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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423)

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423)

제4부 풍운의 길 2장 이괄의 난(423)

1624년 2월(음력) 하순, 평양 남쪽의 요충지 황주를 우회하여 진군하던 이괄 군은 황주와 봉산 사이의 산산(蒜山)에 이르렀다. 직할부대 부장(副將)인 김동박이 이괄에게 급히 달려왔다.

“부원수 어른, 이쯤 되었으면 끝난 일 아닙니까?”

“그렇지 않다. 갈 길이 멀다.”

“아닙니다. 이제 끝났으니 나라를 접수할 청사진을 마련해야지요.”

“청사진?”

“진격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예비 조각을 해야지요.”

이괄이 놀라서 김동박에게 물었다.

“조각이라고 했나? 그렇다면 귀관은 무슨 자리를 원하는가.”

“도원수 정도 해야지만 소관의 일은 추후의 일입니다. 다만 군왕으로서 순안군 제(?)를 염두에 두었으면 합니다. 선조대왕의 열번째 아들로서 온빈한씨의 자식 중에서도 으뜸입니다.”

그는 순안군 제의 막료로 일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활달하고 호방하면서 능력이 뛰어나니 군왕으로서 손색이 없습니다. 인조 임금과도 자별하니 무난하게 국사를 접수할 수 있습니다.”

이괄이 벼락같이 호통쳤다.

“야, 이 새끼야! 너 뭐라고 했어? 일을 망쪼로 만드려느냐? 함부로 말이 나갈 적시면 민심이 즉각 교란되는즉, 다된 밥에 코빠뜨리는 격이다. 입닥치고 잠자코 있으렸다! 입이 가벼우면 당장 칼이 너의 목에 닿을 것이다.”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부장이었다. 사적인 연분을 들이대다니. 이놈이 제를 등에 업고 한 세상 누려보겠다는 것인가?

“장군, 목표가 뚜렷하지 않으면 거사의 철학이 없는 것과 같은즉,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그가 아니라면 인성군 공도 무방합니다.”

이괄은 천기가 누설되면 될 것도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도성에 진입하기도 전에 그따위 왕권과 관직 말이 나오다니. 그는 인조반정을 생각했다. 그때 그는 무엇이 되려고 광해를 뒤집은 것이 아니다. 무슨 자리를 탐하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혁명이 성공하자 너도나도 벌떼처럼 달려들어 공훈 책록에 눈이 벌개졌다. 혁명의 뜻은 무색해지고 자리를 탐하는 자만이 난립했다. 자리를 얻기 위해 혁명을 한 것인가. 그러다가 이 분란이 나지 않았는가.

자리를 나누는 것만은 투명하고 공명정대해야 한다.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런 기밀이 사전에 누설되면 될 일도 안된다. 만약 실패할 경우, 또다시 전국토에 피바람이 불 것이다. 외침보다 내부 균열이 나라를 멍들게 한다는 것을 그는 누구보다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실제로 이 말이 진중에 퍼지더니 군사들이 새 왕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공파와 제파로 나뉘었다. 중군장은 중군장대로, 참모장은 참모장대로 자가 발전해 이리저리 휩쓸리고, 그것이 삽시간에 천지사방으로 퍼졌다. 그것은 고을에서 고을로 퍼지고, 밀고자를 통해 확대되어서 이윽고 왕실에 전해졌다. 이괄은 풍문의 진원지인 부장 김동박의 목을 쳤다.

“누구누구를 새 왕으로 추대한다는 것은 모두가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엎질러진 물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다. 사실 그의 반란은 명분이 없었다. 이등공신 책록에 간신배를 몰아내자는 식이었으니 설득력이 약했다. 그래서 헛소문이 더 퍼지기 전에 빨리 진격하는 수밖에 없었다.

“돌격, 돌격, 돌격 앞으로!”

그러나 이괄군은 토벌군과의 전투를 회피하며, 산길을 따라 화살같이 진군했다. 고을을 털어서 쌀과 군수품을 노획했다. 날짜가 갈수록 내부에서 불만들이 쏟아져 나오더니 후발대 김효신이 관군에 투항했다. 한명련의 부하들 상당수도 도망친 데다가 중군장 이윤서가 김동박 처형에 불만을 품고 병력을 이끌고 이탈했다.

한편 조정은 선왕의 왕자 공과 제를 때려잡는 데 국력을 소모했다. 정작 반란군이 턱밑에 오는 것도 잊고 사람잡는 일에 몰두했다. 이원익 역시 후사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도성에 숨어있는 자들부터 숙청해야 한다고 동의했다. 또 뒤집어지면 이번만은 목숨이 온전히 붙어있을 것 같지 않았다. 아무리 중립을 지키고 인격을 앞세워도 붕당의 파쟁과 혼란상 앞에서는 한번은 고꾸라지게 되어있다. 구굉, 김경징, 신경진 등 정사공신들도 모두 도성의 반대파를 청소하자고 나섰다. 그 부분에 있어선 모두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그들은 “새 왕은 이괄이 차지할 것이다” 라는 괴소문까지 만들어 퍼뜨렸는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들이 맨먼저 목숨을 내놓아야 했기 때문에 한 덩어리가 되어 뭉치고, 반대파라고 의심되는 자는 모조리 잡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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