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옥 송원대 교수의 남도일보 독자권익위원 칼럼

당신은 강자입니까, 약자입니까?

백현옥(송원대학교 교수ㆍ광주안실련 공동대표)

 
 

우리는 누구와 함께 있느냐, 어떤 상황에 놓여있느냐에 따라 강자가 되기도 하고, 약자가 된다. 간단한 예로 우리는 누구나 부모님에게 많은 은혜를 입지만 당연히 받아야할 것을 받은 것처럼 강자가 되고, 자녀를 기를 때 나의 많은 것을 포기해가며 자녀에게 내어주면서도 약자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위치는 가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업무적인 관계, 동료와의 관계, 친구들과의 관계 뿐 아니라 사회적인 관계까지 모든 면에 해당된다.
우리는 강자일 때 그 위치에서 해야할 의무와 권리가 있고, 약자일 때 그 위치에서 해야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 그래서 강자일 때 가끔 그 의무들이 버겁게 느껴지기도 하고, 한편으론 권리들이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 때문에 의무는 다하지 않고 권리만을 누리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누군가들을 쉽게 접하곤 한다.
얼마전 한 신문기사에서 서울시교육청에서 학교 교사들에게 2G폰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을 본적이 있다. 의아하게 생각돼 교육청에서 상담교사로 근무하는 딸에게 무슨 내용인지 물어보자,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과도한 학부모의 전화’ 때문이라고 했다.
과도한 학부모의 전화? 내가 바라보던, 나의 은사님과 딸의 교사를 떠올려봐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 다시 물어보자, 시간과 내용 등을 가리지 않고 전화하는 학부모들 때문이라고 한다.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저녁시간, 누군가가 느끼기엔 밤 늦은 시간에도 전화와 문자를 하는 학부모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내용에 순간 멍 해지는 느낌이었다. 내 자녀에 대한 궁금증을 물어볼 수도 있고, 혹은 불이익을 당하는 것을 따질 수도 있지 않는가 하고 생각했지만 딸의 대답에 ‘아~’하고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요즘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카카오톡이 뜨는데, 개인적인 프로필과 그를 이용해 SNS까지 찾아보며 교사들에 대한 간섭을 하거나 교사들의 밤늦은 시간이나 주말을 방해한다고 한다. 심지어는 술을 마시고 새벽에 전화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는 딸의 입에서 줄줄 나오는 사례들이 생각보다 충격적이었다. 언제나 늘 교실에서 강자로만 있을 것 같던 교사가 어느새 약자로 변해 있는 순간이었다. 수업과 생활지도, 행정적 업무처리뿐 아니라 학부모 응대와 학생간 싸움이 일어나면 중재를 하는 것도 부족해 학부모 사생활 관리까지 해야하는 자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강자와 약자. 다시 고민해보니 누구보다 눈에 띄게 그 위치를 바꾸는 직업이 있었다. 선거가 있기 전, 누구를 보든 어디에 있든 깊이 허리를 숙이고 심지어 길에서 큰절도 마다않던 정치인들이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면 악수를 하려고 다가가도 바삐 사라지는 정치인들을 종종 보게 된다.
선거때 표가 되는 곳이면 언제 어디든 달려가는 정치인들이 찾지 않는 딱 하나의 복지시설이 있다. 바로 청소년 관련 기관과 시설들이다. 투표권이 없는 그곳에는 정치인들의 방문도, 관심도 미치지 못한다. 청소년들을 미래의 주인공, 희망이라는 프레임을 씌워놓고는 자연스럽게 늘 약자로 만들어 버린다.
지난 16일 우리의 새벽을 깨우던 그들은 누구였던가. 우리나라 남자축구의 FIFA(국제축구연맹)주관 첫 결승 진출을 이뤄낸 것은 청소년들이었다. 그들의 도전과 결과물은 우리를 뜨겁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과 행복감을 안겼다. 미래의 강자이며 현재의 주인공인 우리의 청소년들을 잘 관리하고 관심을 갖는 것은 나와 우리나라의 희망을 갖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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