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진료소로 ‘남북 교류’ 활짝 열자
김병내(광주광역시 남구청장)

남(南)으로, 북(北)으로 갈리어 산 지 74년. 모진 풍파를 겪으며 살아온 우리네 할아버지와 할머니, 부모의 삶처럼 남과 북 모두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분단의 세월 만큼 찢기는 듯 한 아픔도, 우여곡절도 많았다. 남과 북이 거리를 두고 소원(疏遠)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여건 때문이었던 게 아닌가 되뇌어 본다.

얽히고설킨 강대국간 이해관계와 국내 정치지형 등 남북간 긴장관계를 형성토록 한 장애물은 한 둘이 아니었다. 한없이 높을 것만 같았던 그런 장벽이 하나 둘씩 무너지고 있다. 아팠던 만큼 남과 북의 관계도 성숙하고 있다. 쓰라리고, 눈물로 얼룩진 남과 북은 더 이상 척을 지는 관계를 원치 않는다. 한반도 주변의 긴장 모드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화해와 평화의 시대가 다시 꽃을 피웠다. 그 변화의 물결에 남북 문제도 동승하면서 급물살을 타는 중이다. 남·북 정상이 백두산을 함께 오르고, 북한산 송이버섯과 제주산 귤이 선물로 오가는 게 지금의 상황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치 못했던 일들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멀게만 느껴졌던 북한과의 교류. 상상 속의 꿈도, 이상(理想)도 아니다. 이제부터 현실이다.

그 시초로 최근 금강산에서 올해 첫 남북 민간단체간 교류 행사가 열렸다. 남북 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2019년 새해맞이 연대모임에 남측 인사 300여명이 함께했다. 필자는 남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교류사업에 대한 공동 연대모임 일원으로 지난 2월 12일부터 13일까지 양일간 북녘 땅 금강산에 생애 첫 발을 내디뎠다. 분단의 상징인 철책선을 넘어 금강산에 도착하자 흉부 깊숙한 곳에서 미세하게 떨리는 듯 ‘아, 이제야~’라며 눈물겨운 감동이 새어 나왔다.

버스를 타고 이리 쉽게 건너 올 수 있는 길을 지척에 두고도 오랜 시간을 흘려보냈다. 남측 민화협 김홍걸 상임대표 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설훈 최고위원 및 노웅래·임종성·심기준 의원, 자유한국당 황영철 의원 등 남측 인사들과 함께 검정색 정장에 흰색 와이셔츠로 말끔하게 차려 입은 북측 민화협 관계자들과 머리를 맞댔다.

남북 교류협력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이 자리에서 김영대 북측 민화협 의장에게 의료분야와 체육분야 사업을 제안했다. 광주 남구 관내에서 활동 중인 의료 인력이 북측에 근거지를 두고 진료활동을 할 수 있도록 통일 진료소를 개원하자고 했다. 또 풍수해 등 재난이 발생할 경우 통일 의료단 방문 및 인도적 차원의 구호 물품과 의약품 등 의료장비 지원사업을 북측에 타진했다. 오는 7월 광주에서 열리는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남북 공동응원단을 구성하고, 남구 관내 한 대학에서 평화통일축전 및 통일 음악회 개최에 대한 이야기도 건넸다.

북녘 동포들과 손을 맞잡고 한반도 평화 증진과 통일을 바라는 우리 광주 남구 주민들의 염원을 북측에 전했고, 빠른 시일 내에 회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틀간 북녘의 동포들과 마주하면서 실감했다. ‘우리는 하나다’라는 것. 그리고 둘이 아닌 하나의 완전체로 통일국가를 건설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광주형 남북 교류협력 사업이 계기가 돼 우리 광주시민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들이 북녘 땅에서 평양냉면을 음미하고, 대동강 강변에서 시원하게 맥주 한잔 들이킬 날이 하루빨리 찾아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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