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월드컵-광주FC 엄원상 ‘스피드로 측면을 지배하다’
빠른 돌파력 일품…후반 조커로 맹활약 한국 첫 결승 견인
저돌적 드리블은 짜릿함까지 선사…해외 스카우트들 주목
“스피드 활용 움직임 좋아져…자신감 가지면 더 잘할 것”

엄원상 승부차기 성공
U-20월드컵과 한국과 세네갈전의 경기. 승부차기 때 한국 3번 키커인 엄원상이 골을 성공한 뒤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연합뉴스
12일 (한국시간) 폴란드 루블린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전 한국과 에콰도르의 경기에서 득점한 엄원상의 모습. 비디오판독(VAR) 결과 엄원상의 추가골은 무효로 선언됐다. /연합뉴스

U-20 월드컵 대표팀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광주FC 엄원상의 주가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돌파력으로 우리나라 대표팀의 공격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내자 해외 스카우트들의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U-20 월드컵은 전 세계 축구 유망주가 한자리에 모이는 무대인 만큼 구단 스카우트와 선수 에이전트들이 놓칠 수 없는 대회다. 실제 12일 폴란드 루블린에서 열린 열린 이탈리아와 우크라이나, 에콰도르와 한국의 4강전에는 155명의 스카우트들이 모여들었다. 한국이 8강전에서 세네갈을 이기고, 에콰도르와의 4강전도 승리하자 해외 스카우트들은 한국 선수들도 집중 관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국내 한 매체는 “이탈리아 유명 구단 관계자의 경우 한국-일본의 16강전을 관람하던 국내 에이전트에게 오세훈과 엄원상, 전세진 등 선수들에 대해 상당히 진지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엄원상은 한국의 결승 진출에 반전 카드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전을 제외한 모든 경기에 후반 교체돼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에콰도르와의 4강전은 엄원상의 진가가 제대로 나타났다. 1-0으로 앞서던 후반 36분 피치에 들어선 엄원상은 상대 수비를 압박하며 한국의 공세에 힘을 불어넣었다.

효과는 뚜렷했다. 후반 40분 오세훈의 패스를 받은 엄원상은 문전에서 오른발로 슈팅해 에콰도르의 골망을 흔들었다. 특유의 빠른 발로 상대의 빈틈을 파고든 날카로운 슛이었다. VAR(비디오판독시스템) 판독결과 간발의 차로 오프사이드가 선언돼 아쉬움을 삼켜야 했지만 스카우트는 물론 국내외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엄원상은 앞서 세네갈과의 8강전에서는 두차례 실축의 부담을 안고서 세 번째 키커로 나서 골망을 흔들며 ‘기적의 4강’ 발판을 놓기도 했다. 또 일본과의 16강전에선 속도를 이용한 저돌적인 플레이로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놨다.

사실 대회 초반만 해도 엄원상은 오세훈과 이강인의 존재감에 가려 주목을 받지 못했다. 대표팀 소개 프로필에 ‘스피드로 측면을 지배한다’고 표현할 만큼 스피드와 돌파력은 일품이지만 선발로는 나서지 못했다. 대표팀이 쓰리백 포메이션을 가동하면서 치열해진 경쟁에 입지가 좁아진 탓이다. 이에 아랑곳 않고 엄원상은 후반 경기 흐름에 변화를 주는 조커라는 자신의 역할을 확실히 수행하면서 제 기량을 맘껏 뽐내고 있다. 공간으로 치고 들어가는 빠른 속도의 드리블은 보는 이들에게 짜릿함을 선사했다. 그가 왜 ‘KTX’, ‘엄살라’ 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지를 보여줬다.

금호고 시절부터 엄원상은 저돌적인 드리블 능력으로 기대를 모았다. 2016년부터 당시 2017 FIFA U-20 월드컵을 준비하던 U-19 대표팀에서 뛰며 카타르 4개국 친선대회와 U-19 수원 컨티넨탈컵에 참가했다. 고교시절 엄원상을 지도했던 최수용 금호고 축구감독은 “엄원상은 신체적으로 불리한 조건에도 가지고 있는 재능과 기량이 뛰어났던 선수였다. 특히 체력이나 스피드가 워낙 좋았다. 거기에 보매우 착하고 성실했고, 노력을 많이 한 선수”라고 말했다.

엄원상은 단순히 빠르기만 한 선수는 아니다. 아주대를 거쳐 올해 광주FC에 입단하기까지 성장을 거듭, 프로축구 개막전에도 나섰다. 계속되는 대표팀 차출로 팀에서는 4경기밖에 나서지 못했지만, 이번대회 선전으로 차세대 공격수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박진섭 광주FC 감독은 “이번 대회를 보면서 엄원상 선수가 갖고 있는 스피드가 세계대회에서도 통한다는 걸 느꼈다. 마지막에 침착성이 조금 떨어지는게 아쉽지만 가지고 있는 스피드라는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움직임과 돌파가 많이 좋아진 것 같다. 더욱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하면 결승에서도 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16일 오전 1시 폴란드 우치 스타디움에서 우크라이나와 결승전을 펼친다. 엄원상이 자신의 장점을 앞세워 한국 역사상 두 번째 FIFA 주관 대회 우승이라는 공을 세우고, 더 큰 선수로 성장할 발판을 확실하게 다질 지 기대된다.
/한아리 기자 h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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