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
제3부 2장 변경의 북소리<347>

“뭐요? 모문룡 그 자 때문에? 그는 지금 어디 있소?”

“곧 올 것이요.”

아닌게 아니라 그때 모문룡이 부하들을 이끌고 시끄럽게 떠들며 동헌 뜰로 들어서고 있었다.

“우리 사람 섭섭하다 해. 조선 사람 그릇 작다해. 군량 오백석을 못채우는 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그는 동헌 뜰에 서서 부청(府廳)을 향해 큰소리쳤다. 그러자 그의 부하들이 창과 칼을 하늘 높이 치켜들며 괴이한 소리를 질렀다. 그들은 군사가 아니라 꼭 비적떼들 같았다. 이런 식으로 모문룡 부대는 관아에 들어가 행패를 부리는 모양이었다.

정충신이 부청 대(臺)로 나가 떡 버티고 서서 그들을 내려다 보며 소리쳤다.

“웬 군대냐?”

모문룡이 이를 보고 여태까지 당해본 것과는 다른 태도인지라 한동안 멈칫하더니 자세를 가다듬고 되물었다.

“너는 누구냐?”

“나는 조선의 군관이다. 변경의 동태가 이상하다고 해서 정탐차 왔는데, 과연 의주 용천 철산 선천 곽산 염주 동림 고을에 도둑들이 우굴거리고 있더군.”

그러자 그들이 서로를 멀뚱히 쳐다보고 있었다. 무슨 개뼉다구같은 얘기를 하느냐는 투였다. 정충신이 여세를 몰아 말했다.

“그자들은 듣기로 명나라 군대라고 하는데, 일부는 후금군에 투항해 후금 군대도 되었다가 날이 밝으년 다시 명나라 군대가 된다고 한다. 이런 군대는 아는가?”

“뭐라구?”

“그런 군대는 천하에 없는 막장군대 아니겠나. 바로 간나새끼들이지.”

“간나 새끼라니 무슨 뜻이냐.”

“평안도에서는 몹쓸 무리들을 그렇게 부른다. 명나라 조정에서는 이런 자들을 보는 족족 보고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나를 의심하나?”

“전쟁도 끝났는데 왜 이곳에 와있나? 그래서 대국에서는 이런 자들을 적발해 상신하라고 했다. 지금 병법에 능한 사람이 요동에 들어와 군 기강을 바로잡고 있다.”

“병법에 능한 사람? 나를 따를 자가 있느냐?”

“신분의 위장을 하고 요동 진영에서 간자 노릇을 하는 자들. 약탈과 여자를 겁탈하는 자들부터 찾아 척결하겠다는 사람이다. 그들이 적병보다 더 나쁘다고 보는 사람이다. 군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그런 반동자들부터 잡아 숙청한다고 한다. 군 내부의 파괴분자라는 것이다.”

“그가 누구냐.”

“원숭환이란 사람이다.”

“그를 아는가?”

“내가 비밀리에 북경을 다녀왔다.”

“하하하, 그는 나와 동향이다. 무슨 큰 일인 것처럼 나를 겁주는데, 그는 나의 고향 친구다.”

모문룡이 크게 웃으며 더욱 기고만장한 태도를 보였다. 모문룡은 중국의 남부 항저우 사람이고, 원숭환 역시 남부 사람이다. 모문룡도 사발통문을 통해 그를 이미 알고 있었다.

원숭환은 원칙주의자였다. 문관으로 지방청에 근무하고 있는데, 병법에 능하다는 소식을 듣고 조정이 그를 불러들여 자꾸만 위기로 몰리는 요동파견군을 재정비하도록 비밀리에 임무를 부여한 것이었다. 그는 영원성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옛 성을 개수하도록 병사들을 동원하고, 국경 지대인 요동 지역 군사 이동경로를 살폈다. 살핀 결과 변경지역에서 군사들이 쥐새끼들처럼 국경선을 넘나들며 온갖 행패를 부리고 있었다. 그중 산해관에 주둔한 모문룡 부대의 일탈행위가 도를 넘고 있었다. 왜란 7년을 견디느라 피폐해진 조선땅과 여진의 부족마을을 주로 넘나들며 온갖 패악질을 저지르고 있었다. 이것이 더욱 긴장을 조성했다.

정충신이 말을 계속했다.

“내 조사에 따르면, 모 장수는 후금과 한 번도 싸우지 않았으면서 여덟 번을 이겼다고 허위보고를 하고, 16명의 적군을 포획하고 나서 160의의 목을 얻었다고 거짓 보고를 올렸소. 그 16명의 적병도 조선 백성이란 것도 알고 있소.”

“감히 나를 모함하다니? 증거가 있나?”

“국경마을에 가면 머리없는 시체가 즐비하다.”

“그대야말로 명과 후금을 넘나드는 간자 아닌가?”

“간자이기 때문에 이곳저곳의 정보를 탐지할 수가 있다. 그리고 나는 명나라의 명을 받고 움직이는 사림이다. 나는 모 대장의 허위 공적을 날조한 모대장전(毛大將傳)을 지어서 뿌린 것도 알고 있다.”

“무례하도다.”

“그대가 무례하다. 어따 대고 군량 오백석을 대라고 헛소리 하나?”

“나를 모욕하는 사실을 조선 조정에 알리겠다. 반드시 귀관을 처벌토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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