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학생들의 이색 체육대회 ‘눈길’

근현대사 입장식에 e스포츠 정식종목까지

청군, 백군 이어달리기로 대미를 장식하던 학교 체육대회의 정형(定型)이 깨지고 있다.

공간 부족으로 학년별로 진행하는 등 규모가 축소되는 추세도 있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재미와 의미를 함께 잡으려는 색다른 운동회를 선보이고 있다. e스포츠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는가 하면 근현대사 주요 사건을 알리는 의미 있는 입장식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22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9일 열린 광주 월곡중 체육대회의 하이라이트는 입장식이었다. 1~3학년 18개 반이 순서대로 입장하면서 각각 구상한 상황극을 선보였다.

학생들은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3·1운동, 5·18민주화운동, 세월호 참사, 4·19혁명, 남북 정상회담 등 역사적 사건을 표현했다. 창작표현, 관중호응, 의미 등 배점에 따라 심사한 결과 3학년 5반의 5·18 상황극이 1위에 올랐다.

경연 종목에는 e스포츠가 등장했다. 학년·반별로 2대 2 스마트폰 게임 실력을 16강 토너먼트로 겨뤘다. 경기 실황은 과학실 전자칠판을 통해 학생들에게 생중계되기도 했다. 줄 3개를 이용한 전략 줄다리기, 사제 간 축구경기, 학부모·여교사 대 학생회 간 카드 뒤집기 등으로 구성원 간 소통을 시도한 뒤에는 모든 학생이 정리정돈 시간을 가졌다.

임근우 월곡중 교사는 “요즘 일선 학교 체육 대회는 협소한 장소 탓에 규모가 축소되기도 한다”며 “혁신학교이자 다문화 중점학교의 특성을 살려 학생들이 공동체 일원으로 성장하는 시간이 되도록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일곡중은 경쟁보다는 축제의 의미를 부각해 ‘스포츠 파티’를 열었다. 줄다리기, 이어달리기 등 전통 종목과 함께 신발 양궁, 노래방 만점 도전, 병뚜껑 컬링 등 이벤트가 펼쳐졌다. 종목은 학생 임원 회의에서 결정했다. 만화주인공 복장, 잠옷, 군복, 한복, 교련복, 수인복 등을 입고 게임도 직접 진행했다.

김건우 일곡중 교사는 “학생자치를 실현하려고 평소 학생들에게 많은 권한을 위임하고 있다”며 “스스로 준비한 행사에서 학생들이 승부와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는 분위기를 보였다”고 말했다.
/김경태 기자 kkt@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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