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산단 대기오염 자가측정 ‘불법 사각지대’
기업 비양심에 사업장 ‘셀프측정’ 맹점 악용
‘솜 방망이’ 처벌 등 제도적 보완책 마련 시급
환경단체 “정부 규제방식, 배출조작 비리 방치”

온 나라가 미세먼지로 신음하는 중에 미세먼지를 대량으로 뿜어내는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공장들에서 대기오염물질을 조직적으로 불법 배출해온 것은 입주기업과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의 비양심에 ‘자가측정’의 제도적 맹점을 악용한 비리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은 5만8천932개다.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 관리·감독 업무는 2002년 환경부에서 광역자치단체로 넘어갔다. 하지만 지자체마다 몇 명 되지 않는 담당 공무원으로 실시간 감시망을 구축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는 대기오염물질을 뿜어내는 사업장은 매주 혹은 반기마다 사업장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농도를 자체적으로 측정하거나, 대행업체에 맡겨서 측정하도록 했다. 사업장은 오염물질을 배출한 양에 따라 대기기본배출부과금을 부담하게 된다

기업 스스로 또는 전문업체에 맡겨 대기오염물질 배출 수준을 측정하고, 기준치를 초과하는 결과가 나오면 자체 개선하는 방안으로 제도를 마련했지만 결국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혔다. 기업 자율에 맡겼기 때문에 당국의 눈만 피하면 얼마든지 대행업체와 짜고 대기오염물질 배출 측정값을 속일 수 있다는 허점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는 전국적으로 395곳이 영업 중이다. 이들 업체는 대기업집단 소속 기업체와 계약할 경우 연간 15억∼18억원 정도를 받는다.

대행업체가 측정값을 거짓으로 기록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이 내려지고, 행정처분의 경우도 영업정지 또는 등록취소 정도이다. 사실상 대행업체가 측정을 원하는 기업체로부터 계약을 따내야 하는 ‘갑을 관계’ 구조 속에서 조작의 소지가 크지만 처벌 수위도 낮은 터라 재발방지를 위한 추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적발된 기업체들은 대행업체와 짜고 배출농도 측정값을 조작해 설비개선 비용을 아끼고 심지어 기본배출 부과금까지 면제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문제는 조작으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벌금 보다 훨씬 크다는 점에서 또 다른 조작의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처벌은 사업자가 측정결과를 거짓으로 기록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와 행정처분도 가장 강한 것이 조업정지 20일에 불과하다.

환경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대기배출 시설 중 측정대행업체를 통하지 않고 사업자가 직접측정해 보고하는 경우도 포함한다면, 이런 기업체의 불법적인 대기오염물질 배출 행위의 규모는 생각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환경부는 불법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개선방안을 5월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드론(무인비행장치)과 이동측정차량을 활용해 제도적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하지만 최종원 영산강유역환경청장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기자들의 “특정대기유해물질 배출 기준치를 173배 초과한 업체는 어디냐”는 질문에 “LG화학이다. 염화비닐 배출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했는데 기소된 건 중 가장 크다”고 답변하는 시각 환경부 실무 직원은 기자의 똑같은 질문에 “알려줄 수 없다”면서 업체 숨기기에 급급해 빈축을 사고 있다.

동부취재본부/윤종채 기자 yj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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