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 선거운동 첫날…후보자들 “깜깜이 선거”토로

전날 밤 기호 추첨…어깨띠·명함도 없이 지지 호소

“현직만 유리” 하소연…“공정한 경쟁의 장 만들어야”

“‘깜깜이 선거’가 따로 없습니다.”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운동 첫날인 28일 오전 광주 광산구 한 농협 앞. 인근을 둘러봐도 후보들을 찾을 수 없고 한산했다. 잠깐씩 후보들이 왔다가는 경향도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후보는 보이지 않았다.

일부 후보들은 버스 정류장과 마을회관, 경로당 등 사람이 모이는 곳을 찾아가 명함을 나눠주며 지지를 호소했다.

광주와 전남지역에서 가장 많은 7명의 후보자가 조합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광주농협 앞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 였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지만 후보자들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조합장 후보 A씨는 “어제 오후 6시 후보자 등록을 마친 뒤 추첨으로 기호가 결정됐다”며 “명함이나 어깨띠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 첫날 제대로 된 선거운동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이유로 이날 오전 4~5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는 서구 서창농협, 광산구 동곡농협 등에서도 후보자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발이 묶인 후보자들은 결국 선거 운동 첫날, 현장을 찾기보다 문자메시지나 전화를 이용한 선거운동에 집중했다.

일부 농협의 후보들은 자신의 선거운동 방식을 상대 후보에게 노출시키지 않기 위한 머리싸움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현직 조합장에게 유리한 선거법이라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후보자들은 조합원 명부를 열람할 수 있지만 이름 외에 휴대전화 번호 등은 공개되지 않는다. 사실상 무용지물인 셈이다. 이번 조합장 선거는 후보자 혼자 어깨띠와 전화, 명함 등을 이용한 선거운동만 가능하다. 후보자 검증 토론회조차 금지돼 있으며 집회를 이용한 집단적 지지호소도 할 수 없다.

가족조차 선거운동을 할 수 없으며 선거운동원을 둘 수도 없다. 오직 후보자 개인이 명함을 돌리거나 전화통화, 문자메시지 전송 등 개별적 지지호소만 할 수 있다.

광주의 한 농협 조합장 후보는 “어제 선관위에 선거인 명부를 받으러 갔는데 집주소만 있을 뿐 전화번호부가 없어 받아봤자 소용없다”면서 “각 가정 방문도 못하는 상황에 주소가 무슨 필요인지 모르겠다. 현직 조합장에게만 유리한 선거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그 동안 혼탁했던 조합장 불법 선거를 막겠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적어도 조합원들에게 각 후보자들의 공약을 알릴 수 있는 합동 발표회나 후보자 토론회는 허용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조합의 농협 조합장 후보는 “조합을 위해 일하고 싶어도 인지도가 낮아서 자신을 알릴 기회를 제대로 피력하지도 못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최소한 선거 공약이라도 알릴 수 있는 기회는 있어야 한다”고 고 토로했다.

반면 조합장들의 경우 “현직 프리미엄은 없다”고 반박했다.

광주 한 농협 조합장은 “오히려 현직 조합장들이 더 불리할 수 있다”면서 “선거 운동이 제한 적이고 조합장이라는 이유로 보는 눈이 많아 더 조심하는 등 선거운동을 펼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 지역 선거구는 농협 16곳과 수협 1곳, 산림조합 1곳이 조합장을 새로 선출한다. 전남은 농협 145곳, 수협 19곳, 산림조합 21곳 등 모두 185개 조합에서 선거를 치른다. 경쟁률은 광주 평균 2.9대1, 전남은 평균 2.4대1이다.
/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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