘째, 시장의 자율조정에 대한 신뢰성 문제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함에도 불구하고 국내총투자율은 총저축률 보다 현저히 낮다. 저금리 시기에 이렇게 저축-투자갭의 크기가 크다는 것은 사실상 주류경제학의 공리(公理)인 시장의 자율조정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기에는 총수요 진작을 위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데, 소득주도성장이 바로 그것이다.

셋째, 미국의 출구전략을 대비한 내수시장 활성화 전략이다. 미국은 최근 금리를 인상했고 앞으로도 몇 차례 더 인상할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국가 위험도가 높아서 금리가 미국보다 높은 편이다. 만약 미국이 앞으로 금리를 더 인상하면 우리나라도 부득불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 그러면 자영업자와 부채가 많은 가계들은 심각한 경제적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최저임금 인상보다 더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현재는 소상인들과 비정규직의 가처분소득을 보전해 주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제에서 ‘성장’과 ‘분배’ 이 두 가지 개념은 모두 일리(一理)를 이룬다. 말 그대로 ‘일리(一理)’ 말이다. 성장과 분배 모두 경제 구조에 해당되니, 두 가지 중에서 어떤 게 더 중요하고 우선하는지에 대한 논쟁은 정말로 의미가 없다. 생산, 분배, 소비 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작동되지 않으면 그 자체로 경제침체 또는 공항이 발생되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의 경제상황과 노동인구 구조를 감안한다면 성장을 위한 혁신정책과 더불어 소득주도성장을 통한 지속성장 가능한 사회생태계를 만드는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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