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현장> 화이트 컨슈머들이 늘어났으면

김다란 경제부 기자

학생 때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했을 때의 일이다. 한 여성이 주문했던 음료를 들고 오더니 “커피 맛이 왜 이래”라는 반말과 함께 결제했던 카드를 던지며 환불을 요구했다. 이유는 ‘아이스라떼’에서 우유 맛이 난다는 것이었다. 당시 기자는 우유가 들어가는 라떼에서 우유 맛이 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지만 통하지 않았고 결국 죄송하다는 말을 하며 환불을 해줄 수밖에 없었다.

해당 사례는 기자의 경험담일 뿐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블랙컨슈머(Black Consumer)’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 같다.

지난해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아르바이트생 1천106명 대상으로 ‘갑질 경험’에 대한 설문 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아르바이트 근무 중 갑질 피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81%에 달했다. 1위는 반말 등 인격적인 무시(57.1%)였고, 불합리한 요구나 부당한 지시(47.2%), 감정노동 강요(40.7%), 폭언(28.6%) 등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블랙컨슈머’의 심각성이 대두되자 지역 서비스업계들도 직원들과 아르바이트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였다. ‘반말 사절’ 등의 돌직구 문구를 가게 한쪽에 붙여놓거나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는 식이다. 이제는 고객에게 일방적인 친절만을 강요하던 관습에서 벗어나 상식을 어긴 악성 고객에게 직원들이 정당하게 맞설 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가 업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종사자들은 진상 고객에 대응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겨 좋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블랙컨슈머’ 문제를 수면위로 떠 올린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어찌 보면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기 위해 당연히 지켜야 할 기본 ‘매너’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다. 부디 이제는 ‘블랙컨슈머’가 아닌 ‘화이트컨슈머’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