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 기상청장의 남도일보 특별기고
여름철 특별 보고서 ‘집중호우’

김종석<기상청장>

날씨는 따뜻한 공기와 차가운 공기의 조화로 만들어진다. 수증기를 가득 머금은 따뜻한 공기에 차가운 공기가 섞이면 따뜻한 공기에 있는 수증기 주머니가 작아지는데 이때 넘치는 수증기가 물로 변해 지상으로 낙하하는 것이 ‘비’다.

그런데 두 공기가 만나는 방식에 따라 내리는 비의 양상이 다르다. 따뜻한 공기가 차가운 공기에 다가가서 내리는 비는 비교적 넓은 지역에 긴 시간 동안 내리는 반면 차가운 공기가 따뜻한 공기에 다가가서 내리는 비는 같은 양의 비가 좁은 지역에 짧은 시간 동안 집중해서 내리는 경향이 있다.

바다에서 증발된 수증기가 어디로 이동할지, 어느 정도 양으로, 어느 지역에 비로 떨어질 것인가를 예측하는 ‘날씨예보’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기상청은 과학의 힘을 빌려 날씨 예보를 최선을 다해 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 종료된 이번 장마는 중부지방이 평년보다 다소 적은 강우량을 보이기는 했지만, 일반적인 장마 형태를 보였다. 장맛비는 기온과 습도가 높은 남쪽 북태평양의 거대한 공기층과 상대적으로 기온과 습도가 낮은 북쪽의 오호츠크해 기단이 만나서 중국과 일본까지 동서로 길게 형성되는 정체전선에서 내리는 비를 말한다. 장마전선은 보통 남북으로 왕복 운동을 하는데 북쪽으로 전선이 이동할 때 보다 북쪽으로부터 차가운 공기가 밀고 내려오면서 내리는 비가 집중호우의 형태인 경우가 많다.

여러 지역에 분산되어야 할 비가 한 지역에 집중해서 내리기 때문에 그 지역에 침수나 산사태로 연결되어 큰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장마가 종료된 이후에도 우리나라를 지배하는 폭염의 뜨거운 공기 속에는 여전히 많은 양의 물이 수증기 형태로 가득 담겨 있다. 이때 상층 대기의 차가운 공기가 갑작스레 다가오면 이 물주머니가 작아지면서 담겨 있던 물이 터져 나오게 된다. 마치 하늘이 뚫린 것처럼 비가 온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주체할 수없이 많은 비가 오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마가 끝나면 비가 잘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장마 이후에 내리는 강한 비는 우리를 당황스럽게 만든다. 이러한 갑작스러운 출몰 형태로 나타나는 지역성 집중호우는 장마 이후에 오히려 더 강해질 수 있어 예보관들은 장마 이후에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또한, 8월 이후에는 상층 대기가 차가워져 지상과의 온도 차이가 높아지면서 가열된 공기가 위로 올라가는 상승류의 힘이 매우 강해지는데 이때 우박이 내릴 가능성도 높아진다. 지구온난화는 이러한 상승류를 가속화시키는데 힘을 보태고 있는데 최근 외국의 우박사례를 보면 그 크기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이다. 또한, 이 시기에는 적도 부근의 해수온도가 높아지면서 태풍 발생의 최적 조건이 되어 적도로부터 다량의 열과 수증기가 중위도로 이동되는 과정에서 비바람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를 인지하고 장마 이후 집중호우와 같은 여름철 위험기상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기상청에서는 집중호우와 같이 돌발적으로 나타나는 위험기상현상에 대비하기 위해 ‘초단기예측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호우경보 호우주의보와 같은 특보를 발표하고 있으니 참고하여 대비해야 한다. 장마의 끝은 안심의 끝 지점이 아니라, 기상재해에 관심을 더 보태야 할 경계의 시작 지점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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