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공공서비스의 무임승차
노경수(광주광역시도시공사 사장)

지난달 22일 광주광역시와 각 구청 및 주변 5개 시군으로 구성된 빛고을생활권 행정협의회가 광주광역시청에서 모여 상생협력과제와 신규안건 등을 논의하기 위해 6차 회의를 개최했다. 대부분 도로 건설 등 SOC 관련 행정구역간 연결사업과 축제 협조 관련이 주요 안건이었는데, 현재 대두되고 있는 현안문제들에 대해 적절히 다루었는가에 대한 평가는 좀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광주권 고형 폐기물 연료(SRF, Solid Refuse Fuel) 문제만 하더라도 빛가람혁신도시내 열병합발전소에 반입관련 가동에 대한 주민의 반대가 장기화되고 점점 커지고 있는데 빛고을생활권 행정협의회의 안건에도 올라와 있지 않았다.

광주대도시권에서 이와 유사한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행정구역을 넘어서 주민들의 생활이동권이 대도시권이 확대됨에 따라 도시서비스 공급의 공간적인 범위 역시 광역화되기 마련이다. 이에 대처하는 도시서비스의 공급 또한 광역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나 도시서비스의 공급지역(시설입지지역), 소비지역(서비스 수혜지역)이 행정구역과 일치하지 않은 사례가 많이 있다. 특히 비선호시설인 경우에 내재화되지 않은 마이너스 외부효과로 인하여 광역도시서비스가 과소 공급되고 있으며, 광주시와 주변시군간의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마이너스 외부효과에 대해 예를 들어보자. 막다른 골목길에서 눈이 내려 쌓였을 때 이 눈을 누가 치울 것인가. 가장 합리적인 방안은 골목길 주민이 각자의 집앞을 치우는 것이다. 하지만 큰 길가에 사는 집주인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 골목안쪽 주민이 안전하게 큰 길로 나가려면 어쩔 수 없이 본인 집앞도 치워줄 것이라는 기대로 기다려 보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무임승차, 즉 외부효과를 얻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불로소득은 개인이 가져가고 손해는 공공이나 타인에게 떠넘긴다면 합리적인 시장의 배분원칙 즉, 원인자부담, 수익자 부담원칙이 적용되지 않으면 사회구성원 간에 갈등과 불신커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상수공급, 하수나 폐기물처리 등과 같은 광역서비스들은 충분한 규모를 확보해야지만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 하지만 각 지자체의 국비지원에 대한 욕심도 있고, 시설입지를 둘러싼 유치 및 기피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대도시권내 지자체 간 분절과 상호연계가 원활치 못해 개별적으로 생산, 공급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광역도시서비스는 규모경제의 달성, 외부효과의 내재화, 서비스 수혜의 형평성 측면에서 최적으로 공급되지 못하고 소외지역 주민의 불만이 커져서 점점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대도시권내 지역갈등은 광역도시서비스의 효율적인 수급을 저해하여, 대도시권 전체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며, 지속가능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광주대도시권이 하나의 공동체로서 여타 국내의 대도시권과 경쟁할 수 있기 위해서는 광역서비스 공급시설에 대한 외부효과를 시장경제에 계량적으로 내재화해서 무임승차, 불로소득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서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갈등을 줄여야 한다. 그러한 작업이 어렵다면 어려울 수 있지만, 현재 국비사업의 경우 기재부 예비타당성분석에서 비용과 편익(B/C)을 계량화해 판단하고 있다. 우리 지역 연구원나 대학에서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

각 지자체장들이 모인 빛고을생활권 행정협의회에서는 각 사안별로 외부효과까지 계량화된 분석결과가 반영된 현안문제들이 진지하게 논의되기를 바란다. 거기에서 지자체장은 사업간 또는 기간별로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얻을 건 얻고, 양보할 건 양보하는 큰 틀에서 협상의 장이 되었으면 더욱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처럼 문제해결에 접근하지 못하고 겉만 돌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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