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채 남도일보 동부취재본부 취재국장의 ‘순천만에서’

여러분의 사자성어는 무엇인가요

2018년 무술년이 저물어 간다. 새해 해돋이를 본지가 엊그제 같건만 벌써 12월 달력의 절반 정도가 지났다. 한해를 마무리 하는 연말이 되면 모두가 한 번쯤 올 한 해를 되짚어보곤 한다. 이 무렵 꼭 나오는 것이 대학 교수들이 선정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다. 오는 24일 발표 할 예정이라는 데 ‘올해의 사자성어’는 뭘까 궁금하다.

2018년을 마무리하면서, 교수들에 앞서 직장인과 구직자, 자영업자들이 꼽은 ‘올해의 사자성어’가 나왔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설문조사 플랫폼 ‘두잇서베이’와 함께 지난 5∼7일 직장인을 비롯한 성인남녀 2천971명을 대상으로 올해‘자신의 사자성어’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의 14.2%가‘다사다망(多事多忙)’을 선택했다. 다사다망은 ‘일이 많아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는 의미로 휴식과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등 최근의 라이프 트렌드와는 무색하게 올해도 과중하게 보냈던 현대인들의 고충이 드러난다.

이어‘고목사회’(枯木死灰·마른 나무나 불기 없는 재와 같이 생기와 의욕이 없는 상태)와‘노이무공’(勞而無功·애만 쓰고 보람이 없는 것)을 꼽은 응답자가 각각 13.0%와 11.5%로, 2·3위였다. 각자 살 길을 찾아간다는 뜻의‘각자도생’(各自圖生·11.3%), 많은 걱정으로 잠을 못 이룬다는 의미인‘전전반측’(輾轉反側·11.2%)이 근소한 차로 4·5위에 올랐다. 이 외에도 수중에 가진 돈이 하나도 없다는 뜻의‘수무푼전’(手無分錢·9.8%), 뼈가 가루가 되고 몸이 부서지도록 노력함을 일컫는‘분골쇄신’(粉骨碎身·7.3%)도 많은 선택을 받았다.

갖은 애를 썼지만, 보람이 없고, 스스로 제 갈 길을 찾을 정도의 절박함, 그리고 많은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 한 해의 면면이 드러나 씁쓸함을 자아낸다.

반면 마음을 비우고 뜻을 평안히 하겠다는 뜻의 ‘허심평의(虛心平意, 9.1%)’, 모든 일이 뜻한 바대로 잘 이뤄진다는 ‘만사형통(萬事亨通, 6.1%)’,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파사현정(破邪顯正, 3.5%)’ 등 비교적 긍정적이고 순탄한 한 해를 비유하는 사자성어들도 순위권 내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현재 처해 있는 입장에 따라 답변은 엇갈렸다. 직장인의 경우 15.9%가 다사다망이라고 응답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데 비해 구직자는 고목사회(25.4%)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말라 죽은 나무와 불이 꺼진 재’처럼 생기 없이 무기력한 상황을 빗댄 말이다. 자영업자들은 노이무공(13.7%)을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노력해도 안 된다’는 뜻이다. 직장인, 구직자, 자영업자 모두 결국 올 한 해도 자랑할 만한 일 없이 지나가 공허해하는 마음을 드러낸 걸로 보인다.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그제 2019년도 소망과 비전을 담은 사자성어로 ‘절차탁마(切磋琢磨)’를 선정해 발표했다. 절차탁마는 시경(時經)의 위풍편(衛風篇)과 논어(論語)의 학이편(學而篇)에서 유래됐으며, ‘여절여차 여탁여마(如切如磋 如琢如磨)’의 ‘여(如)’자를 뺀 준말로, ‘원석을 자르고 줄로 쓸고 끌로 쪼고 갈아 빛을 내는데 오랜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절차와 과정을 중시하며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자는 의미로 어떤 일을 하는데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을 일컬을 때 자주 인용한다.

송 지사는 민선6기 도지사 취임 이후 매년 새해를 앞두고 사자성어를 선정, 도정운영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2015년 ‘휴수동행(携手同行: 서로 손잡고 함께 나아가자)’, 2016년 ‘무실역행(務實力行: 참되고 실속 있게 힘써 행하자)’, 2017년 ‘절문근사(切問近思: 절실하게 묻고 현실을 직시하자)’를 선정했다. 2018년은 ‘행백리자 반구십리(行百里者 半九十里: 백리를 가려는 사람은 구십리를 가고서도 이제 절반쯤 왔다고 여긴다)’를 내세웠다.

또 전북 익산시의회는 어제 2019년을 맞이해 남을 위해 한 일이 자기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는 ‘보람과 자긍심’으로 나보다 우리, 화합하는 익산을 위해 힘차게 달리겠다는 의미로 ‘세답족백(洗踏足白)’을 사자성어로 선정했다. 세답족백은 상전의 빨래를 발로 밟아 해 주다보면 종의 발뒤꿈치가 희게 된다는 옛 사람들이 봉사의 정신을 표현한 것으로, 애초 자기에게 특별히 이득이 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으나 남을 위해 성심껏 일하다 보면 자신도 성장함을 뜻한다.

기자의 2019년 사자성어는 국가적으로는 정치를 잘해서 국민행복과 경제민생에 온기를 돌도록 했으면 하는 의미에서 ‘정통인화(政通人和)’를, 개인적으로는 뜻이 있으면 반드시 이룬다는 의미의 ‘유지경성(有志竟成)’이다. 애독자 여러분들도 개인적으로 내년도 사자성어를 하나씩 선택해 그 뜻대로 이뤄졌으면 한다. 얼마 남지 않은 연말 마무리 잘하시고 희망찬 기해년 새해를 맞이하길 기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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