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상단여백
HOME 기획특집 이계홍 역사소설 깃발
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

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
제2부 제2장 선사포 첨사 <251>

며칠 후 평양에 이르렀다. 정충신이 내행을 숙소에 남겨두고 평양 감영(監營)으로 나갔다. 감영은 지역 최고 통치자인 관찰사가 직무를 수행하는 곳이다. 평양감영은 팔도 감영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유서가 깊은 곳이었다.

감영의 주 건물인 선화당은 삼문으로 구성되어 권위를 상징하며, 감영에 소속된 노비만도 450명이나 되었다. 선화당을 살펴보면 궁궐과 별로 차이가 없이 웅장하고, 그래서 그 앞 삼문에 이르면 백성들은 저절로 오금이 저린다. 소실은 그것을 지적했던 모양이다.


정충신이 감영 삼문에 나가 집사를 불렀다.

“신임 선사포 첨사 정충신 현신(現身)이오.”

현신이란 지체가 낮은 사람이 지체 높은 사람에게 처음으로 뵙는다고 아뢰는 신고 예법 용어다. 집사가 그를 맞더니 곧바로 선화당으로 들어가 감사에게 아뢰었다.

“신임 선사포 첨사가 삼문에 대령하였사옵니다.”

평안감사가 즉각 군례(軍禮)를 취한 뒤 들어오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지방관찰사일수록 궁중보다 권위를 앞세우는 풍조가 만연했다. 그렇게 위압적이었다. 그것도 백성들을 쪄누르는 통치방법이었다.

정충신이 선화당 뜰안 깊숙이 들어서자 파총과 집사들이 등장해 도열하고, 감사가 선화당 마루 가운데 군 예복을 입고 나타나 호피의자에 앉았다. 호피는 똥그랗게 눈알이 박힌 채 입을 쩍 벌린 호랑이 가죽이었다.

중간 계단에는 평안감사를 보좌하는 중군(中軍·부관)이 좌우로 서있었고, 감사가 앉은 좌우편에는 좌우 병방(兵房)과 비장(裨將)이 날이 시퍼런 패도(佩刀)를 차고 부동자세로 서있었다. 엄격한 규율이 겨울 북풍 같았다.

좌병방이 큰 소리로 외쳤다.

“신임 선사포 첨사는 앞으로 나오시오!”

정충신이 찼던 긴 칼과 활과 화살통을 떼어 옆에 보좌하고 서있는 부관에게 맡기고 관찰사 대상(臺上)을 향하여 섰다. 정충신은 조금 떨렸다. 이것을 미리 알고 내실 허씨가 쫄지 말라고 당부했을 것이다.

“어리버리 쫄면 싼 티가 나거든요?”

이불속에서 그녀가 속삭였다. 두 살이 위인 그녀는 정충신을 어린애 다루듯했다. 정충신이 대상에 정좌한 감사를 향해 다시 소리쳤다.

“신임 선사포 첨사 정충신 순사또(巡使道)께 현신입니다!”

그러자 좌병방 비장이 명령했다.

“선사포 첨사는 병부를 소상히 아뢰시오!”

“신임 첨사 정충신은 의주에서 식년(式年)에 무과에 2등으로 급제하여 현재 조정의 선전관 겸 어전통사 겸 군기시정(軍器寺正)으로서 선사포 첨사로 특명을 받고 관서지방 변방 수호사로 근무하고자 여기 현신이오!”

그러자 잠시 선화당 뜰이 술렁거렸다. 나이도 새파란 청년이 궁궐의 주요직을 거쳤다는 것이 놀라게 한 모양이었다. 관찰사 또한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렇다면 병부 서찰을 올리렸다!”

좌병방이 말하자 정충신이 병부 서찰을 꺼내어 두 손으로 공손히 행수 집사에게 건넸다. 행수가 이를 우병방에게 올리고, 좌우 병방이 병부를 맞춰본 뒤에 다시 내어주며 소리쳤다.

“병부가 그대로 맞습니다. 군령을 받으면 되겠사옵니다.”

평안감사가 물었다.

“군령을 내리기 전에 묻겠다.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가?”

“네? 잘못이라뇨?”

의외의 질문에 정충신은 당황했다.

“너의 잘못을 네가 알렸다? 신임 첨사의 경력를 보건대 결코 선사포 첨사로 올 신분이 아니다. 잘못을 저질렀기에 쫓겨온 것이 아닌가. 못된 짓을 저지르고 좌천되었거나...”

“분명히 아룁니다. 저는 근무지에서 아무런 실책을 거둔 바 없고, 오히려 무공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그런데도 왜 선사포냐는 것이다. 앞길이 창창한 청년 장교가 오랑캐와 해적들이 득시글거리는 어촌에서 썩겠다는 것은 감사 재직 동안 처음 보는 일이었다.

“자원했습니다.”

“자원?”

일시에 다시 선화당 뜰이 술렁거렸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들이다. 지방의 농사꾼들, 장사꾼, 하다못해 어민들 물고기를 갖다 바치라 해서 돈을 만들어 위에 상납하고, 군요충지로 배치해달라고 손을 쓰는 것이 요즘 관가의 풍조인데, 스스로 자원해서 험지를 찾았다? 뭐 이런 개뼉다귀같은 경우가 있어? 하며 모두가 놀라는 것이었다.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계홍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