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어 좋은 날
최경철 전남도 보건환경연구원 연구부장

우리 민족은 옛 농경문화의 영향으로 절기를 중요하게 여겨왔다. 달과 해의 변화과정을 각각 12개씩으로 구분해 24절기란 것을 만들어 사용했고 지금도 그 지혜를 여러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다.

지난 6일은 ‘개구리가 봄이 오는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었는데 이 무렵이면 새 생명이 돋아나는 것으로 알고 논밭에 퇴비를 주어 농사준비를 시작하곤 했다. 그러나 아닌 것 같다. 경칩이 지났다 해서 진정 봄은 왔는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하지 않았던가. 아직 봄을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말이다. 농사 준비도 그렇고 설레는 마음으로 유치원에 가는 유아나 개학한 어린이들뿐만 아니고 온 국민의 봄맞이 기대감에는 미치지 못한 것 같다.

3월초부터 연일 지속돼 온 미세먼지 탓이다. 잿빛 먼지가 가득해 맑은 하늘을 제대로 볼 수 없었고 숨 쉬기에도 버거워 경치를 구경하거나 즐길 수 있는 상춘(賞春)은 어림도 없을 정도다.

미세먼지는 말 그대로 매우 작은 먼지 입자를 말한다. 그 직경에 따라 PM-10과 PM-2.5로 분류하는데 자주 언론에 등장하기에 이젠 상식이 돼 버린 느낌이다.

주범으로 지목되는 운행차량은 연소과정에서 질소산화물이나 입자상 부유물을 배출할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대기질은 악화돼 미세먼지의 농도는 올라간다. 건설사업장이나 소각로에서도 배출되는 오염물질 또한 상당할 것이다.

전남도보건환경연구원은 전라남도 지역을 서부권과 동부권으로 구분하고, 해당 지역 시·군에 설치된 대기오염자동측정소의 미세먼지 농도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자료를 분석한다. 미세먼지 농도가 정한 기준을 초과하여 고농도일 경우에는 경보를 발령하고 고농도 상황을 도민에게 알리고 있다.

올해 들어 수도권에서는 최근 10여 일간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했으며 우리 도내에서도 1월부터 같은 원인으로 총 5차례의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됐고, 최근에는 3일간 연속 발령된 바 있다.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 차량 2부제 시행과 사업장 가동시간 단축, 미세먼지 발생이 심한 지역의 도로에 살수차 운영, 취약계층 건강관리강화 등의 조치가 뒤따르게 된다.

이는 ‘미세먼지특별법’에 따른 조치이며 지금까지의 대책은 이렇다. 향후 정부에서는 다양하고 촘촘한 미세먼지 대책을 강구하고 있고, 국회에도 관련 법안들이 쌓여 있다는데 개원과 함께 이들 법안이 하루 빨리 통과돼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미세먼지로 인한 불안과 고통이 해소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개인적으로 가정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콘센트를 뽑아 대기전력 줄이기, 냉·난방 온도의 적정유지, 수돗물 사용과 쓰레기 발생량을 줄인다면 전기 사용으로 인한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는 감량할 수 있을 것이다. 일상생활 중 다소의 불편은 감내하고 그것을 습관화 하면 전기 에너지 사용량 감량이 가능하며, 대기오염 발생량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마음대로 사물을 보지 못하고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없으니 진정한 봄을 기다리는 기분이 영 아닌데 외교적으로도 그렇고 국내적으로도 쉽사리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아 답답한 기분이다.

무슨 주문(呪文)을 외는 느낌이나 ‘바람이 불어도 좋으니 제발 독도 밖 멀리 태평양 그곳까지 미세먼지의 악령을 날려 보내 주소서’ 그래야만 상큼하고 따스한 봄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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