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이제 그만…

김영창 <사회부 기자>
지난 9일 서울 종로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사망하자 광주광역시 소방안전본부는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지역 고시원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에 나섰다. 소방안전본부는 지난 12일부터 20일까지 고시원을 대상으로 긴급 소방특별조사, 겨울철 취약지역 안전사고 예방 점검, 화재발생 시 대응 및 소방장비 점검 등을 펼쳤다. 그 결과 74곳 중 67.6%에 달하는 50곳에서 206건의 위법사항이 적발됐다. 주로 소방안전관리자 업무 태만, 노후 소화기 비치·유도등 점등 불량 등 소방시설 불량과 건축물 임의변경 등이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비록 우리지역에서 발생한 고시원 화재는 아니지만 꼭 일이 터지고 나서야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으로 야단법석을 떤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소방본부 뿐만 아니다. 지자체와 경찰, 교육당국 등 대부분 공공기관에서 뒷북행정을 펼치는 것을 우리는 많이 봐왔다. 이 때문인지 고시원 학생과 건물주들도 이번 특별점검에 대해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광주지역 고시원 밀집지역을 취재하면서 만난 학생과 건물주들은 한결같이 ‘보여주기식 뒷북행정’이라며 곱지 않은 눈총을 보였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한 학생은 “이거 어차피 다 보여주기식 아닌가요?”라고 반문하며 “꼭 큰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부산을 떠는데… 그냥 제가 알아서 화재를 피해야죠”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고시원 주인들의 대답도 마찬가지였다. 한 고시원 주인은 “항상 큰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특별점검이니 화재안전대책이니 야단이다”며 “평소에 꼼꼼하게 점검하고 계도하는 모습이 아쉽다”고 꼬집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화재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겨울철이다. 소방본부는 화재예방대책을 철저하게 세워 올 겨울엔 ‘소 읽고 외양간 고친다’는 소리를 듣지 않았으면 한다. 매사에 유비무환(有備無患)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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