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는 남도사랑
박성수(광주전남연구원장)
 

요즈음 주말이면 남도 땅의 여기저기를 찾아 나서다 보니 집사람에게서 ‘못 말리는 사람’이라고 핀잔을 듣는다. 그럼에도 발길 닫는 곳 마다 스토리가 있고 사연이 있으니 알수록 재미가 있으니 어쩔 수 없다.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운 풍광, 유구한 전통문화와 유산, 그야말로 남도의 소중한 자산이다. 그래서 나중에 업무에서 해방되고 나면 괴나리봇짐 매고 기약 없이 정처 없이 다녀 볼 참이다.

얼마 전이었다. 여수에서 학술행사를 마치고 나니 그냥 돌아오기가 아까웠다.

그래서 이 곳에 사는 제자를 불러내 앞장세우고 돌산으로 건너가 찜해 두었던 그 곳을 찾아 가 보았다. 바로 다름 아닌 최근 정부로부터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 받은 화태도이다. 이 곳에서 개도를 거쳐 백야까지 다리가 놓아 지면 영광에서 해남, 고흥을 거쳐 여수까지 77번 국도가 연결되는지라 꼭 현장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직은 인적이 드문 섬이지만 해변 가까이 나 있는 오붓한 오솔길을 걷다 보니 한없이 마냥 걷고 싶어졌다. 마침내 서산으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것을 보고서야 아쉬운 발걸음을 돌릴 수 있었다. 다도해답게 겹겹이 보이는 섬들을 보며 훗날 멋진 드라이브로 남해안의 빼어난 경관을 마음껏 볼 날을 기대하면서.

또 지난 연휴 마지막 날에는 효도를 구실로 구순 노모님을 모시고 화순으로 담양으로 봄나들이를 다녀왔다. 새봄의 기운을 느끼며 가다 보니 문득 나태주시인의 3월이라는 시의 한 대목이 생각났다. ‘우리 앞에 풀잎과 꽃잎의 비단방석을 까는 구나’ 라는 시 구절이.

사람들은 도심지를 빠져나와 오는 봄의 정취를 만끽하듯 가는 곳마다 차량행렬이 줄을 잇는다. 구분도 없고 경계도 없는 우리 남도 땅, 그러기에 오순도순

살아가는 남도인들을 보며 광주와 전남은 한 뿌리라는 사실을 다시금 실감해 보았다.

필자는 틈만 나면 SNS를 통해 남도의 진면목을 알린다. 그 중의 하나가

빛고을 산들길이다. 우리 고장에도 해남 달마고도를 비롯하여 명품이 될 수 있는 둘레길이 많은데도 미처 알려지지 않아 사람들의 발길이 닫지 않은 길들이 있다. 제주의 올레길, 규슈 올레. 스페인의 산티아고길은 앞을 다투어 찾아 가면서도 정작 우리 길은 안중에도 없다. 광주도 81.5 km 의 둘레길, 자랑해도 좋은 빛고을산들길이 있는데도 말이다.

안타까운 나머지 필자는 작년부터 뜻을 같이 하는 동지들을 규합, 빛고을 산들길을 걷다 보니 지난달에는 40여명이 동참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혼자서 걷던 길을 이제는 많은 도반과 함께 걸을 수 있으니 말이다. 이를 두고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 하나 보다.

영산강 첫다리 용산교부터 강변 따라 걷다가 시민의 숲을 거쳐 비아 5일장에 다 달았을 때는 점심시간이었다. 모처럼 사람냄새가 나는 전통시장에서 우리는 허기를 달랬는데, 참으로 꿀맛이었다.

오는 5월에는 전국의 경영학자들을 목포로 초청, 1박2일 일정으로 춘계학술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때 마침 천사대교도 개통되고 케이블카도 생겨 볼거리가 많아진데다가 손헤원의원 덕분에 유명해진 거리를 볼 수 있다니 지금부터 성공예감이 든다. 게다가 목포시 에서는 다음 달 12일 서울에서 맛의 도시 선포행사까지 갖는다고 하니 금상첨화 격이다. 방방곡곡에서 온 학자들이 하룻밤을 자고 나면 더욱 남도를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이제 우리 모두가 못 말리는 남도사랑의 홍보대사로 나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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