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유리창 이론과 범죄예방

박윤균 <광주광산경찰서 생활안전계장>
 

사소한 부주의나 소홀한 관심이 크나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를 일컫는 ‘깨진 유리창 이론’이 있다. 미국의 범죄학자인 제임스 윌슨(James Q. Wilson)과 조지켈링(GeorgeL. Kelling)이 발표한 깨진 유리창이라는 글에서 처음 등장한 사회 무질서에 관한 이론이다.

깨진 유리창 이론은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신호가 보이면 이것이 범죄에 대한 공포를 유발하고, 시민들이 기피하게 되고 사회 통제가 무너지며 더 심각한 범죄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깨진 유리창 이론이 직접적으로 범죄를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공포와 시민들의 회피, 그리고 감시의 부재를 낳아 범죄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1969년 스탠포드 대학교의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Philip George Zimbardo) 교수의 실험을 보면 깨진 유리창 이론을 쉽게 이해 할 수가 있다. 치안이 비교적 허술한 골목길에 자동차 한 대는 보닛만 열어 두고, 다른 자동차 한 대는 고의적으로 자동차 유리창을 조금 깬 상태로 주차 해 두었다. 두 차량은 약간의 차이만 있었지만 1주일 후에는 보닛만 열어 둔 자동차는 특별한 변화가 없었지만, 유리창을 깬 상태로 주차해 논 자동차는 1주일만에 배터리, 타이어가 없어지고, 낙서나 오물투기 등으로 완전히 폐차를 해야 할 사태로 변했다고 한다.

두 자동차의 차이점은 유리창이 조금 깨져 있다는 작은 차이이지만, 그 작은 차이가 부정적인 행동을 불러 일으킬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또 하나 이 실험에서 알게 된 것은 투기나 약탈 같은 범죄는 단시간에 갑자기 상승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깨진 유리창 이론의 대표적인 사례로 1980년대 뉴욕에서 발생한 지하철 범죄로, 연간 60만건 이상의 중범죄가 발생하였는데, 이 이론을 적용, 낙서를 지우는데 5년이라는 기간이 걸렸지만 그 동안 범죄는 75%가 감소하였다고 한다.

깨진 유리창 이론은 최근 셉테드(CPTED) 라는 도시환경 설계를 통한 범죄예방기법으로 발전하였는데, 이는 범죄가 치밀한 계획보다 물리적 환경에 따라 발생 할 수 있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의 교훈을 통해 비롯된 기법이라 할 수 있다.

‘나 하나쯤이야 괜찮겠지’ 하는 생각은 버리고 일상의 가장 기본적이고 작은 것부터 하나씩 지키고 생활한다면 그것이 지역사회의 안전을 이끄는 바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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