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잃은 철새가 13년만에 고향 시베리아를 향해 힘찬 비상을 했다.
여수문화방송이 창사 32주년 특집 자연다큐멘터리 ‘흑두루미의 꿈’을 제작,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작팀에 따르면 순천야생동물구조센터(소장 김영대)의 도움을 얻어 제작된 이 다큐멘터리(취재 박민주, 촬영 박홍진)는 지난 89년 철새 도래지인 순천만에서 다리에 상처를 입고 발견돼 순천 남초등학교에서 사육돼왔던 흑두루미(천연기념물 228호)를 1년 가까운 훈련 끝에 자연으로 되돌리는 데 성공했던 기록을 담고있다.
‘두리’라고 이름지어진 이 흑두루미는 15∼17세로 추정되는 수컷으로 지난해 여름부터 인공훈련장에서 하루 1시간 이상 달리기와 날기 연습 등 걸음마 단계부터 비상하기까지 강도 높은 훈련을 시켜 최종 방사하게 됐다.
이 특집물은 2마리의 독립무리에서 전체무리에 합류하는 과정과 독자영역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에 따라 다른 흑두루미 군에 적응돼가는 과정을 생생히 담고 있다.
특히 적응 훈련과정에서 흑두루미 ‘두리’가 다른 무리의 흑두루미들에게 공격당하는 영역싸움은 물론 적외선으로 촬영된 잠자리, 순천만의 서식지 분포, 잡종과 기형 두루미 등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화면에 공개된다.
추적기가 장착돼 지난달 10일 고향 시베리아로 떠난 흑두루미 ‘두리’가 오는 11월 겨울나기를 위해 순천만에서 발견될 경우 방사와 복원 등 철새의 이동경로와 관련,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 것으로 전망된다.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했던 박민주 기자(32)는 “본래 기능이 퇴화된 야생동물이 인간이란 매개물을 통해 새생명으로 부활, 꿈을 실현시키는 모습을 담기위해 기획했다”며 “이번 시도는 국내 최초의 자연방사 프로젝트로 흑두루미의 기존 이동로 외에 일본-순천만-천수만을 거쳐 북상하는 서해안 이동로를 처음 확인시켜주는 성과를 올렸다”고 말했다.
한편 이 다큐멘터리는 오는 17일(금요일) 저녁 7시 20분부터 50분간 방영된다.
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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