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광주원혼 두려워 감히 눈이나 뜨겠나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광주지방법원 법정에 선다. 전 전 대통령이 광주의 법정에 서는 것은 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 때문이다. 80년 5·18광주학살과 관련된 재판은 아니지만 전 전 대통령이 광주의 법정에 섰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39년 만에 ‘광주학살’의 책임자가 광주에서 재판을 받기 때문이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펴낸 회고록에서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해 작년 5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생전에 조 신부는 “5·18 당시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증언했었다. 전 전 대통령은 이미 두 차례나 재판에 불출석한 상태여서 광주재판에 나오지 않으면 구속영장 발부 등 강제적 조치가 예상됐었다.

전 전 대통령이 ‘광주법정’에 서게 된 것은 ‘역사의 필연’이다. 그는 12·12쿠데타와 5·18 광주학살 사건으로 1997년 4월17일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렇지만 그해 12월 김영삼 정부의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1998년에는 복권도 됐다. 이후 그의 행보는 참회나 반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괴변과 우김질로 광주를 더 욕보였다.

국민들, 특히 광주시민들은 전 전 대통령이 눈물의 참회를 하기 원하고 있다. 그가 얼마나 더 살지는 모르지만 88세라는 나이는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다. 회한 가득한 인생을 나름대로 마무리해야할 나이다. 그런데도 그는 반성은 고사하고 오히려 더 극악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결국 그는 노년에 광주에 끌려와 무릎을 꿇게 됐다.

5·18 당시 계엄군이 헬기 사격까지 벌인 사실은 여러 증언과 현장조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결국 ‘진실의 증언’을 ‘거짓말’이라고 폄훼한 그의 독설은 광주로 올수밖에 없는 자승자박(自繩自縛)이 됐다. 스스로 함정을 판 것이다. 그래서 ‘정의는 결국 승리한다’는 말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울며 겨자 먹기 식 광주행’을 통해 다시 입증됐다.

전 전 대통령의 광주법정 출두는, 형식으로야 ‘스스로 제 발로 온 것’이지만 내용적으로는 ‘광주의 포승을 받아 끌려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는 참으로 두려운 마음으로 광주를 찾을 것이다. 광주의 원혼들을 대하기가 고통스러워 차마 눈뜨고 올수가 없을 것이다. 참회만이 그가 마음의 지옥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그러면 광주도 용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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