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익 전남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의 남도일보 월요아침

문화예술로 품은 애국

조용익(전남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6·25 전쟁 69주기를 맞이하며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치신 숭고한 희생을 애도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경건한 유월은 시작되었다.

비극적인 6·25 전쟁기간 137만명이 사망하고 전사자 178,569명, 1000만 이산가족, 10만 전쟁고아가 부모형제를 잃은 슬픔 가득한 69년 세월의 강은 길게 드리워진 마천루의 그림자로 비추어진다.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은 국가의 위기에도 헌신적인 희생으로 지켜온 대한민국, 그리고 지금 이 땅위에 자유와 풍요를 누리며 세계 10위 경제대국의 우리를 지켜 볼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큰 뜻을 기리는 계절이다.

호국 애국의 역사와 의미를 후대에게 어떻게 전 할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 문화예술은 선명하고 뜨겁게 우리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국예총전남도연합회가 기획하고 해군3함대 사령부 호국미술관에서 3·1독립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으로 열린 “예술로 꽃피우는 100인의 정신展”에서 만난 안중근선생님의 어록 중 공자의 견리사의(見利思義) 견위수명(見危授命)을 예술로 표현한 참뜻을 되새겨 볼 수 있었다.

“이(利)를 보거든 의(義)를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거든 내 목숨을 내어 주어라.”는 깊은 뜻이 담긴 예서와 행·초서가 융합된 창작서체의 작품 속에는 역사의 상흔 속에 애국과 호국의 불꽃이 활화산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한국전쟁과 3.1운동 그리고 임시정부 100주년의 시간과 의미가 선, 색, 형 만으로 충분하게 표현됐고 그 메시지 또한 강렬함이 있었다. 놀라움과 감동은 아직도 가슴에 진한 여운으로 남겨져 있다. 예술은 이성적이거나 논리적인 전개보다는 감정으로 오감을 통해 우리의 가슴에 남는다.

한국 현대사에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6·10민주항쟁은 억압과 통제의 암울한 시대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이루어낸 역사이고 세계사에 남을 민주화 운동이다. 가장 안타깝고 아쉬운 점은 39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는 동안 대한민국 민주화의 도화선인 광주민주화운동을 추모하는 정도를 비춰 볼 때 지역적인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광주전남뿐만 아니라 민주를 갈망하는 모든 국민과 세계인이 함께 할 수 있는 기념일이 되길 소망한다.

지난 5월 마지막 날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제 39주년 기념 특별음악회 ‘임을 위한 행진곡’ 창작관현악 공모선정곡 초연에서 세계인과 함께 오월 광주 민주 정신을 기억할 수 있는 희망을 보았다. 창작관현악 공모에서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아르메니아 출신 트살리키안 미란(Tsalikian Miran)‘의 영웅들의 맹세-영웅들을 위한 교향시’ 에서 트살리키안 미란은 노래에 가장 담고 싶었던 것에 대하여‘우리는 절대 그들을 잊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또한 제목처럼 단순하게 희생자가 아닌 “자유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진정한 영웅”을 표현하고 있다는 의미를 알게 되었다. 공연을 지켜본 나의 시선은 오케스트라 뒤편에 자리한 트라이앵글, 실로폰, 윈드 차임벨, 카우벨, 카사바, 셰이크 등 타악 연주자에게 한동안 머물렀다.

웅장하고 커다란 타악기와 앞쪽에 자리한 금관 목관 현악기 연주자 그리고 주인공과 같이 한가운데에서 힘차게 몸짓을 하는 지휘자보다 작지만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는 타악 연주자의 모습은 나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시선과 음향이 자칫 지나칠 수 있는 위치에서 작지만 뜨거운 소리를 모아 관현악 합주를 탄생시키듯이 광주민주화운동을 이루어낸 광주·전남 시·도민 한분 한분의 모습을 발견하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는 높은 자리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큰 목소리로 외치는 사람이 아닌 여리고 따듯한 마음과 떨리는 목소리로 시대의 역사와 감동을 전하는 문화예술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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