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주년 광복절의 숙제, 지피지기(知彼知己)

오늘은 74년 전, 36년 동안의 일제통치로부터 벗어난 날이다. 광복절 제74주년이다. 일본과의 경제 갈등이 매우 격화돼 있는 만큼 올해 광복절의 의미는 그 어느 때보다 깊고 심장(深長)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의 극일(克日)각오도 다른 때와는 달리 비장하다. 여야 정치권도 모처럼 한목소리로 일본 측의 부당한 경제조치와 왜곡된 역사인식을 비판하고 있다.

한일 간의 대립은 표면상으로는 ‘한국대법원의 미쓰비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판결’과 이에 대한 일본정부의 반발 때문에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갈등이 증폭되는 과정을 보면 양국 간에는 뿌리 깊은 불신과 전혀 다른 역사인식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 측의 사실호도와 위선은 양국관계를 더 꼬이게 하고 있다.

지금 한일 간 역사인식은 그 차이가 너무도 크다. 특히 일본 주요 정치인들의 조선식민 지배에 대한 역사관점은 밑바탕에 정한론(征韓論)이 깔려 있다. 아베총리의 고조부 오시마 요시마사는 육군대장 출신으로 1894년 경복궁 습격을 주도했다.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는 2차대전 A급 전범이다. 아베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정한론의 창시자 요시다 쇼인이다.

아베정권의 2인자인 부총리 아소 다로는 아소탄광 창업주 아소 다키치의 손자다. 태평양전쟁(1941년~45년) 말기, 아소 다키치가 후쿠오카(福岡)현 지쿠호(筑豊)에서 운영하던 수십 개소 탄광과 시멘트공장에서는 강제 동원된 수만 명 조선인 노동자가 짐승처럼 매를 맞으며 석탄과 석회석을 캤다. 아소다로는 조선인의 피로 일어선 가문의 후손이다.

아베 내각의 상당수 장관들도 정한론에 영향을 받고 이에 동조했던 조상들을 두고 있다. 한국에 대한 지배를 ‘사명’으로 알고, 일본의 부국을 위해 조선식민지 화는 필연(必然)이었다고 확신하는 자들이, 일본 정계를 장악하고 있는 한 ‘진정한 의미의 과거사 정리와 한일 화해’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과거 일제의 조선지배 잔학상을 널리 알리는 게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일갈등을 해소하는 해법의 하나로 ‘민간차원의 교류확대’를 제시했다. 매우 현실적이고 효과가 큰 방안이라 여겨진다. 특히 일본인들에게 과거 한일 간의 역사를 제대로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 역시 불행했던 한일 간 역사에 대해 자세히 아는 것이 요구된다. 진정한 극일을 이루려면 지피지기(知彼知己)해야 한다. 74주년 광복절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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