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다문화 가정 2세 ‘지역의 미래다’

지난해 2세들 1만 2천여 명…5년 전 比 2배 이상 늘어

저출산 속 다문화 가정은 상승세…편견은 여전

‘다문화’ 벗어난 다양한 지원·교육 정책 등 마련해야

장성성산초등학교(교장 조희영) 전교생 85명은 지난 1일 다문화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고 소통과 공감의 역량을 기르는 다문화의 날을 개최했다. 사진은 학생들이 월남쌈, 반미샌드위치, 햄버거 등 다양한 음식문화를 직접 만들어 보는 기회를 통해 다문화를 즐겁고 맛있는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 /전남도교육청 제공
장성성산초등학교(교장 조희영) 전교생 85명은 지난 1일 다문화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고 소통과 공감의 역량을 기르는 다문화의 날을 개최했다. 사진은 학생들이 월남쌈, 반미샌드위치, 햄버거 등 다양한 음식문화를 직접 만들어 보는 기회를 통해 다문화를 즐겁고 맛있는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 /전남도교육청 제공
한국 사회 곳곳에 피부색과 언어가 다른 이웃들이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흔히‘다문화가정 2세’라고 한다. 하지만 이 말에는 여러 유형의 불안과 고통이 함께 뒤따른다. 출생지와 국적, 체류 자격에 따라 ‘다문화 아동’ ‘중도입국 청소년’ ‘미등록 이주아동’ 등으로 나뉜다. 자격이 다르니 겪어야 하는 불안도 각각 다르다. 그럼에도 공통점이 있다면 ‘한국 사회라는 공동체에서의 배제’다.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가정 2세들에게 편견과 차별은 응당 겪어야 할 숙명처럼 여겨졌다.

다만 어떤 아이는 존재 자체가 부정되고, 어떤 아이는 존재만 인정되고 사회의 일원으로 자라는 데 필요한 지원은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본보는 창사 22주년을 맞아 광주·전남 지역에 다문화 가정 2세들의 실태와 애로사항을 분석하고, 이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움 주는 방안이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본다.

◇광주·전남 다문화 가정 2세 실태

장기 정착 다문화 가정 증가에 2세 자녀들이 겪는 차별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부모인 다문화 1세들이 겪는 차별은 줄어들고 있어서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9일 여성가족부와 광주·전남교육청에 따르면 여성가족부는 지난 2일 전국 다문화 가족 실태조사를 발표, 작년 기준 다문화 가정 자녀 중 학교, 직장 등 사회생활을 하면서 차별을 경험한 비중은 9.2%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 조사인 2015년(6.9%) 보다 2.3% 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차별을 겪었다고 말한 다문화 가정 자녀들은 주로 친구(64%)나 고용주·직장동료(28.1%)로부터 차별을 당했다고 밝혔다.

반면 다문화 1세라고 할 수 있는 결혼이민자·귀화자 중 외국 출신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경험한 비중은 30.9%로 직전 조사(40.7%)보다 약 10% 포인트 줄었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차별이 1세보다 2세들을 대상으로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인종 차별에 더해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겪는 학교폭력 문제도 악화 되고 있다.

지난 1년간 학교폭력을 경험한 다문화 자녀는 8.2%로 직전 조사(5%)보다 3.2% 포인트 증가했다. 학교폭력을 겪은 다문화 자녀들 중 참거나 그냥 넘어가는 비율도 48.6%로 직전 조사(36.1%)보다 10% 포인트 가까이 늘어 문제를 해결할 창구도 마땅히 없는 상황이다. 차별과 학교폭력 탓에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취학률도 중학교 92.8%, 고등학교 87.9%로 전체 청소년 평균 취학률(97.9%, 92.4%)보다 크게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에 있는 지난해 기준 다문화 가정 초·중·고등학교 학생은 광주 3천 40명, 전남 8천572명으로 총 1만1천612명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유치원생과 특수교육 학생들을 포함하면 더 많아 질 것이다.

2012년 4천823명 수준이었던 지역 다문화 가정 학생수에 비해 2.5배나 늘었다. 저출산으로 전체 학생 수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반면 다문화 가정 학생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처럼 다문화 가정의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편견과 차별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 일선 현장의 목소리다.

김영경 광주새날학교 교감은 “한국에서 출생한 다문화 가정 2세들은 그나마 상대적으로 낫다”며 “외국에서 중도 입국한 다문화 가정 2세들은 언어 소통에 어려움이 많은데다 주위의 차별적인 시선 때문에 적응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교육조차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한정돼 있다”고 전했다.

◇광주·전남 다문화 가정 2세에 대한 지원책

이들을 배려한 광주·전남 지역 학교 안팎의 교육 시스템은 다문화 학생 맞춤형 교육을 통해 꿈과 재능을 신장할 수 있도록 이뤄지고 있다.

먼저 모든 다문화 학생을 대상으로 다문화 이해교육을 비롯해 한국어·한국문화 집중교육, 찾아가는 예비학교, 문화예술 동아리 운영, 진로·직업교육, 정서·심리 상담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다문화 학생이 공교육에 진입할 수 있도록 취학 및 편·입학 절차를 체계화해 돕고 있다.

특히 전남의 경우 다문화학생 직업교육을 통해 진로 교육도 실시 중이다. 지난해에는 한식·바리스타 31명, 뷰티 12명, 토탈미용 17명, 중장비 24명 등 총 84명의 학생들이 진로 교육을 받았다. 또한 글로벌 리더 육성을 위해 다문화 학생 국외체험 연수도 진행했다. 지난해 다문화 가정 초등학교 6학년 22명을 대상으로 베트남 연수를 실시, 베트남의 역사와 문화유적방문, 현지친지 만남의 시간 등을 보냈다. 전남도교육청은 올해부터는 각 학교 자체 사업으로 진행 할 수 있도록 예산을 편성했다.

이밖에도 다문화 가정 학부모를 위한 다문화 감수성 제고와 자녀와의 소통, 교육 지원 역량 강화 등 교육을 펼치는 것은 물론 각 지자체 등 지역 내 다양한 다문화 교육 지원을 연계·활용해 지역 특성에 맞는 교육 정책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급증하는 다문화 가정 2세들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의 편견을 없애는 것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이들이 사회 한 구성원으로 자랄 수 있도록 꿈을 키워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제언한다.

김 교감은 “다문화가정 2세를 일반 청소년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다문화 가정 2세들에 대한 지원 및 교육 정책은 너무 ‘다문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이들이 다양한 진로를 모색하고 우리 사회와 함께 할 수 있는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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