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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

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
제2부 제1장 무장의 길 <230>

정충신 유격 척후부대는 산을 더듬어 나갔다.

“전투식량과 조총, 활, 화살을 노획하라. 각기 조를 이뤄 작전을 수행한다. 내 직할은 36명으로 편성한다. 필요한 경우 6명씩 6개조로 나눌 것이다. 조별로 흩어져라.”

조를 편성해 산을 넘자 적병이 네명, 혹은 다섯 명씩 조를 짜 산줄기를 타고 이동하고 있었다. 그중 정탐 주력 사십 여명이 물러가지 않고 이쪽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적병 조가 무사히 이동할 때까지 이쪽을 살피는 중이었다. 그들은 중무장한 정예부대였다.

“일망타진한다.”

정충신이 타격목표를 정하고 명령했다. 정충신 유격부대는 소나무 숲에 몸을 숨기며 적병에게 접근해갔다. 간격이 투창이 도달할만한 지점에 이르렀다. 정충신은 부하들을 정렬시켰다.

“궁수부대 나와라!”

궁수부대가 나왔다.

“쏴!”

화살이 일제히 날아갔다. 적병 몇 놈이 눈밭에 나뒹굴었다. 왜병들이 일시에 조총으로 응사하며 이쪽을 향해 돌진해왔다.

“방패부대 나서라!”

방패부대가 나서서 방벽을 쳤다.

“투창부대 일어서!”

투창부대가 일어섰다.

“투창 날려!”

투창이 일제히 날아갔다. 왜병 몇 놈이 또 고꾸라졌다. 그러자 약이 올랐던지 더 기세좋게 적들이 달려들었다.

“장검부대 나서라!”

장검부대원들이 앞으로 나섰다.

“장검 날려!”

하는데 적병들이 들이닥쳐 육박전이 벌어졌다. 단체전은 불리하지만 개인 육박전은 조선군이 유리했다. 그들보다 키가 반자 정도는 코고, 다리도 길어서 달려드는 놈 장검으로 찌르고 배때지를 내지르면 그대로 나가 떨어졌다. 그러나 아군의 손실도 적지 않았다. 졸개 몇이 적병의 칼을 맞고 쓰러졌다.

“서로 등을 맞대고 달려드는 놈을 쪼사부러라!”

덩치 좋은 조선 병사들이 뭉치니 과연 그 값을 했다.

“고대로 밀어부러!”

적병들이 하나같이 무너지고, 후미의 지휘관만이 남았다. 체념한 듯 적장이 소리쳤다.

“내 목을 쳐라!”

장렬하게 전사하고 싶다는 뜻이었다. 고소원(固所願)이면 불감청(不敢請)인지라 정충신이 달려들어 단번에 그의 목을 쳤다. 나무 열매처럼 지휘관 목이 톡 떨어져 눈밭에 나뒹굴었다. 정충신이 칼에 묻은 피를 팔소매에 쓱싹 씻자, 곁에 쓰러져있던 적병이 비실비실 일어나 정충신에게 달려들었다. 순간 차막돌이 나서서 왜 병사로부터 칼을 빼앗아 그대로 그의 배를 쑤셔박았다. 왜 병사가 피를 토하고 몸을 떨더니 이윽고 조용해졌다.

“왜병 무기를 수습하고, 복장도 모두 거두어라.”

거두고 보니 조총 열 자루, 일본도 여섯 자루, 활 열두 대가 수습되었다. 아군 피해도 전사 여섯에, 부상 십수 명이었다. 그러나 적병은 전멸했다. 앞서 간 조들은 모두 도망갔다.

“모두 왜군 복장을 하라.”

사십 여 유격병이 왜군 복장을 하고 일렬 종대로 산을 넘어가는데 뒤에서 화살이 날아왔다.

“야, 이 새끼들아, 아군한티 쏘지 마라!”

후방의 아군은 정충신 부대가 왜 복장으로 위장한 것을 모르고 있었다.

“차막돌, 빨리 후방으로 가서 전달하라. 아군 유격병이 왜 복장으로 위장했다고 알려라.”

차막돌 조장이 후방으로 달려간 사이 정충신은 부대원들을 소나무 숲에 숨도록 지시했다. 엄동설한인데도 소나무는 푸른 잎사귀를 달고 있어서 엄폐물로는 안성맞춤이었다. 얼마 후 후방의 아군 진영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알았다는 뜻이었다.

건너편 산능선에 오르니 골짜기 아래 왜의 진지가 보였다. 군막 사이로 적병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왜군 복장을 하긴 했지만 낮에는 아무래도 작전을 펴는 데 애로가 있을 것 같았다. 노획한 전투식량으로 저녁을 때우고 삼경이 될 때까지 휴식을 취했다.

“말은 절대로 하지 말고, 필요한 경우 수신호로 의사전달을 하라! 지금부터 작전 개시다.”

이윽고 정충신이 명령했다. 대원들은 그림자처럼 소리없이 적의 진지로 숨어들었다. 그들은 철퇴, 쌍검, 단검, 망치, 도끼, 쌍절곤, 뿔달린 철환으로 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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