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미 전남 강진군의원의 남도일보 월요아침
이번 추석에는 둥글게 둥글게 손에 손을 맞잡고 함께 아리랑
김보미(전남 강진군의원)
 

세상이 몹시 시끄럽다. 가짜뉴스의 홍수 속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것 같아 어느 때에는 애꿎은 창밖 풀벌레 소리마저 거슬릴 정도로 불쾌하다. 살면서 쉬운 일 없다고 하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상식이 통하는 나라다운 나라로 가는 길이 이토록 험난하고 시끄럽기까지 할 일인가 싶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는 것처럼 다사다난한 올해도 어느덧 계절이 바뀌어 한 해의 일을 마무리하고 열매를 수확하는 일 년 중 가장 보람된 날, 추석이 다가왔다. 추석이 되면, 그동안 각자 바쁜 일상을 보내느라 서로 얼굴 보기가 힘들었던 가족들이 오랜 시간 동안 함께 둘러앉아 사람 사는 이야기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등 저마다의 관심사를 쏟아놓기 마련이다. 아마 이번 추석에 많은 가정에서 쏟아질 이야기 주제 중 하나는 아마 NO일본, ‘일본과의 관계 악화’가 아닐까 싶다. 일본이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불만을 품고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하면서 촉발된 ‘안 쓰고, 안 사고, 안 가는’ 일본 불매운동은 벌써 석 달째에 접어들었지만 일본 측의 기대와는 달리 전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7월까지 수입차 시장 3위였던 일본차 렉서스 ES300h는 판매량이 38% 떨어지면서 지난달 10위로 밀려났고, 도요타, 혼다 등 다른 일본차 브랜드는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일본 맥주는 1년 전보다 97% 넘게 수입이 줄었고, 일본 관광 거부 운동도 계속되어 부산과 일본을 오가는 비행기 이용객이 10만 명 넘게 감소했다는 소식이다. 또, 추석은 연휴가 길어 지난해까지는 이 기간을 이용해 해외여행을 나가는 사람들도 꽤 많았고, 주로 이동거리가 짧은 일본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보이콧 재팬의 영향으로 일본여행 예약이 무려 80%나 격감했다. 7월 초부터 시작된 일본 불매운동으로 많은 국민들이 일본 여행의 일정을 취소하고 동남아 여행지나 국내 여행지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일본 불매운동’에 대해 사회 일각에서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고, 그 결과 우리 사회는 ‘반일’과 ‘친일’로 나뉘어 갈등을 빚고 있다. 더구나 우리 정부에서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대응책으로 ‘지소미아’를 파기한 이후에는 국민들이 다시 ‘친미’와 ‘반미’로 나뉘면서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져 가고 있다. ‘반일’과 ‘친일’, ‘친미’와 ‘반미’가 다 무엇이란 말인가? 정치적 생각과 지지정당이 다르고 갈등이 있지만 모두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의 다른 표현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믿고 싶다. 궁극적으로는 같은 뜻을 품은 사람들끼리 방법론의 차이로 인해 서로를 비난하고 적대시하여 갈라선다면 그것이야말로 다 같이 망하는 길일 수 있다. 우리는 갈등 속에서도 국가적 어려움과 국가운명을 결정하는 중대한 일인 만큼 간절하게 한마음 한뜻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께서 2005년과 2007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말씀하신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노 전 대통령께서는 우리 사회가 발전하려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역사로부터 물려받은 분열의 상처, 정치 과정에서 생긴 분열의 구조, 경제적 사회적 불균형과 격차로부터 오는 분열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하시며 “100년 전 열강의 각축장이었던 한반도가 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발원지가 되는 희망찬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자”라고 역설하신 바 있다. 1910년 일본에 강제로 나라를 빼앗긴 경술국치 이후, 민족상잔의 비극인 6.25전쟁과 그 이후 벌어진 색깔 논쟁과 지역 간 대립구도, 사회적 빈부격차로 인해 우리 국민들은 이제까지 너무나 많은 고통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니 더 이상 무의미한 진영 논리나 이념 분쟁으로 자신의 생각만 내세우려 하지 말고, 좀 더 넓은 마음으로 그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이웃의 아픔을 들여다보고 마음을 열어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분열은 나라의 분열이며, 나라가 나약해지면 국민은 보호받을 수 없다. 과거의 뼈아픈 역사를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

이제는 국민 모두가 서로를 위로하고 한마음 한뜻으로 대통합되어 나라의 힘을 키우고 내실을 다져나가, 다음 세대가 당당히 평화와 번영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밑거름을 만들어주도록 하자.

다가올 추석, 온가족이 함께 휘영청 밝은 달 아래, 손에 손을 맞잡고 둥글게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의 국민 대통합을 염원하며 조국(祖國)의 노래인 ‘홀로 아리랑’이 ‘함께 아리랑’이 되어 부르기를 기대해본다.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아리랑 고개를 넘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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