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회통합의 길, 독일 교육에서 찾다
<2>전교생 30%가 다문화학생, 영암 대불초 가보니
카자흐·중국 등 11개 국적 90여명 아이들 모여 공부
다문화학생들 위한 수준맞춤형 ‘한국어교실’ 등 운영
세계 각국 문화 직·간접 체험, 긍정적 효과도 돋보여
하루 2~3시간 한국어 수업, 학습언어 익히는데 부족
 

전남 다문화 예비학교로 운영되고 있는 전남 영암군 대불초등학교 한국어교실에서 다문화학생들이 수준 맞춤형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

“선생님, 방학에도 학교 나오고싶어요…”

카자흐스탄 국적의 소피아(9)는 여름방학을 앞둔 지난 7월 서툰 한국말로 선생님에게 이같이 말했다. 부모님을 따라 1년 반 전 전남 영암군에 온 소피아가 한국어 배우는 재미에 매료돼 방학기간 한글 공부를 자처하고 나선 것. 지난해 영암대불초등학교 1학년으로 입학한 소피아는 한국말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입국했으나, 지금은 우리말로 곧잘 의사표현을 한다.

대불초 한국어교실 담당 최미선 교사는 “소피아 같은 경우 1학년때부터 한글을 배웠기 때문에 지금은 말도 잘 알아듣고 가르쳐준 것도 금방 배운다”며 “소피아 처럼 일찍 한국어를 배운 경우 1~2년 내에 우리말을 거의 익힌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피아에게도 걱정이 있다. 2학기부터는 학교내 다문화학생들을 위한 한국어교실을 더이상 다닐 수 없어서다. 한국어교실은 한 학생당 최장 1년 6개월간 한국어를 가르치는데, 소피아 처럼 1년 6개월간의 우리말 공부를 마친 다문화학생들은 일반 아이들과 같이 정상 교육과정을 밟아야 한다. 다문화 아이들은 보통 국어 과목 1~2시간을 활용해 한국어교실에서 우리말을 익힌다.

최 교사는 “계속 새로운 다문화학생들이 입학하는 등 한 아이에게 오래 매달릴 수가 없다”면서 “아이의 한국어 능력이 아예 저조하면 어쩔수 없지만 어느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면 일반 학생들과 어울려 공부하는 게 더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대불초 이중언어 강사 우길로이씨가 학생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불초는 전교생(282명)의 3 분의 1에 달하는 90여명이 다문화학생이다. 국적도 중국과 카즈흐스탄, 캄보디아 등 총 11개국에 이른다. 이중엔 아버지와 어머니 한 쪽이 외국인인 경우도 있지만, 부모 둘다 외국인인 아이들도 40여명에 이른다. 다문화학생들의 부모들 대부분은 인근 대불산단 등에서 근무중이다.

이처럼 다문화학생들이 많은 대불초는 지난 2016년부터 전남도교육청 다문화 예비학교로 지정돼 운영되고 있다. 한국어교실도 이 당시 꾸려졌는데 한국어교실은 최 교사와 같은 담당 초등 교원 1명과 이중언어 강사, 별도의 한국어 강사 등 총 3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하루 2~3시간 동안 다문화학생들과 함께 공동수업을 하거나 아이들 수준에 맞게 개별 맞춤형 수업을 진행한다.

그중에서도 대불초 이중언어 강사인 우즈베키스탄 출신 우길로이(36·여)씨는 때론 통역사가 되기도 한다. 최 교사나 한국어강사가 아이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치다가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하면 러시아어로 설명을 해주는 식이다. 10여년 전 한국인 남편을 따라 목포에 정착한 우씨는 본인이 한국에 처음 와서 한국어 공부에 어려움을 느꼈을 때를 생각하며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밝혔다.

우씨는 “20대 중반의 나이에 한국에 와 다문화지원센터 등에서 한국말을 배웠는데 쉽지 않았었다”며 “아이들은 습득력이 좋아 빠르게 배우는 편인데 그래도 처음 배울때 제대로 익힐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불초 다문화교육연구학교 수업나눔의 날 모습.

대불초 학생들 사이에서는 어린 나이에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데 따른 긍정적인 효과도 돋보인다. 민철 대불초 교장은 “다문화학생들이 많은 학교의 가장 큰 장점은 아이들이 다양한 문화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한다는 것”이라며 “어렸을때부터 자연스럽게 세계 각국의 아이들과 어울리다 보니 생각의 범위도 넓고, 그만큼 이해의 폭도 넓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대불초와 같이 다문화학생들을 위한 교육환경이 비교적 잘 갖춰진 곳도 아이들이 우리말로 진행되는 정규 교과 과정을 이해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최 교사는 “아이들이 일반 수업에서 이뤄지는 학습 언어를 이해하려면 지금보다 더많은 한국어 공부 시간이 필요하다”며 “지금과 같이 3명의 교사가 90여명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상황에선 한 아이에게 오랜 시간을 투자할 수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엔 중국 국적의 아이가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한국어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읽기·쓰기에 어려움을 느껴 스스로도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며 “비교적 나이가 많은 상태에서 한국에 온 아이들은 그만큼 언어를 익히는데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관련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