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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행옥 변호사의 호남정맥종주기<25> ‘개기재-큰덕골재’ 구간

강행옥 변호사의 호남정맥 종주기
<25>‘개기재-큰덕골재’(2019. 5. 25)
봉화산 정맥길 때죽나무 하얀 꽃 만발…꽃향기 가득
도열한 참나무 사열 받으며 계당산 도착… 유행가 가락 절로

계당산 정상에 멋진 한글로 휘갈긴 정상석 자리…존재감 알려
봉화산 서니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각…“세상은 혼자가 아닌데...”

개당산
‘개기재-큰덕골재’에 이르는 20여km를 걷는 동안 올랐던 봉우리들. 계당산 정상 표지석
온수산
온수산
봉화산
봉화산
고비산
 
보림사 경내 나무
보림사 나무.
보림사
보림사 연등과 돌 탁자.

어제 오후에 뽑은 어금니의 치통이 가시기도 전에 새벽 4시에 일어나 산행을 준비하였다. 사실은 오늘은 같이 동행할 사람도 마땅찮고 이도 뽑은 김에 그냥 쉴까 하다가 결국 산행본능을 이기지 못하고 6시 40분경 길을 나섰다.

네비게이션에 화순군 이양면 옥리를 입력하고 안내대로 가다보니 7시 20분경 개기재에 닿는다. 등산로는 개기재 정상 못 미쳐 오른쪽에 있는 임도에서 시작된다.

개기재 자체가 240m 정도 되는 높이라서 오늘의 주봉인 계당산(580m)으로 가는 길은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임도를 따라 걷다가 의령 남씨 7세 설단비를 오른쪽에 두고 정맥 길이 시작된다. 얼굴이 타지 않게 선크림을 발라보지만 이미 얼굴은 아프리카 토인들처럼 까맣게 변해 있다.

이곳 등산로는 소백산 줄기처럼 참나무로 가득 차 있다. 내 고향에는 아직 뒷산의 소나무 숲이 울창한데 영광이 다른 지역보다 추운 모양이다. 도열한 참나무들의 사열을 받으며 철 지난 유행가 가락도 뽑아가며 1시간 만에 계당산에 닿았다. 요즘 미스트롯의 송가인 열풍 때문에 엊그제 목포출장 때에는 함평나비휴게소에서 씨디도 3만원 주고 샀다. 31살인 내 큰딸은 트로트만 나오면 촌스럽다고 귀를 막지만 나는 옛날 노래가 구성지고 좋다.

계당산 정상 400m 앞에는 철쭉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데크로 휴게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계당산 정상에는 멋진 한글로 휘갈긴 정상석이 있는데 산의 품격을 높여주는 훌륭한 정상석이다. 사람이 모두 이름이 있듯이 산도 이름이 있으므로 웬만한 높이 산에는 정상석 하나쯤은 지자체에서 세워 줬으면 한다.

계당산을 지나면 572봉, 560봉, 523봉 등이 죽 이어지는데, 등산로는 거의 평지를 걷는 느낌이다. 계당산 정상에서 예재까지 8.6km라는 안내표지를 보고 출발하였는데, 불과 1시간 50분 만에 예재에 닿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늦게 가는 열차인 경전선 열차가 예재터널을 통과하는데, 정맥 길에서는 알 수가 없다.

작년에 경전선을 타고 보성 득량에 있는 오봉산을 다녀왔는데, 광주의 가객 정용주 선배를 모시고 가면서 기차 안에서 노래 부르다가 역무원에게 저지를 받기도 했다. 비를 피해 오봉산 칼바위 아래 바위동굴에서 기타에 맞춰 합창하던 추억이 새롭다. 득량역에서는 막걸리집 아줌마가 자기하고 살림 차리자고 정용주 가객을 잡는 통에 겨우 모시고 올라왔었지.

예재는 포장은 되어 있지만 좁고 차가 별로 다니지 않는 도로가 분명하다. 예재를 지나 10분쯤 산을 타니 트랭글이 울리며 온수산(395m) 배지를 준다.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봉우리인데 정상에는 새마포 등산클럽에서 달아놓은 표지판도 있다.

온수산을 지나 20여분쯤 걸으니 봉화산(465m)이 나타난다. 며칠 전 고 노무현 대통령의 10주기 추도식이 있었는데, 김해의 봉화산과 이름이 같다. 노무현 대통령님은 항상 자신이 혼자 솟아 있는 봉화산처럼 외로운 존재라고 하소연했다고 한다. 그 분이 잘못 안 사실이 있는데, 김해 봉화산은 홀로 선 독립 산괴가 아니고 백두대간에서 뻗어 내린 낙남정맥(낙동강의 남쪽 방파제)의 마지막 혈이 맺힌 봉우리다. 자신이 봉화산처럼 외로운 존재가 아니고 백두산에서 뻗어 내린 모든 산맥들이 호응하는 멋진 존재임을 생전에 알려드리지 못한 것이 아쉽다.

봉화산을 지나 평탄한 400고지의 정맥 길이 이어지는데 길은 온통 꽃향기로 덮여 있다. 어렸을 때 열매를 고기 잡을 때 쓰던 때죽나무가 하얀 꽃길을 채우고 있다. 중간에 푹 꺼진 지형인 가위재를 넘으니 422고지인 고비산도 높아 보인다. 고비산을 앞두고 점심을 먹고 12시 30분경 고비산에 닿았다.

저녁때 김장생변호사님의 큰딸 결혼식이 있어서 큰덕골재로 하산하기로 마음먹고 걸음을 재촉한다. 마침 식수도 다 떨어져서 더 갈래야 갈 수도 없다. 비포장도로인 큰덕골재에 이르니 1시 40분이 되었는데, 화순 쪽에는 택시가 연결이 안 되어 장흥 장평 개인택시(061-862-0900)를 부르니 금방 큰덕골재로 도착한다.

6시간 만에 20킬로가 조금 넘는 산길을 때죽나무 꽃향기 속에 주파하고 산행을 끝냈다. 글·사진/강행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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