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딸 살인 사건, 범행 숨기기 위한 ‘보복범죄’

신변보호 요청했지만 피해 못 막아…제도 부실 지적

전문가 “경찰 기본 임무 부합하기 위한 제도 개선 필요”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계부 의붓딸 살해 사건의 이면엔 시민을 범죄 피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경찰의 신변 보호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기 때문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회안전망의 허술한 민낯이 또 다시 드러난 셈이어서 씁씁함만 더하고 있다.

신변보호란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는 범죄 피해자·신고자·목격자·참고인 및 그 친족 그 밖에 반복적으로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위해를 입었거나 입을 구체적인 우려가 있는 사람을 위해 경찰이 일정기간 보호해 주는 제도다.

2일 광주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최근 광주에서 발생한 의붓딸 살해·유기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지만 결국 참변을 막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계부가 자신을 성폭행 혐의로 신고한 의붓딸에게 보복할 마음을 먹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피해자 보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8일 광주광역시 동구 한 저수지에서 여중생 A(12)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A양의 계부인 김모(31)씨는 의붓딸의 시신을 유기한 뒤 경찰에 자수했다.

김씨는 경찰에 자신을 성범죄자라고 신고한 의붓딸의 시신이 발견되기 하루 전날인 27일 오후 6시 30분께 전남 무안군 한 초등학교 근처 농로의 차 안에서 목 졸라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사실상 보복살인인 셈이다.

A양은 범죄 발생 이전인 같은 달 9일 계부인 김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전남 목포경찰서에 신고했다. 이후 A양은 피해 조사를 받던 중 경찰에 스마트워치 제공 등 신변 보호를 요청했지만 사실 확인 절차, 관할지 이송 등으로 신변보호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늑장대응 논란이 수면위로 오른 이유다.

이처럼 경찰은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위해를 입을 위험성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 일정한 심사와 절차를 거쳐 신변보호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러한 제도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 신변 보호를 적용받기 위해선 사실확인 절차, ‘신변보호심사위원회’심사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해서다. 계부의 손에 숨진 A양 역시 이러한 절차 때문에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다 결국 목숨을 잃어야 했다.

‘피해자 보호’와 관련해 요란하고 불필요한 행정적인 절차보단 법률로 명시하고 있는 경찰의 기본 임무를 우선시 할 수 신속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세종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보호는 경찰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이다. 이는 법률로도 명시돼 있다”며 “특히 아동·여성은 사회적 약자라는 인식 속에서 국가가 더욱 더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건의 경우 가해자가 계부이고 피해자가 의붓딸인 만큼 심각한 상황임에도 경찰의 적극적인 개입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피해학생의 최초 신고에도 관할 이전·행정 절차상의 문제로 보름여 이상 지체되면서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골든 타임을 놓친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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