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반하장, 후안무치한 일본의 경제보복
송형택 언론인

보복이라는 건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갖는 감정이다. 이번 일본의 경제보복은 원인이 일제강점기의 징용문제에서 촉발되었으니, 일본군위안부문제처럼 참으로 적반하장, 후안무치이다,

한국과 일본의 분쟁은 이웃나라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그 뿌리가 깊다. 백제멸망 시 그 유민 중 귀족계급이 일본의 지배계급이 되었다는 것, 조선 7년 전쟁, 35년의 일제 식민강점기 등은 전쟁의 역사이다. 또 섬이나 해안가의 백성을 육지로 이주시켜야 했던 천여회가 넘는 왜구의 노략질은 도둑의 역사이다. 그밖에도 현대에 들어 축구경기 등 각종 스포츠에서의 한일전은 물러설 수 없는 숙명의 라이벌전이 되었다. 그리고 작금의 일본이 보복이라고 하는 무역전쟁, 경제전쟁은 생존권에 맞물린 자존심전이기도 하다.

근현대에 우리는 일제 식민지배로 친일파라는 암적 존재가 득세했고, 동족상잔의 전쟁은 걸핏하면 상대방을 야비하게 공격하는 이데올로기라는 암흑기가 되었다. 참으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러는 중에 아베의 재집권 야욕과 맞물린 경제보복은 국민적 공분과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럼에도 부끄럽고 한심하고 안타까운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게 또 현실이다.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단 말인가? 일본이 경제대국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우리가 그동안 일본과 미국 등의 자본에 의존하여 경제발전을 해왔던 것도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도 한국의 정치, 경제, 외교는 일본의 눈치를 보고, 의지하고 종속되는 걸 당연시하고, 방관하면서 대비하지 않았다는 게 이번에 여실히 드러났다. 그동안 우리들은 무엇을 했을까? 더욱이 이런 상황을 이용해 실리를 취하거나, 일본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자들은 또 누구인가?

우리는 그동안 삼성을 비롯하여 대기업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무너지지 않을 세계적 기업으로 생각하고 믿어왔다. 허지만 일본의 무역보복조치에 허둥지둥하는 걸 보면서 그동안 국민의 피 같은 막대한 공적자금을 날려버린 기업들과 뭐가 다를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찌 이토록 허술하게 무너져 내릴 수 있단 말인가?

2017년 우리가 세계 각국에서 소재 관련 기술을 수입해온 규모가 1억 달러인데 이 중에서 일본 비중이 3천900만 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이는 소재 분야 기술도입액 ‘상위 5개국’인 프랑스, 미국, 말레이시아, 중국 등의 4개국을 합친 것보다 많은 수준이라고 한다. 그렇게 ‘대일 기술무역’ 시장에서 만성 적자에 시달리면서도 한국이 도입하는 소재 관련 기술의 약 39%가 일본산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일본이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 강화로 경제보복을 하는 것은 땅 짚고 헤엄치기라 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국민들이야 자신의 생업에 바쁘니 그렇다 치자. 관련분야 사람들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을 왜 이 지경에 이르도록 두고만 봤는지 한심하기 그지없다. 이는 관련부처공직자와 관련기업들의 직무태만이요, 무책임, 무능력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우리 국민들만 눈 뜨고 당한 셈이다.

더욱 한심하고 어이없는 것은 일본의 보복 조치에 따른 피해와 그에 대한 불안을 부추기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일본은 우리가 해볼 수 없는 역부족의 상대이니까, 적당히 타협하고 어물쩡 넘어가자는 것이다. 그리고 IMF 때처럼 그런 얄팍하고 얍삽한 궁리로 이득을 챙겨보려 하는 토착왜구 같은 정치인, 기업가도 있으리라.

하지만 이번엔 그런 일, 그런 자들이 발호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언젠가 한번은 털고 넘어가야 할 일이다. 우린 35년의 식민의 세월도 견디고 이겨냈다. 이번에야 말로 우리 모두 똘똘 뭉쳐 단호하고 강력하게 대응해나가야 할 것이다. 또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일본과 적당히 타협한다고 해도 한번 간을 본 일본은 시도 때도 없이 우리를 옥죄어 올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우리 모두가 경제의병이 되어야할 때이다. 지금은 일제강점기가 아니다. 정치적, 경제적으로 예속되어 있다면 어찌 독립국가라 할 수 있겠는가? ‘밥알로도 큰 잉어를 잡는다’고 했다. 일본제품 안사기. 일본여행 안가기, 우리 중소기업제품 사주기 등으로도 얼마든지 동참할 수 있다. 무엇이 두려운가? 우리는 그런 미래를 후손들에게 물려줘서는 절대로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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