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일 남도일보 대기자의 세상읽기

박준일 남도일보 대기자의 세상읽기
이낙연 1위, 스치는 바람이거나 예사롭지 않거나

잠시 스치는 바람은 금세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만 물 위를 스치는 바람처럼, 별을 스치는 바람처럼, 꽃잎을 스치는 바람처럼 우리에게 긴 여운을 주는 그 한 줄기 바람이 모이다 보면 거대한 회오리가 될 수도 있고 강풍이 될 수도 있다.

이낙연 총리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범 진보진영 후보 1위로 올라서면서 정치권과 대중들은 물론이고 호남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호남사람들에게는 김대중 대통령 이후 17대 대선에서 정동영이 야권 단일후보로 나섰음에도 대참패를 겪으면서 호남 출신으로는 절대 정권을 재창출할 수 없다는 패배의식이 가슴 깊이 각인돼 있다.

노무현을 내세운 것도 그렇고 이명박 박근혜를 거쳐 문재인을 내세운 것도 대선 후보만큼은 비호남 출신에서 찾으려는 성향이 강하다. 그런데 여권의 잠재적 대선후보 1순위였던 안희정이 무너지고 이재명과 김경수도 무너져 가고 있다. 여기에 박원순도 채용비리 국정조사가 기다리고 있다. 여권의 강력한 대선 후보군들이 줄줄이 무너지거나 크게 흠집이 나 있는 상황에서 호남사람들에게 이낙연 1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대중 이후 아직껏 호남을 대표하는 포스트 DJ는 없었다. 수많은 호남 출신 정치인들이 나요! 나요! 하며 포스트 DJ를 자처하고 나섰으나 호남의 선택을 받지는 못했다.

차기 대선까지는 아직 3년 6개월이나 남아있는데 벌써 설레발 치는 느낌이 없지 않다. 언론에서는 최근 한두 달 사이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와 이 총리가 대권반열에 합류했다는 분석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정치기사 중 선거 관련 기사만큼 재미있을까. 온갖 시나리오를 나열해도 굳이 오보가 없는 것이 선거 기사다. 그래서 시나리오가 난무한다.

이 총리는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최근까지 재임 1년 6개월 동안 문재인 대통령의 신뢰 속에 관저에서 이른바 식사 정치를 하고 있다. 여야를 넘나들며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의원들의 돌발 추궁에도 순발력 있는 답변으로 사이다 총리라는 애칭도 생겼다. 이런 우호적 환경들이 이 총리의 지지도를 끌어올리는 일정한 매개 역할을 하고 있다. 그가 총리직을 언제 그만둘지 아직 알 수 없으나 늦어도 문 대통령 취임 3년째 접어드는 내년 상반기쯤 그만둘 가능성이 높다고 가정할 때 향후 1년 후가 궁금하다.

그는 현직 전남도지사라는 직책 때문에 탄핵정국에서 선두에 나서 박근혜 탄핵을 주도하지도 않았고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전후에도 내놓고 문 후보를 돕지도 않았음에도 호남의 몫으로 총리에 올랐다는 생각들을 많이 하고 있다. 그렇다고 민주당 내에서 특정 계파를 거느리거나 추종하는 세력이 있어 보이지도 않기 때문에 그가 총리에서 물러나 정치인 이낙연으로 과연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느냐가 관전 포인트다.민주당의 주류인 친노·친문과 어떻게 손을 잡느냐도 관건이다. 특정 진영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모두를 껴안을 수 있는 묘안이 있느냐다.

더구나 범여권 1순위 후보로서의 의미부여는 21대 국회의원 총선이 치러지는 2020년 6월 이후가 될 것이다. 그때까지는 수많은 변수와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집권 여당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느냐다. 현재로서는 이낙연 지지율 1위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에 편승한 것이라는 인식이 많다. 그것은 문 대통령과 함께 일희일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과거 총리들의 대권 도전은 흑역사였다는 점에서 굳이 의미를 둘 필요가 있느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는 국회의원 4선에 전남도지사를 거쳐 총리에까지 올랐다. 다만 정치인 이낙연만의 강한 임팩트가 약하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낙연의 정치력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이 총리가 자신의 미래가치를 끌어올리는 일이기도 하다. 그는 아주 오래전부터 대권 주자로서의 꿈을 꾸고 있었던 것 같다. 전남지사 시절이었던 2016년 10월 12일 기자실에 들러 “대권 도전을 언제 하겠다는 준비는 돼 있지 않지만 만약 부름이 있다면 그에 응할 준비는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공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잠재적 대권 주자에 편입하려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내 입으로 말하기는 이른 단계지만…고민하고 준비하는 건 당연한 책무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대선후보 합류가 확실시되면 검증 지뢰밭이 도사리고 있다. 1차로 그의 정체성에 대한 검증이 요구될 수 있다. 

즉 호남이 요구하고 대중이 요구하는 리더십과 시대정신이 있느냐다. 그는 대중의 선택을 받기 전에 먼저 호남의 선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호남사람들에게는 지금 이낙연의 바람은 스치는 바람같은 것이지만 언젠가는 거대한 바람이 될 수 도 있다는 기대가 섞여있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