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좋았던 국회의원 청문회?
형광석(목포과학대 교수)

청년 시절에 어느 선배는 내게 물었다. 문제의식(問題意識)이 뭐지?, 네가 물어보고 해답을 얻고자 하는 주제는 무엇이지? 어떤 논리로 설명하지? 그 논리가 타당해?

학회의 토론장이나 텔레비전 토론을 보면, 적절하게 질문(質問)하면서 논리를 전개하는 인사가 눈에 띈다. 그런 질문은 쟁점(Issues; I)으로서 곁가지가 아니라 줄기와 같다. 토론의 쟁점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토론자는 중심부는 놓치고 주변부를 건드리기 쉽다. 유능한 토론자는 사실관계(Facts; F)를 육하원칙(5W1H)에 따라 파악한다. 쟁점별로 사실관계에 기초하여 자신의 가치관과 상식에 따라 논리를 갖춰 판단(Conclusions; C)을 제시한다. I-F-C에 충실한 자는 관중으로부터 낙제점을 받을 리 만무하다.

예컨대,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을 다루는 심문회의에서 심문자는 우선 사건의 3대 쟁점(I)을 해고의 사유, 절차, 징계양정 등으로 나누어 정리한다. 다음에 쟁점별로 신청인(노동자)과 피신청인(사용자)의 주장과 입증서류를 보면서 사실관계(F)를 파악한다. 관계 법률과 판례, 심문자의 가치관에 따라 심문자는 인용, 기각, 각하 중에서 판단(C)을 내린다. 물론 그 판단의 논리를 수미일관하게 제시해야 한다.

지난 9일에 장관 3명(법무부 장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여성가족부 장관)과 장관급 3명(방송통신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장)이 임명됐다. 겨우 15일이 지났는데도 가을이 세 번이나 바뀐 듯 지루하다. 그런 까닭의 절반 이상은 인사청문회의 후유증 탓이겠다.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워낙 뜨거웠던지라 다른 5명의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있는 듯 없는 듯했다. 그들은 무임승차한 셈이다. 각 후보자의 청문회가 I-F-C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 과학기술정보통신, 여성가족, 방송통신, 공정거래, 금융 등은 국가의 장래와 국민의 일상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부처인데도, 그 청문회의 쟁점과 사실관계를 아는 사람은 드물 거다. 국민의 알 권리를 금과옥조로 여기는 언론은 어떨지 모르겠다. 나의 비좁은 견문 탓이지만, 쟁점을 정리하여 제시한 보도를 거의 보지 못했다. 적어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청문회에서만큼은 하도급관계를 쟁점화해야 했다. 건전한 하도급관계는 분배관계의 개선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이 기술전쟁에 돌입한 시점에서 중소기업의 발전, 기술의 자립능력 강화에 필수라고 생각하기에 그렇다.

어느 장관(급)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나 명확해진 최우선의 쟁점은 순백(純白)의 도덕성 여부이다. 후보자는 새하얀 옷에 잉크 자국 하나도 없어야 한다. 그 옷은 햇빛에 바래지도 않아야 한다. 이게 대한민국 다수 국회의원이 요구하는 도덕성이라면 잘못일까? 도덕성 쟁점에 그 후보자의 가치관, 직무수행역량, 해당 부처 현안 파악 등은 매몰돼버렸다. 청문회의 레퍼토리(repertory)가 단일(單一)하다. 질문도 대답도 재탕, 삼탕이라는 평가가 나올 법하다.

청문(聽聞)은 무슨 뜻인가? 영어로 Hearing이다. 엄마가 아이에게 말한다. 내 말 알아들었니?(Do you hear me?) 청문은 어떤 소리를 듣고 그 소리가 무슨 뜻인지를 알아차리는 과정이다. 두 글자의 뜻은 모두 ‘듣는다’이다. ‘청’(listening)이 귀의 청각세포에 대한 자극이라면 ‘문’(hearing)은 그 청각세포의 움직임을 뇌세포가 해석한 결과, 즉 알아차림이다.

청문의 취지를 살리려면, 잘 물어야 한다. 질문이 좋아야 한다. 쟁점별로 후보자가 말을 많이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일단 질문자의 청각세포는 수없이 자극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 그 후보자가 싱거운 사람인지 깐깐한 사람인지를 어떻게 알아보겠는가?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질문과 대답이 맹탕이었다는 평가는 그 질문의 질이 평범하다는 뜻이다. 그런 질문은 누구의 자질과 역량을 드러내는가?

나의 궁금증이다. 대체로 국회에서 진행된 적지 않은 인사청문회는 역으로 ‘국회의원 인사청문회’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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