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현장>사면초가(四面楚歌)

정다움 뉴미디어부 기자

‘사면초가(四面楚歌)’. 사방에서 들리는 초나라의 노래라는 뜻으로 적에게 둘러싸인 상태 또는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고립 상태에 빠짐을 이르는 말이다.

현재 국내에 거주하는 결혼이주여성을 비롯한 외국인 근로자, 중도입국자녀 등 다문화 가정이 사면초가에 빠진 모양새다. 그동안 묵인돼왔던 이들에 대한 폭행이 최근 침묵을 깨고 수면 위에 올랐지만 폭행 이후 이들의 구제를 위한 인프라는 아직 걸음마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달갑지 않은 소식이 들렸다. 전남 영암군에서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 아내를 폭행한 혐의로 30대 남성이 체포됐다는 것이다. 이 남성은 3시간 동안 주먹과 발, 소주병으로 아내에게 무차별적 폭력을 휘둘렀고 당시 현장에는 2세 아들도 함께 있었다는 비보도 전해졌다. 더구나 당시 폭행상황을 녹화한 영상이 소셜미디어(SNS)에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베트남 국민의 공분까지 사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처럼 커지고 있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가정폭력에 노출된 이들의 피난처 역할을 해야 할 숙식제공 쉼터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이 사건이 일어난 영암군에는 현재 숙식제공 쉼터가 마련돼있지 않다. 이는 가정으로부터 외면받아 오갈 데 없는 다문화 가정의 구성원들을 사회가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더 안타까운 건 지난 2017년 영암군에서 외국인 근로자 등 다문화 가정을 위해 복지센터를 완공했지만 현재 운영 중단됐다는 점이다. 기숙사 외국인 72실과 내국인 66실의 1/3을 예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현실적인 정책 운영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사용하는 언어와 피부색이 다르다 한들 다문화 가정도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이번 폭행 사건을 통해 다문화 가정의 실질적인 인권 보호와 인프라 구축에 한 걸음 다가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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