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금오도서 산속과 바다를 동시에 느끼다

<중흥·남도·K포럼 트레킹 동행 취재기>
여수 금오도서 산속과 바다를 동시에 느끼다
1~5코스로 이뤄진 비렁길…대표적 ‘명소’
아름다운 해안 거닐며 무더위·스트레스 ‘날려’
“푸른 바다·해안절벽 천혜 경관에 감탄사 절로”
 

‘중흥·남도·K포럼 트레킹’ 동호회 회원들이 비렁길 코스를 따라 트레킹을 하고 있다. /최연수 기자 karma4@namdonews.com

때 이른 무더위가 찾아온 5월. 벌써부터 바다를 찾아 떠나고 싶다. 산속을 가기엔 보통 체력이 아니고서는 벅차다. 에어컨 밑에 있자니 엉덩이가 들쑤신다. 그렇다고 무작정 떠나자니 겁부터 난다. 여름휴가 계획까지 세웠지만 그때까지 기다리기는 힘들다. 잠시 하룻동안만 바닷길을 걷고 싶다. 답답한 도심을 벗어나 끝 없는 해안가를 거닐며 시원한 바닷바람에 몸을 맡기는 건 어떨까. <편집자주>

중흥·남도·K포럼트레킹동호회(회장 김서중)는 지난 25일 중흥건설과 남도일보 임직원, 남도일보 K포럼 회원 등 8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제11회 트레킹’을 가졌다. 이날 참가자들은 최고 기온이 30℃를 웃도는 초여름 날씨를 이겨내고 여수 금오도 비렁길 코스(총 15㎞)를 거닐며 때이른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버렸다.

이날 오전 5시 30분 광주시청 주차장에 ‘중흥·남도·K포럼 트레킹’ 동호회 회원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한달여 만에 봐서인지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피곤한 기색없이 회원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만개했다. 회원들은 등산복과 안면 마스크, 아이젠, 폴대 등 트레킹 복장으로 만반의 준비를 했다.

버스는 1시간 30여분을 달려 아름다운 도시 여수에 도착했다. 시청이 있는 중심에서도 30분은 더 들어가야 비렁길이 있는 금오도로 향하는 배를 탈 수 있는 돌산 신기항을 만날 수 있다.

차량도 실을 수 있는 넉넉한 크기의 선박이지만 가져온 차를 배에 싣기 위해서는 좀 더 서둘러야 한다. 성수기에는 그만큼 많은 사람이 금오도를 찾기 때문이다. 금오도를 가기 위해선 우선 여객터미널에서 잊지 않고 챙겨온 신분증이 있어야만 승선권을 얻을 수 있다. 행여 신분증을 미리 지참하지 않더라도 터미널 내에 무인민원발급기가 있어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으면 승선권 취득이 가능하다. 다시 한 번 본인확인을 거쳐 승선을 마치면, 도항선은 목적지인 금오도에 향한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곳곳에 있는 아름다운 섬들과 그곳에서 무엇을 낚는지 모를 강태공을 보고 있을 찰나 이미 배는 금오도에 도착해 있었다.
 

금오도를 가기 위해서는 30여분간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사진은 여수 금오도비렁길 여객터미널. /최연수 기자 karma4@namdonews.com

◇남해안 끝자락에 있는 섬 금오도

금오도란 명칭은 섬에 삼림이 울창해 검게 보였기 때문에 거무섬이라 부르던 것을 비슷한 한자로 표기하면서 탄생했다고 한다. 또 금오도가 금빛의 거북을 닮아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한자를 뜻풀이한 결과라는 의견도 있다. 금오도는 한때 거마도(巨磨島)라고도 했는데, 이 역시 거무섬의 이름을 비슷한 한자로 표기한 경우이다.

금오도는 여수에서 돌산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하지만 사람이 거주한 것은 불과 120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조선시대까지 황장봉산이었던 금오도는 사슴 목장으로 이용되면서 사람의 출입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덕분에 금오도에 조성된 무성한 아름드리나무는 육지로 실려 나가 목재로 사용됐다고 한다.

특히 조선 말엽 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할 당시에는 금오도의 나무를 베어 궁궐의 건축재로 이용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1884년 고종 21년 태풍으로 금오도의 소나무들이 쓰러져 버리자 봉산이 해제되면서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다.

◇비렁길을 따라 걷는 여유

‘비렁’은 벼랑의 여수 사투리다. 남해안에서 찾아보기 힘든 해안단구의 벼랑을 따라 조성됐기 때문에 이름을 비렁길이라 지었다. 비렁길을 따라 이어진 다도해의 풍경은 길을 따라 걷는 이 무게를 덜어주기에 차고도 넘친다.

