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과 사랑으로 ‘불안한 사회’를 치유하자

조현병(정신건강질환)환자들에 의한 ‘묻지 마 범죄’가 이어지고 있다.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사건처럼 피해망상에 사로잡힌 조현병 환자들은 이웃과 길거리 시민들을 대상으로 끔찍한 일을 쉽게 저지르고 있다. 국민 20명 중 1명꼴로 정신건강질환자라는 통계도 있고 보면 국민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곁에 두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최근 벌어진 큰 사건의 중심에는 조현병이 있다. 조현병을 앓고 있었던 피의자 안인득은 지난 17일 5명의 목숨을 빼앗고 10명을 다치게 했다. 지난 3월에도 전북 익산에 사는 40대 남성이 형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지난해에는 20대 남자가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들어가 인질극을 벌이는 등 조현병 환자들이 저지른 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다.

그렇지만 조현병 환자들에 대한 행정·보건당국의 치료와 격리·관찰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조현병 환자 스스로가 자신을 아픈 사람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치료를 거부하고 주위사람들의 관심에 적대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안인득의 경우도 과거 68차례 치료를 받았지만 범행 전 33개월 동안은 관리 사각지대에 있었다.

지난 해 말 기준으로 광주지역의 정신질환자는 1천444명이다. 병원 입원자는 2천200명, 시설입소자는 700여명으로 모두 4천344명에 달한다. 그러나 일부 환자나 가족들은 치료를 거부하고 주위의 껄끄러운 시선을 의식해 가족 중에 환자가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다. 사회의 편견과 거부감이 정신질환자들의 상태를 악화시키는 측면이 있다.

피해자가 많고 범행이 끔찍해서 그렇지 사실 조현병 환자들의 범죄율은 그리 높지 않다. 정신건강질환자의 범죄율은 0.3%로 아주 극소수에 해당한다. 그렇지만 증상이 그리 심하지 않은 조현병 환자들이 장기간 방치될 경우 ‘날뛰는 흉기’가 된다는 점이 문제다. 영유아와 노인에게 집중돼 있는 현행 복지체계를 개편해야한다는 지적이 높다.

조현병은 유전적인 이유도 있지만 경쟁사회가 안겨주는 스트레스와 인간·가족관계 파괴도 큰 원인이다. 장기적으로는 인성계발중심의 교육이, 단기적으로는 사회적 편견해소와 행정당국의 치밀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조현병 등 정신질환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과 주위 사람들을 모두 힘들게 하는 병이다. 각별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