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바로 세우자!
최유정(동화작가)

이번 주 중요한 약속이 있다. 두 달 전부터 날짜에 동그라미를 쳐놨다. 나를 포함, 출판사 편집장까지 다섯 명의 작가가 만나는 약속인데 다섯 명의 일정을 조정하느라 편집장이 중간에서 꽤 고생을 했다. 다섯 명은 일명 ‘위인전 다시 쓰기’ 작가 팀이다. ‘위인전 다시 쓰기’는 한 개인의 삶에 집중하기 보다는 ‘위인’이라고 지칭되는 인물들의 행적을 통해 역사의 잘못 된 부분, 역사 속 감춰진 진실 등을 바로 세우고 찾아내 기존 위인전을 전복시키는 멋진 위인전을 다시 써보자는 출판사의 제안에서 만들어졌다.

이번 주엔 공부 모임에도 가야 한다. ‘평화 길 찾기’라는 이름으로 모임을 꾸린 청소년, 동화 작가 네 명이 4, 5년 전부터 제노사이드 공부 모임을 해왔다. 이 모임은 문산까지 가야 해서 오가는 시간만 족히 7,8시간이 걸린다. 작가로서의 책임 의식이 없었다면 지켜내지 못 했을 것이다. 다행히 올 해부터 결실을 맺게 되었다. ‘평화 길 찾기’ 시리즈로 아르메니아 대학살에 관한 책이 이미 나왔고 내가 쓰고 있는 난징 대학살에 대한 책은 올 해 말 나올 예정이다.

이런 ‘역사 바로 알기’ 작업은 아동문학계뿐만 아니라 이미 사회 여러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촛불혁명을 통해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이 나라를 바로 세우는 것이라는 뼈저린 자각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자각을 바탕으로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기 위해 사회 모두가 역사를 바로 세우는 작업, 새 역사를 만드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퍽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이런 지배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한 쪽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5·18이 600여명의 북한 특수공작원에 의해 사주된 난동’이라는 한 극우인사의 노골적인 거짓말에 자유한국당 세 명의 의원이 적극적으로 동조를 표명했다. 어디 이뿐인가? 비난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망언을 도발한 극우인사는 태극기집회에 나가 “광주시민은 빨갱이다”는 말을 아직까지도 일삼고 있다. 분노를 넘어 매우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참으로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재론할 필요가 없는 일이지만 2011년 5월 25일, 유네스코는 5·18민주화운동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했다.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불의한 국가권력에 저항했던 광주시민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평가, 이를 국제사회가 공인한 것이다. 지난 1995년, ‘12·12 및 5·18 특별수사부’가 전두환에 대해 군 형법상 반란 수괴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했을 때 당시 유럽의 대표적 지성으로 꼽히던 정치사회학자 기소르망 프랑스 총리 경제고문 역시 당시 인터뷰를 통해 “전두환, 노태우의 구속을 국민들의 복수심이나 감정 해소 차원에서 바라봐선 안 된다. 이들의 구속은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다는 역사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대한민국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80년 당시 광주에 살며 광주의 참상을 여러 통로와 자료로 미국에 알리려 노력한 광주기독병원 원목실장 헌틀리 목사(작고)의 부인은 2월21일,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5·18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역사적 진실 앞에서 거짓말을 하는 일이 다시는 없기를 바란다”면서 “광주에서 벌어진 부당한 폭력의 한가운데서 이를 목격하고 도울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다. 우리는 앞으로도 한국을 사랑할 것이며 우리가 아는 진실을 증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롭지 못한 것을 정의라고 배워야 했고 올바르지 못한 것을 올바르다고 배워야 했던 지난 시절. 대한민국은 그 시절을 거치면서 편협하고 왜곡된 문화적 위력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가두고 죽였는지 기억한다. 편협하고 왜곡된 문화적 위력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거짓의 희생물의 되어야 했는지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이제 망언과 역사 왜곡이 다시 기승을 부리는 이때, ‘역사 바로 세우기’는 시대적 흐름을 넘어 시대적 과제가 되어야 하고 지상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정의가 승리하고 올바름이 세상을 지배하는 건강한 문화적 위력이 대한민국에 다시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바로 설 수 있다. 대한민국이 바로 서야 평등과 평화, 정의의 가치가 넘쳐나는 사회에서 비로소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다.

더 이상 역사가 왜곡되고 진실이 날조되는 세상을 방관하고 방치할 수 없다. 청계 광장, 광화문 광장에서 울려 퍼진 ‘5·18 민주화운동 왜곡 모독 망언 3인 국회의원 퇴출, 5·18 학살, 역사왜곡 처벌법 제정, 자유한국당 규탄 범국민대회“에서의 함성이 뜨거웠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시 시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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