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채 남도일보 동부권 취재국장의 순천만에서

주인없는 포스코 변명과 주인있는 현대제철의 사과

윤종채(남도일보 동부권 취재국장)

전남도가 지난 4월 24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2고로에, 경북도가 5월 27일 포항제철소 2고로에 대해 각각 10일간의 조업정지 사전통지를 했다. 이어 충남도는 업체의 해명을 듣는 청문 절차도 없이 5월 30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2고로에 대해 오는 7월 15일 부터 24일까지 10일간의 조업정지를 통보했다.

이처럼 3개 지자체가 대기환경보전법 위반에 조업정지라는 유례없는 고강도 처분을 내린 배경은 제철소들이 수십 년 동안 반복적으로 법을 어기고 고로 브리더를 열어 미세먼지 유발 물질 등을 무단으로 배출해 왔기 때문이다. 구기선 충남도 환경보건과장은 “경북 포항과 전남 광양에 제철소를 둔 포스코에도 브리더 문제가 있다”며 “충남도가 앞장서 투쟁의 물꼬를 트겠다”고 말했다. 특히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조업정지 처분은 당연하고 적절했다. 기업이 환경의 중요성과 법 규정을 준수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행정처분 철회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현대제철은 행정처분을 받기 전 고로 가동중단을 막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포스코에 직원으로 입사해 34년동안 근무하며 광양제철소장과 포항제철소장 등을 지낸 철강 엔지니어 전문가로 지난 2월 현대차그룹의 현대제철에 전격 영입된 안동일 사장이 충남도를 찾아가 전후사정을 설명하고 안전 차원에서 실행한 브리더를 통한 가스배출의 불가피성도 강조했다. 하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고, 현대제철은 막다른 길에 몰렸다. 급기야 지난 7일 국민권익위원회 산하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조업정지 처분 취소 및 집행정지 신청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이어 지난 10일 안동일 사장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내고 임직원들이 충남도지사, 충남도의회 의장, 당진시장, 당진시의회 의원, 지역 시민사회단체 대표, 인근 마을 이장 등 93명에게 직접 전달했다.

안 사장은 사과문에서 “이번 충남도의 조업정지 처분은 많은 안타까움과 고민 속에서 내린 고육책이란 사실을 충분히 짐작한다”며 “결과적으로 이 같은 상황을 초래한 점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고, 상황이 이처럼 악화될 때까지 지자체는 물론 지역 여러 단체들과 소통이 부족했던 점도 이 기회를 통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환경이 중시되는 시점에서 시의적절한 조치라 여겨진다. 이에 대한 당진 주민들과 충남도민들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국내 최초이자 최대의 제철소를 운영중인 포스코는 주인없는 회사여서 그런지 대기오염물질 무단 배출 책임이나 지역 주민의 피해에 대한 사과는 일언반구 없이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18일 전남도 청문에서 “고로 가스 배출이 현재로서는 다른 기술이 없으며 전세계 제철소가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나라 제철소도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기술적 한계가 어떻든 이제까지 오염방지시설도 없이 무단으로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해왔다는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부터 해야 맞는 것이다.

포스코는 또 “고로가 멈추면 광양이 망한다”며 지난 4일부터 광양제철협력사협회, 포스코 광양지역협력사 상생협의회, 광양시 이·통장협의회, 포스코 노동조합 등을 앞세워 “조업정지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이는 ‘지역주민들이 겪고 있는 고충과 피해는 무시해도 괜찮다’는 오만한 태도다. 대기환경보전법을 위반해놓고 기업의 경제적 손실 때문에 행정처분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은 말 그대로 적반하장이다. 기업논리를 앞세우기 이전에 지역 주민의 피해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가 우선돼야 한다.

특히 대기환경보전법을 원칙적으로 적용한 지자체와 지속적으로 환경오염실태를 고발해온 환경단체, 그리고 포스코의 환경문제를 지적해온 공익제보자가 “철강산업을 죽이려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고로를 운영하며 상시적으로 위법 행위를 저질러놓고는 문제를 제기한 환경단체와 행정처분을 내린 지자체를 비난하는 것은 법 위에 군림하려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환경 중시는 시대의 흐름이다. 이제는 국민의 건강권, 환경권이 매우 중요하다. 환경을 우선하는 것이 국민기업이고 지역기업이다. 환경 문제를 등한시하면 기업 경영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재삼 강조하지만 포스코는 변명을 앞세우기 전에 먼저 대기오염물질 무단 배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적인 사과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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