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가 지난 90년 이후 중단된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9년만에 다시 추진하자 환경단체들이 자연생태계 파괴 등을 내세워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환경부가 국립공원지역내 케이블카 설치를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데도 우리나라의 대표적 자연생태계 보고(寶庫)인 지리산 일대에 케이블카 설치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지방자치단체부터가 생태계 파괴에 앞장서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허경만 전남지사는 10일 환경부를 방문, 사업비 200억원(97년 기준)을 들여 지리산 국립공원인 지리산 온천지구∼성삼재∼노고단(해발 1507m)을 잇는 4.8km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할 수 있도록 공원구역내의 3.2km구간을 국립공원계획에 반영해달라고 건의했다.
전남도는 이 건의에서 지난 88년 구례 천은사와 남원 뱀사골을 연결하는 지리산 횡단도로 개통이후 차량 통행과 관광객이 크게 늘어나면서 자동차 배출가스와 쓰레기 증가로 자연 환경이 훼손돼 이를 막기 위해서는 케이블카 설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케이블카를 설치할 경우 지리산 횡단보도를 오가는 차량이 줄어 대기환경 개선 및 동물이동 보호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도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환경보호단체들은 횡단도로 개통 10년만인 지난해 220만명이 지리산을 찾을 정도로 내방객이 부쩍 늘어난데다 차량 배출가스와 소음 등으로 노고단 등 지리산 일대 생태계가 심하게 훼손된 상태에서 케이블카까지 들어설 경우 차량은 물론 관광객이 급증, 오히려 생태계 파괴를 부추기게 된다고 맞서고 있다.
이들은 특히 횡단도로 개통이후 반달곰과 사향노루 등 지리산 희귀동물들의 보금자리마저 위협받아 동물이동통로를 마련하는 상황에서 횡단도로를 폐쇄하지 않은채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관광객 급증으로 인한 각종 동·식물 생태계 훼손 등 지리산 자연생태계 파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며 도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처럼 케이블카 설치에 따른 생태계 파손가 심각해지자 스위스와 독일 등지에서도 지난 50∼60년대 집중 설치했던 케이블카를 80년대이후 자제하고 있다는 게 환경단체들의 주장이다.
국립공원 지리산관리사무소도 횡단도로를 이용하는 관광객의 발길로 인한 생태계 훼손이 심해 ‘관광객 분산 수용 대책’이라도 마련해야 할 판에 케이블카가 가동되면 생태계 파괴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광주·전남환경운동연합 임낙평 사무처장(42)은 “영암 월출산 케이블카 설치사업이 생태계 파괴 우려 등으로 무산된 마당에 전남도가 직접 나서 지리산에 케이블카 설치를 다시 서두르는 것은 민족의 영산(靈山)을 망치는 행위”라며 “대한산악연맹 등 환경보호단체들과 힘을 합쳐 설치 반대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국립공원지리산관리사무소 남부지소 강동원 지소장(45)은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국립공원 계획 반영 여부는 정부의 결정에 따라 이뤄지겠으나 설치에 따른 부정적·긍정적 측면과 주민들의 의사를 종합·검토해 케이블카 설치 여부를 최종 판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은 지난 90년 3월 교통부에서 승인된 ‘지리산 온천관광지 조성계획’에 반영됐으나 공원구역 구간인 3.2km가 국립공원계획에 반영되지 않아 추진되지 못하다가 지난해 2월 국립공원 업무가 내무부에서 환경부로 이관돼면서 타당성이 검토되고 있는 중이다./오치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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