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칼럼>날씨는 따뜻함과 차가움의 조화
김재영(광주지방기상청 기후서비스과장)

진저리나던 폭염의 뜨거움이 엊그제 같았는데 지난 금요일 광주지역에 올 겨울 첫 눈이 내렸다. 브레이크 없이 굴러가는 계절의 바퀴는 오는 22일 태양의 수직 고도가 남위 23.5도까지 내려가는 동지를 찍고 다시 북쪽으로 향할 것이다. 지구의 자전축이 23.5도 기울어져 태양을 공전하기 때문에 햇빛은 남위와 북위의 23.5도 사이를 수직으로 비추면서 왕복한다. 우리나라는 이 위도 범위의 바깥에 있기 때문에 햇빛이 수직으로 내리쬐는 날은 없다. 지구의 100만 배 정도의 크기인 태양의 나이는 약 45억년 정도라고 한다. 수명이 100억년이라고 하니 앞으로도 살아온 날만큼 더 존재하면서 항상 그래왔듯이 날마다 지구에게 날씨라는 선물을 줄 것이다. 그런데 그 선물이 생물이다. 움직이며 변하기 때문이다. 그 변화무쌍함으로 인해 우리의 생명은 유지된다. 날씨가 변하면서 대기의 수증기를 응결시켜 비를 만들어 우리에게 물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자신의 모습을 바꾸는 날씨라는 현상은 왜 생기는 것일까. 그것은 따뜻한 공기와 차가운 공기의 만남 때문이다. 따뜻함은 물을 수증기로 바꾸고 차가움은 수증기를 물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비가 내리고 공기의 온도가 변하게 되는 날씨라는 거대한 지구 생물이 우리의 삶을 유지시키는 것이다. 공기가 따뜻할수록 그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수증기의 양은 많아진다. 수증기로 가득 찬 따뜻한 공기가 차가운 공기를 만나면 수증기 주머니가 작아지면서 여분의 수증기는 물로 변한다. 물의 근원이 없는 곳에서 없던 물이 생기는 일상의 모든 현상은 이것으로 설명된다. 질량의 소실 없이 기체와 액체로 자신의 모습을 수시로 바꾸는 물의 특성이 없었다면 염분을 제거한 바닷물을 이용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마어마한 비용을 치르기 이전에 아마도 존재 자체가 거부되었을 것이다. 수증기 형태로 육지로 이동된 물은 상층의 찬 공기를 만나 비로 변하면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식물에게 생명수가 된다.

공기가 따뜻해지면 가벼워져 위로 상승한다. 동시에 지상에서 비워지는 공간에는 어딘가에서 다른 공기가 이동해서 채워진다. 공기의 이동이 바람이다. 공기의 흐름은 수평적 뿐만 아니라 수직적으로도 이루어진다. 공기가 흐르지 않는다면 날씨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즉, 태양에너지를 받아 데워진 공기가 움직이면서 날씨라는 현상이 나타나고 그 현상이 극단적으로 강해지면 피해를 가져다주는 기상재해로도 연결된다.

지구는 태양이 방출하는 총 에너지의 20억분의 1 정도만 받고 있지만 이 에너지는 온기와 날씨를 통해 바다의 물을 육지로 옮겨주고 식물의 광합성을 통해 인간의 먹거리를 만들어 주는 소중한 우주의 선물이다. “햇빛은 달콤하고 비는 상쾌하고 바람은 시원하며 눈(雪)은 설레게 한다. 세상에 나쁜 날씨는 없다. 서로 다른 종류의 좋은 날씨만 있을 뿐이다.” 영국의 저명한 사회사상가인 존 러스킨이 남긴 날씨의 이로움에 대한 통찰력 있는 명언은 날씨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새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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