비렁길은 총 5개 코스와 종주코스로 나뉘어 있으며 18.5㎞에 일반인 걸음으로 8시간 30분 소요된다고 하니 하룻 밤 정도는 금오도에서 지내야 맘이 편할 것이다.
 

◇ 지눌의 전설 속 송광사 절터

이 코스의 주요 관광 포인트로 용두바위와 미역바위, 송광사 절터, 신선대 등을 꼽을 수 있다. 밭길을 넓혀 만든 비렁길의 한 구간, 말 그대로 용머리처럼 생겼다 해서 불린 용두바위에서는 고흥반도의 나로도 우주센터를 전망할 수 있고 우주선발사 장면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또 다른 명소다. 또한 2㎞가량 걷다 땀을 식힐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기도 하다. 용두바위부터 미역바위 등 일부 구간은 나무 펜스 너머 아래로 고개를 밀어 내려다보면 아찔할 정도로 가파른 벼랑을 이뤄 색다른 스릴도 던져준다.

데크를 타고 가다보면 고려시대 보조국사 지눌이 세운 송광사라는 전설속의 절터에 다다른다. 지눌은 좋은 절터를 찾기 위해 새 세마리를 날려 보냈는데 한마리는 순천 송광사 국사전에, 다른 한마리는 고흥 금산 송광암에, 마지막 한마리는 금오도에 날아왔다는 설이 있으며 이를 일컬어 삼송광이라 부른다. 절터를 지나 2㎞정도 가다보면 신선이 놀다갔다는 신선대가 나온다. 비렁길은 가다보면 비렁길의 처음과 끝은 항상 마을과 맞닿아 있다. 각 마을에는 쉼터와 금오도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방풍 자장면, 방풍 서대회무침, 방풍 해물파전 등 각종 맛있는 특산물들을 판매한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미역널방 전망대

두포에서 1.7㎞정도 가다보면 바다전망이 일품인 굴등전망대가 나온다. 굴등은 절벽위에 형성된 독특한 마을이다. 전망대가 자리할 정도로 낮에 보는 경치도 유명하지만 밤에는 나그네를 몽환에 빠뜨릴 정도로 달과 별빛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굴등전망대를 지나면 촛대바위가 보인다. 촛대바위는 마을 주민들의 안녕을 기원했던 곳이다.

조금 더 가다보면 해수욕장과 300년 된 해송들이 있는 직포에 도착하게 된다.

◇풀밭고 동백숲이 울창한 숲길 사이로

직포에 들어서자마자 풀밭과 동백숲으로 우거진 산길이 나온다. 빼곡한 동백나무와 울창한 숲은 절로 힐링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숲길을 빠져나가면 갈바람통 전망대가 나온다. 갈바람통 전망대와 매봉전망대는 아름다운 절경과 더불어 깎아놓은 듯한 아찔한 절벽 위에서 아래를 보면 그야말로 스릴 만점이다. 다만 없던 고소공포증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매봉전망대를 지나 흔들흔들 출렁다리를 지나면 학동이 나온다.
 

◇ 학을 닮은 산을 등지고 걷는 길

학을 닮은 산을 등지고 걷는 길이라 불린다. 총 3.2㎞ 길이로 학동에서 출발해 사다리통전망대, 온금동전망대, 심포를 거친다.

학동은 산의 모양이 학을 닮았다 해 명명됐다고 한다. 학동을 등지고 걷다보면 사다리통 전망대화 온금동 전망대가 나온다. 이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망망대해는 몸과 마음을 힐링해 준다. 이곳에 아름답게 조성된 야생화들은 눈을 즐겁게 해주고 파도소리는 귀를 즐겁게 해준다. 이런 자연에 취해 걷다보면 어느새 포구가 깊다 해 심포라고 불리우는 마을에 다다르게 된다.

◇해넘이를 보고 내려오는 종착지

심포마을은 한겨울에도 따뜻하고 깊고 맑은 바다로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고 있어 낚시꾼들에게는 두말할 나위없는 포인트이다. 이곳에서는 특히 감성돔이 많이 낚인다. 심포마을에서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망산봉수대가 잘 보존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망산봉수대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아름답기 그지없다. 비렁길 5코스를 다 돌다 보면 어느새 해질녘이 된다. 이곳에서의 일몰은 환상 그 자체다. 넋을 읽고 보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해넘이를 보고 내려오면 비렁길코스의 마지막 종착지인 장지에 도착한다.
 

김서중 동호회장은 “그동안 열린 모든 트레킹에 참여해 전남 곳곳을 가봤지만 이번 여수 금오도 비렁길 코스가 으뜸중에 으뜸이다”며 “산길과 해안길이 어우러져 있어 사시사철 내내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동부취재본부/최연수 기자 karma4@namdonews.com
/김영창 기자 seo@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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